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중립성 관련 규제를 완화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국내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는 등 인터넷 관련 업계가 망중립성 관련한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망중립성이란 망을 보유하지 않은 사업자도 같은 조건으로 망을 이용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한마디로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인터넷을 동등한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속도 제한과 같은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는 원칙입니다.

고속도로로 비유하자면 편도4차선 고속도로의 1차선부터 4차선까지 달리는 모든 차량은 어느 차선을 이용하든지 상관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1차선만을 ‘패스트레인’으로 정해 그 차선을 이용하는 차량에게만 별도의 비용을 더 받아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게 해 준다면 현재 통용되고 있는 망중립성에 위배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만약 망중립성이 폐지된다면 이동통신사는 유튜브,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인터넷 기반 회사들에게 ‘과도한 트래픽’ 등을 이유로 기존의 망 사용료 외에 추가 요금을 부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됩니다. 이런 이유에서 국내와 미국에서는 이동통신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터넷 기반 업체들은 망중립성 폐지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만약 인터넷 기반 기업들에게 더 많은 요금이 부과되면 그 요금이 소비자에게 전가돼 서비스 이용 요금이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도 발생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게임을 제작하는 게임사들도 망중립성이 폐지된다면 타격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망중립성 이미지 (사진=플리커)

망중립성 관련 게임업계 타격 미미...약간의 부담 발생

망중립성 폐지와 관련해 6일 게임업계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기존에 이동통신사에 지급했던 망사용료 이외의 소폭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는 있겠지만 갑자기 게임 속도가 느려지거나 서비스 제공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입니다.

많은 트래픽을 유발하는 동영상에 비해 게임은 처음 다운로드 받을때를 제외하고 게임을 이용하면서는 큰 트래픽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 등 PC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동시에 서비스하는 게임업체 관계자들은 “게임은 동영상 스트리밍과 달리 인터넷에서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키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을 처음 다운로드 받을때와 업데이트를 진행할 때를 제외하고 게임에서 인터넷 사용량이 증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예를 들어 게임 속에서 유저가 몬스터를 만나 몬스터를 공격했다고 치면 유저가 몬스터를 때렸다는 정보와 유저의 공격으로 인한 몬스터의 에너지 소모가 얼마나 됐는지에 대한 정보가 서버로 가 인터넷에서 이동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인터넷 사용량은 매우 미미한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모바일게임에서 만약 게임으로 인해 데이터 소모가 과도했다면 모바일게임을 사람들이 많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게임업계는 만약 망중립성이 폐지되더라도 이동통신사에 지급하는 인터넷 사용 관련 비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게임 자체가 인터넷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큰 데이터 트래픽을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배경입니다.

물론 게임업계는 이동통신사에 얼만큼의 망사용료를 내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지난해 734억원의 망사용료를 이동통신사에 지급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동영상, 쇼핑, 웹툰을 포함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보다는 게임업체들이 이동통신사에 지급하는 망사용료는 적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합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게임도 인터넷에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업체라서 조금은 부담이 될 것이지만 큰 비용이 아니다”라며 “다운로드때를 제외하고는 다 패킷을 주고받는 것이라서 설사 망중립성 폐지가 되더라도 망 사용료가 크게 높아질거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망중립성 폐지가 게임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까지 미미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픽사베이)

해외 서비스 이용에는 부담 있을 수도

하지만 미국서 망중립성 원칙이 폐지되면 해외 게임 서비스 이용자들이나 해외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게임업체에는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특정 게임사에게 미국 이동통신사들이 과도한 망사용료를 부과하고, 이로 인해 게임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판단이 들어 게임사들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다운로드 속도가 늦어지거나 게임이 느려지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게임사도 서버를 미국에 두고 있을 경우 미국 이동통신사에 지급하는 망사용료가 증대돼 수익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망중립성 폐지를 둘러싼 반발이 많은 만큼 실제로 적용될지는 모르겠지만 국내보다는 미국서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에게는 조금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게임업체도 당장의 피해나 부담이 망중립성 폐지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인터넷 기반 기업은 망중립성 폐지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망중립성 원칙이 지켜지는 것이 국내나 해외나 다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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