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올해 5월, 조기 대선으로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이동통신시장은 조용한 날이 없었습니다. 역대 정권 중 가장 강력한 통신비 인하 정책을 들고 나왔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동통신 서비스를 필수재‧공공재로 규정해 이동통신사 요금 개입을 정당화했고, 이동통신사는 민간기업의 가격 결정권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고 맞섰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중 첫 번째 대책인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20%→25%) 시행을 앞두고 정부와 이동통신사는 팽팽하게 대립했습니다. 소송이라는 단어가 오르내릴 정도로 양 측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지난 8월 이동통신사들은 정부의 안을 수용하기로 결정하면서 9월 15일부터 요금할인율이 인상됐습니다.

이동통신 3사, 실제로 소송할 계획 있었나

이동통신 3사는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을 앞두고 유명 로펌과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관련 고시에 문제가 없는지 법리 검토에 나섰습니다. 당시 가장 적극성을 띈 회사는 SK텔레콤이었습니다. SK텔레콤은 실제 소장 작성까지 마쳐 법원에 소를 제기하기만 하면 될 정도로 준비했다는 후문입니다.

SK텔레콤은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공식에 따라 계산 시 그 비율이 25% 보다 낮다고 정부에 주장했습니다. 과기정통부 고시에서 요금할인율 산출 공식은 ‘이동통신사 공시지원금/가입자당 평균매출(ARPU)’로 명시돼 있습니다. 분자인 공시지원금의 경우 이동통신 3사가 큰 차이가 없으나, SK텔레콤은 분모에 해당하는 ARPU가 타 사 대비 높아 요금할인율 또한 낮게 나왔습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기준 SK텔레콤의 ARPU는 3만5241이었으나, 같은 기간 KT와 LG유플러스의 ARPU는 3만4608원, 3만4614원입니다.

KT와 LG유플러스 등은 적게는 25%에서 28% 수준으로 산출되면서, 3사의 평균치인 25%가 최종 요금할인율로 결정됩니다. SK텔레콤이 막판까지 소송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았던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지난 6월 22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이개호 위원장이 가계통신비 인하 방인을 발표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방통위‧공정위 3종 압박...발단은 ‘BH 보고서’

과기정통부는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을 반드시 시행해야 하는 입장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지만, 새 정부의 첫 번째 가계통신비 정책인 요금할인율 인상이 실현되지 않으면 보편요금제, 취약계층 요금감면 등의 후속 정책 도입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동통신 3사가 과기정통부에 요금할인율 인상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지난 8월 9일,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동시에 실태조사에 나섭니다. 방통위는 이동통신 3사가 약정할인 기간이 만료되는 가입자에게 선택약정 요금할인제도를 제대로 고지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한 점검이었고, 공정위는 요금제 담합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였습니다. 요금할인율 인상을 받아들이라는 정부의 간접적인 압박이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요금할인율 인상을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BH(청와대)에 제출했다”고 귀띔했습니다. 결국 SK텔레콤은 정부의 압박을 못 이겨 소송을 거두게 됩니다.

현 정부의 통신비 인하 의지는 역대 정권보다 확고합니다. 보편요금제 도입, 고령층 요금할인 등 이동통신 3사에게 부담이 되는 정책이 아직 즐비합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상황을 놓고 보면, 정부의 바람대로 통신비 정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동통신 3사가 어떤 전략으로 규제 리스크에 대응할지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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