[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2017년 한해 국내 게임시장은 모바일게임 위주로 재편되는 흐름 속에서 펍지주식회사의 PC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가 대약진했고,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역시 해외서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다소 침체됐던 PC온라인게임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모바일게임은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 대세로 등극했다.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을 필두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넥슨의 액스(AxE)등이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 10위안에 자리잡았다. 최근 출시된 넷마블의 테라M 역시 구글플레이 매출순위 2위에 등극하는 등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산업 정책적으로는 규제완화 분위기가 새정부 출범과 함께 조성됐지만 연말이 된 현재까지 업체들지 직접 느낄 만한 규제완화가 시행된 것은 없다. 다만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게임산업 규제완화를 위한 민관합동 협의체가 운영되고, 이전 정부에 비해 게임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과의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 진출의 어려움과, IP관련 문제도 있었다.

트위치콘 2017 리니지2레볼루션 부스 방문객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넷마블)

1.배틀그라운드 대약진

블루홀의 자회사 펍지주식회사의 배틀그라운드는 올해 국내 게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 3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완성된 출시가 아니고 미리 출시하는 ‘얼리억세스’방식으로 출시될때만 해도 이 게임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점차 게임 유저들의 입소문을 타고 흥행이 시작됐다.

FPS(1인칭슈팅게임)에 1명이나 1팀이 끝까지 살아 남아야 승리할 수 있는 ‘배틀로얄’ 방식을 적용한 신선한 게임 방식과, 높은 자유도 등으로 이 게임은 점점 인기를 얻게 됐다. 또 트위치, 유튜브에서 이 게임을 방송하는 BJ들이 늘어나면서 게임을 직접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게임 자체 뿐만 아니라 방송 영상으로도 콘텐츠 소비가 발생했다.

현재 이 게임은 글로벌 판매량 2400만장, 스팀 동시접속자 300만 돌파 등 국내 PC게임의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이같은 흥행에 더불어 배틀그라운드는 2017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대통령상인 대상을 포함해 6개의 부문에서 상을 휩쓸었다.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국내 PC방에서도 무료로 즐길 수 있고, 20일부터 얼리억세스에서 정식버전인 1.0버전으로 출시됨에 따라 당분간 인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 자체의 흥행과 더불어 침체돼있던 PC온라인게임의 부흥을 이끌었다는 점에서도 배틀그라운드는 의미가 있다고 업계는 평가한다. PC온라인게임의 성장을 통해 국내 게임산업이 발전해온만큼 다시 한 번 PC온라인게임으로 국내 게임산업의 재도약을 노릴 수 있다는 점에서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역시 2014년 출시 이후 꾸준히 인기를 얻어 현재 북미.유럽 100여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이 게임의 매출 중 해외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이상이다.

배틀그라운드 대표 이미지

2.모바일 게임 대세는 ‘MMORPG’

올해 국내 모바일 게임시장에서는 MMORPG가 대약진했다. 출시된지 1년이 돼 가는 넷마블의 ‘리니지2레볼루션’이 현재까지도 앱마켓 매출 5위권에 안착해 있고, 6월에 출시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역시 굳건하게 매출순위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넷마블의 테라M도 출시되기가 무섭게 구글플레이 매출 2위에 올라 있고, 넥슨의 액스(AxE)도 10위권 내에 안찰해 있다.

14일 구글플레이 기준으로만 봐도 총 4개의 MMORPG가 매출 10위 안에 포진해 있다. 모바일 MMORPG가 인기와 매출에서 약진하고, 단기간 흥행이 아닌 장기 흥행이 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로는 3N이라고 불리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게임 개발력이 꼽힌다. 개발과 퍼블리싱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이 회사들은 검증된 IP(지식재산권) 혹은 자체 개발 IP를 통해 게임성이 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 역시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PC온라인게임에서 익숙했던 MMORPG IP가 모바일에서도 구현되면서 기존 PC온라인 게임 유저들을 초기에 흡수할 수 있었다는 점도 올해 모바일 MMORPG대약진의 배경이다.

구글플레이 14일 기준 매출 순위 (자료=구글플레이)

3.규제완화 분위기는 업...실질적 대책은 아직 안나와

게임업계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전 정부와는 달리 게임산업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외교·안보·경제 이슈 등 굵직한 현안에 밀려 당장 체감할만큼의 규제완화 정책이나 진흥책이 발표된 것은 현재까지 없다.

하지만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사들일 밀집한 판교를 방문해 게임업체의 이야기를 듣고, 민관합동 게임제도 개선 협의체를 출범시켜 규제 완화 관련한 논의를 지속하는 등 전 정부와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게임업계의 기대감은 크다.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함께 참여한 ‘대한민국게임포럼’이 출범하는 등 정치권에서 게임산업 관련 진흥 움직임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출범한지 반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특별한 진흥 정책이 나온 것은 없지만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논의가 정부와 국회에서 진행되는 등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4. 중국이슈...사드·IP보호 문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불똥은 게임업계까지 번졌다. 판호(중국내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허가)발급이 지연돼 중국에서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게임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이미 중국에 진출해 있던 게임들은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새롭게 중국에서 게임 출시를 준비하던 게임사들에게는 타격이 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을 해 시진핑 주석과 3차 정상회담을 갖고, 한중 양국이 지난 10월 사드 관련 입장차이를 인정하고 양국 관계의 정상화에 합의해 게임업계도 판호발급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커져 있는 상태다.

한국 IP무단사용으로 인한 중국내 짝퉁게임 등장도 올해 게임업계의 이슈 중 하나였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내 IP침해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위메이드 역시 샨다와 ‘미르의전설2’ IP관련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 게임산업협회 역시 최근 성명서를 발표해 IP침해에 대해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요청했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법적대응이 꼽히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 정부에 한국 정부가 IP보호 관련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이에 따른 대응책도 논의해야 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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