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효정 기자] 경북지방우정청장을 몇달간 하면서 직접 집배원 오토바이를 타고 다녀봤다. 전부 알 수는 없었지만 집배원들의 노고를 몸소 체험해 봤다."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말 많고 참견 많은 '현장실습형' 공무원이다. 과거 미래창조과학부 시절부터 부하직원들 힘들게(?)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같이 일하는 후배 공무원들에게는 악명을 자자 했지만, 일 하나는 참 꼼꼼히 잘했다는 평가도 제법 받았다. 기자 역시 그 시절 강성주 본부장을 만나러 가면 최소 30분 이상은 꼼짝없이 잡혀서 업무 이야기를 들어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30일 강 본부장이 우정사업본부장 취임 이후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했다. 몇달 만에 만나는 반가움도 잠시, 어김 없이 강 본부장의 만담이 이어졌다. 집배원 조끼를 직접 착용하고 나타난 강 본부장의 이야기 보따리의 시작은 집배원의 과로문제였다. 집배원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근로 여건을 개선해 안전사고나 자살 문제를 해결하는게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집배원 조끼를 착용한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이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집배원 노동시간 단축 등 처우 개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 본부장은 이를 위해 집배원이 사용하는 오토바이를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물론 시범사업과 현장적용을 위한 테스트 이후 단계적인 교체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정규지 1만6천여명과 위탁/용역 등 계약직을 포함해 2만여명의 집배원들이 전기차가 지급된다면, 국내 전기차 산업에 큰 획을 그을 수도 있다.

실제로 르노삼성의 1인승 전기차 '트위지'와 야쿠르트 전동차 '코코'를 개발한 국내 전기차 업체 등 몇 군데 국내 전기차기업들과 초기 단계의 검토만 한 상태다. 문제는 예산이다. 우체국에서 사용하는 오토바이 1대 구입비는 약 140만원(대량구매 할인 적용). 소형 전기차는 보조금과 지자체 지원금을 받아도 1대당 400~500만원 수준이다. 예산확보를 위해 필요한 사업성과 수립과 4차산업혁명 분야의 정부지원도 필요한 단계다. 또한 배달 업무용 자동차의 한계 탓에 집배 업무에 맞도록 개량하는 작업도 남았다.

강 본부장은 "집배원 오토바이는 위험 요소가 많다. 그래서 1인승 전기차로 바꿔서 안전도를 높이고 업무 효율성도 높이자는 것"이라며 "아직 결정난 것은 아니다. 노조와도 논의하고 업무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조건을 충족한다면 진행을 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만약 우본에 집배원 전기차가 도입된다면, 오토바이 교체수요 시점(3년, 2만km 주행)인 2018년에 상당수의 오토바이 교체수요가 발생한다. 오토바이의 기동성이 필요한 지역은 그대로 운영하더라도, 전체 2만여대의 30%만 교체돼도, 6천여대가 보급될 수 있다. 그리고 공공부문의 레퍼런스 확보 차원에서 국내 전기차 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전기차 뿐 아니라 우본에서는 드론 사업도 추진 중이다. 얼마전 고흥에서 국내 첫 우편물 드론 배달이 시행됐다. 4km의 섬에 드론을 활용해 우편물을 배달한 것이다.

강 본부장은 "고흥 지역 득량도에는 총 57가구 66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 섬에는 하루 53개의 우편물이 배로 배달된다"라며 "마을 이장이 배를 타고 배달을 할 필요 없이, 드론으로 왕복 10분이면 배달이 가능했다. 위험이나 편의성 면에서 효과가 좋다"라고 설명했다.

강 본부장은 이러한 첨단기술을 집배 업무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 우본의 사업성 및 경제성을 놓고 보면 불가능 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그동안 미래를 위한 투자에 소홀했다고 본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기술이 바뀌었다. 우체국도 거기에 맞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날 강 본부장과 기자들의 자리는 이러한 IT 기술과 신기술 적용에 대한 이야기가 반, 그리고 집배원 처우 개선 이야기가 반이었다. 전기차와 드론 역시 집배원 처우 개선과 밀접한 부분이다. 또한 최근 중요한 사회문제 중 하나인 노동자 처우개선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새로운 정부의 노동분야 가치관이 우체국 집배원에게도 긍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강 본부장은 "최근 한 집배원의 자살로 인해 그 유가족들이 고인의 장례를 치르지도 않고 순직 처리를 요구하며 농성을 한 적이 있다. 우정사업본부장으로 첫 발령을 받고 찾아간 곳이 그 곳이며, 유가족들에게 순직처리가 잘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년 초까지 집배원의 노동시간을 하루 한시간 단축하는 등 초과근로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면서 "(사회적 관심이 많은 집배원 문제를) 조심스럽지만 반드시 풀어낼 것이며, 많은 가능성을 보고 대책을 하나씩 준비해 나가면 충분히 풀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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