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찬길 기자] 고온⋅고압 등 극한 환경에서 사용될 실리콘카바이드(SiC) 반도체 시장이 2025년부터 본격 개화할 전망이다. SiC 반도체는 그동안 가혹 조건 탓에 전장화가 쉽지 않았던 산업시설을 ‘스마트팩토리’화 하는데 사용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12일 서울 서초구 양재at센터에서 열린 ‘4차산업혁명에 따른 ICT융합플랫폼 기술동향 및 첨단센서 적용 기술 세미나’에서 김영훈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스마트 센서 시대의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과거 스마트폰 산업 성장기 센서 시장 확장을 근거로 SiC 반도체 시장이 2025년부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센서 시장은 스마트폰이 확산되기 시작한 2007년을 기점으로 크게 성장했다. 김영훈 연구원은 “2000년대 초 연간 센서 생산량은 1000만대 정도였지만 2015년 생산량은 150억개로 늘었다”며 “이는 보다 다양한 기능 구현을 위해 많은 종류의 센서를 필요로 했던 스마트폰 보급이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 휴대전화는 이미지 및 음향을 담당하는 센서가 1개씩 필요했지만, 위성항법장치(GPS)⋅터치스크린 등 다양한 기능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며 센서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최근 사용되는 스마트폰에는 20여가지 센서가 탑재된다.

그러나 시장에서 많이 사용되는 순수 실리콘 반도체는 고온⋅고압⋅고전력 등 극한 환경에서 내구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를 스마트팩토리, 인프라 시설에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 연구원은 “기존 실리콘 반도체는 300℃ 이상의 온도에서 정상작동하기 어렵다”며 ”비행기 엔진, 산업용 가스터빈의 온도는 600℃로 기존 실리콘 반도체 센서를 접목하기 어려워 일반 온도계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주목받는 소재가 SiC다. 실리콘이 포함돼 기존 실리콘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공정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SiC 반도체는 전기자동차 전력반도체로 사용된다. 자동차는 고온⋅고압 환경에서 보다 강한 내구성이 요구된다. 특히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높은 전압의 전력을 사용한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EV’ 정격전압은 360V다. 내연기관 자동차 내부 축전지 전압은 12V다.

반도체 소재 변화는 주행거리에도 영향을 끼친다. 전기차에 실리콘 반도체를 적용하면 냉각시스템이 추가로 필요하다. 냉각시스템이 소모하는 전력은 주행거리를 깎아먹는 주범이다.

김영훈 연구원은 전기차 판매 비중이 6~7%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2025년 이후 SiC 반도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전력반도체용 SiC 반도체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점차 시장이 커지며 스마트폰의 사례처럼 센서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평가한 것이다.

현재 SiC 반도체 가격은 순수실리콘 반도체 가격의 수십 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SiC 반도체 시장이 본격화되기 위한 가격 수준으로 실리콘 반도체 대비 7~8배 이하가 돼야 할 것으로 평가한다.

김 연구원은 SiC 반도체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관련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센서 시장은 솔루션 분야에서 부가가치가 발생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최소 다른 업체들에서 제조하기 힘든 핵심 SiC 센서를 개발해 SiC 반도체 시장 진출 및 솔루션 부가가치 창출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훈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이 강연 중이다.

실제 SiC 반도체 센서를 산업현장에 적용한 경우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이 유일하다. GE는 자사 비행기 엔진에 화염감지센서를 부착,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선제적인 엔진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핵심 부품인 SiC 화염감지센서를 GE가 자체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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