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정부가 2019년 상반기 5G 조기 상용화를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통신사간 필수 설비를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정부는 연내 관련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내년(2018년) 상반기로 미뤄졌다. 필수 설비 제공에 부정적이었던 KT가 타 사업자, 정부와 효율적 설비 구축을 위해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통신 필수 설비 공유를 위한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연내에는 구체적인 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별도의 기한을 두지 않고 정책이 완성될 때까지 연구반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관련 제도 개선안은 내년 상반기 중에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5G라는 무선 서비스를 위해 이동통신사간 유선 설비를 공유하는데 필요한 법적 근거가 미비한 상태다.

필수 설비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설비 등의 제공조건 및 대가산정 기준’, ‘전기통신설비 공동구축을 위한 협의회 구성·운영 및 전담기관 지정 등에 관한 고시’ 등 두 가지 고시를 개정해야 한다. 연구반 정책 연구 결과에 따라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야할 수도 있다.

여기에 다수의 필수 설비를 보유한 KT와 이를 함께 활용하기 원하는 SK텔레콤의 입장 차이가 있어 정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필수 설비 공유 이슈는 유선 부문 지배적 사업자인 KT와 무선 부문 지배적 사업자 SK텔레콤 간 이권 다툼도 있어 사업자간 협의도 필요한 사안”이라며 “정책이 마련될 때까지 연구반은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文 정부 국정과제로 ‘5G 조기 상용화’ 추진...필수 설비 공유 목소리 커져

필수 설비는 통신망 구축에 필요한 전주와 관로, 광케이블 등의 설비를 말한다. 2015년도 기준, 전체 필수 설비 중 KT의 보유 설비는 전주 93.8%, 관로 72.5%, 광케이블 53.9%로, 타 사 대비 압도적인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필수 설비가 이동통신사간 공유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된 것은 우리나라가 2019년 상반기 세계 최초 5G 조기 상용화를 계획하면서부터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통신 필수 설비 개념도 (사진=변재일 의원실)

5G는 초고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4G 대비 전송거리가 짧아 조밀한 통신 기지국 설치가 필수다. 그러나 기지국은 교환 설비를 연결하기 위해선 유선망을 구축해야 한다. 이 경우 신규 관로 확보를 위한 굴착이 수반돼 막대한 투자비가 든다. 건물주나 지방자치단체의 굴착 반대에 부딪혀 설비 증설이 지연되거나 불가한 경우도 발생한다. 후발 사업자가 필수 설비 투자를 늘린다고 해서 선두 주자를 따라잡기 어려운 이유다.

또한 모든 이동통신사가 설비를 각자 구축하는 경우 불필요한 중복‧과잉 투자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이는 통신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이에 관로와 전주 등의 필수설비를 5G 유선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와 SK텔레콤 등을 중심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10월 12일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LTE 전국망 구축에 8조원이 들었는데 5G는 10조원 정도가 소요될 것 같다”라며 “필수 설비 공용화가 되면 유선 투자 부분에 있어서 비용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반대하던 KT “협의하겠다” 입장 선회...SK텔레콤과 딜 나서나

KT는 필수 설비 공유에 적극 반대 입장을 취해왔다. 사업자의 설비 투자 의지를 위축시킨다는 우려에서다. 글로벌 사업자와 5G 표준화‧상용화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됐다.

황창규 KT 회장은 지난 10월 30일 과기정통부 종합감사에 출석해 “설비 제공 문제는 투자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국가의 유무선 밸런스를 파괴한다”라며 “국가 기간 인프라를 위축시키다는 위험도 있다. 5G는 설비 제공이 문제가 아니라 기술 선도를 통한 표준화 주도,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이 더 중요하다”라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후 KT는 “효율적인 5G 설비 구축을 위해 정부, 타 사와 협력할 예정”이라고 전보다 완화된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과 정부의 인프라 공유 목소리가 커지면서 더 이상 반대 입장만을 고수하기에는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풀이된다.

KT는 필수 설비를 제공하는 대신 SK텔레콤의 무선 부문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크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KT와 SK텔레콤은 유무선에서 강점을 가진 사업자들이라 하나를 내준 만큼 하나를 받으려고 할 것”이라며 “KT가 필수 설비 공유에 나선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SK텔레콤으로부터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10월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 참석해 5G 필수 설비 제공이 사업자의 투자 의지를 위축시킨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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