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오은지 기자]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생산하는 국내 팹리스 업체 A사는 개발은 본사에서 하지만 반도체 칩 생산은 SK하이닉스와 동부하이텍 외주생산(파운드리) 공장을 쓴다. 반도체를 웨이퍼 단위로 생산한 다음 일본과 중국 업체로 보내 개별 칩으로 만드는 패키지 공정을 거친다. 이렇게 생산된 패키지는 삼성전자, LG전자와 중국 전자기업의 공장으로 배송된다. 차량과 항공을 번갈아 가며 제품이 국경을 넘는 동안 통관절차를 두번 거쳐야 한다.

#디스플레이 검사 장비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 B사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공장에 공급할 장비에 쓸 부품을 독일에서 조달하기 위해 발주를 냈지만 제 때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해당 지역 항공사 노동조합이 파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업체가 찾은 솔루션은 전자 부품 및 장비에 특화된 턴키(Turn-key) 방식 물류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다. 신한종합물류는 전자부품 특화 물류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 물류 최적화 컨설팅부터 제품 보관, 운송을 일괄 처리한다.

최춘호 신한종합물류 대표.

중국 청두에서 생산한 제품을 유럽으로 보내는 경로를 예로 들면, 청두에는 비행편이 많지 않아 예약이 쉽지 않다. 제품을 인천항으로 일단 실어 온 뒤 인천공항을 통해 유럽으로 보내면 경로가 하나 더 늘지만 오히려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육해공 운송수단의 실시간 현황을 중소기업이 일일이 파악하기는 힘들다.

최춘호 신한종합물류 대표는 “선박, 항공, 보세운송, 드롭쉽(Drop ship, 물류 대행 업체가 협력사에서 물품을 받아 고객사로 바로 운송하는 형태) 등 전세계 모든 운송수단을 파악해 가장 단시간에,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물류가 이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 설계를 한다”며 “특히 항온⋅항습, 무균, 무진동 운송 등 전자제품 특성을 최대한 고려한다”고 말했다. 일부 장비에 대해서는 장비를 해체해 운송하고 다시 설치하는 서비스도 운영한다.

또 중소 업체들이 놓치기 쉬운 통관 절차를 대행해 위험(리스크)을 최소화한다. 반도체 칩은 국제무역기구(WTO)의 양허세 품목이기 때문에 관세가 없지만 부가세는 부과된다. 시스템인패키지(SiP)는 형태는 칩이라도 모듈로 분류돼 관세가 8% 붙지만 중소 기업들이 이같은 사항을 꼼꼼하게 따져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관세 조사를 통해 적발돼 수억원의 추징금을 납부한 업체들이 있다. 턴키 서비스를 활용하면 이 같은 사항도 일일이 점검할 수 있다.

최 대표는 반도체 패키지 업체인 앰코테크놀로지에서 약 30여년을 근무한 반도체 공급망관리(SCM) 전문가다. 연구개발(R&D)부서를 거쳐 수출입과 물류, 영업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물류 분야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4년 회사를 퇴직 후 물류 전문 업체를 설립했고, 2015년 특수 물류 전문 업체인 신한종합물류와 합병해 대표를 맡고 전자 분야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그는 “각 산업의 물품 특성에 맞는 물류가 필요한데, 전자 업계 중소기업이 이 분야에서 애를 먹고 있는 것을 다수 목격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현재 25개 업체가 자사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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