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작년 6월, 이동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요금 인가제를 유보 신고제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작년의 미래부 시절처럼 요금 인가제의 폐지를 통해 요금 경쟁을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달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이 요금 인가제를 완전 폐지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통신비 관련 사회적 논의 기구인 정책 협의회에서도 요금 인가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인데, 정부의 의지대로 내년에 요금 인가제가 폐지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요금 인가제를 유보 신고제로 바꿔 요금 경쟁을 활성화하자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요금 인가제란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 등이 높은 기간통신사업자(SK텔레콤)가 이용요금 등에 관한 이용약관에 대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인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기존 요금을 인하할 경우는 정부의 승인(인가)이 필요 없지만 요금을 올리거나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때는 정부의 인가를 거쳐야 한다. 다른 기간통신사업자(KT, LG유플러스)의 경우는 정부의 인가가 필요 없는 신고제다. 이 제도는 통신시장 초기 단계에서 후발 사업자를 보호하고 1위 사업자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 1991년 시행됐다.

유보 신고제 vs 인가제 완전 폐지

정부는 이통3사의 경쟁이 치열한 현 상황에서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요금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가제를 신고제로 바꾸기로 입장을 정했다. 또한 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비를 낮추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과기정통부는 미래부 시절, 이통시장 지배적 통신 사업자도 다른 통신사처럼 정부 신고하는 것으로 규제를 완화하되, 이용자의 이익이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는 내용(유보 신고제)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최근, 정부는 보편 요금제나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등으로 가계 통신비 절감을 추진하고 있지만 요금 인가제 폐지 역시 미래부 때와 같은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인가제를 완전 폐지 형식으로 바꿀 경우에는 통신사가 무작위로 요금을 신고할 수 있어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뒀다”며 “예전에는 요금을 인가하는 데 몇 개월 걸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법률안이 통과될 경우 15일 이내에 가능해 심사기간이 훨씬 빨라진다”고 말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의 경우 SK텔레콤을 대상으로 한 요금 인가제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정부는 최소한의 규제를 둔 유보 신고제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이은권 의원은 요금 인가제를 완전 폐지하고 신고제로 바꾸는 법안을 발의했다. 요금 신고의 경우 기간통신사업자가 요금 등 이용약관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제출할 경우, 요금 신고 절차가 신속하게 완료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한 것이다.

이은권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의 유보 신고제와 달리, 우리는 요금 인가제를 완전 폐지하고 신고로 전환하는 한 법안을 발의했다”며 “요금 신고 절차가 신속하게 완료될 경우, 사업자 간 서비스 가격 경쟁이 활발하게 촉발될 수 있어, 국민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SK텔레콤

요금인가제 폐지, 아직 실행되지 않는 이유는

요금인가제가 폐지 또는 개정되기 위해서는 정부나 의원들이 낸 법안들이 국회 법안소위에서 논의를 거쳐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 5월 20대 국회가 시작되면서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유보신고제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 발의 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했던 법안을 새로운 국회가 시작되자 마자 바로 제출했다는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확인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 과방위 법안 소위에서 요금 인가제가 다뤄지지 않은 이유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감면 이슈가 불거지면서 묻힌 탓이 크다는 의견이 있다. 또한 과방위 내에서도 요금 인가제가 통신비 절감에 유리할 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통신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 역시 요금 인가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방위 의원실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 지배적 사업자의 경우 정부가 계속 규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요금 인가제가 폐지된다고 해서 경쟁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규제 기관인 정부도 경쟁 활성화를 위해 요금인가제를 신고제로 바꾸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부, 미래부 시절의 정책이기 때문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도 있어 논의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SK텔레콤 측은 요금 인가제의 경우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규제이기 때문에 폐지 또는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2월 말까지 회의가 진행되는 가계 통신비 정책 협의회는 요금 인가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통신비 정책 협의회 대변인을 맡은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지난 8일 “(단말기 자급제 이후) 보편요금제와 기본료 폐지, 노인층 요금감면, 요금인가제 등을 순차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밝힌 적 있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 3차 회의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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