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단말기 완전자급제(이하 완전자급제) 도입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커지면서 자급제를 법으로 강제하기보다 자급제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9일 정부와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는 내달 8일 완전자급제를 주제로 회의가 열린다. 지난 25일에 이어 두 번째 진행되는 자급제 논의다.

지난 첫 회의에선 완전자급제를 두고 이해관계자 간 입장 차이를 재확인했으나, 법 제정으로 완전자급제를 강제하는 것에 대해선 공통적으로 우려했다. 통신비 인하 효과를 확신할 수 없고, 유통망에 미칠 혼란이 적지 않을 것이란 의견은 한데 모인 것이다.

생존권이 달린 유통망은 결사 반대다. 녹색소비자연대는 그동안 완전자급제 도입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왔으나, 협의회에 참여하는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다른 시민단체와 완전자급제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공통된 의견으로 선회했다.

알뜰폰업계 또한 완전자급제를 법안 도입에 반대했고, 이동통신사와 제조사도 완전자급제의 통신비 인하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냈다. 이에 별도의 법 제정 없이 자급제 비중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기대 효과 (사진=박홍근 의원실)

자급제 비중 왜 높여야 하나

소비자가 이동통신사로부터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결합 구매하는 비중은 90% 이상이다. 중고폰, 해외 직접 구매 단말기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고객이 이동통신사를 통해 휴대폰을 구매하는 셈이다. 반면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정책이슈리포트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시장은 자급제 단말기 비율이 50%에서 6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20년 넘게 단말기와 통신서비스 결합판매 방식이 일반화됐다. 그러나 공시지원금, 장려금, 선택약정 할인, 위약금 등 휴대폰 구매 과정에서 알아야 할 것들이 늘어나는 등 소비자가 투명한 의사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통신서비스 요금은 정부 정책 영향으로 점차 내려가고 있으나 단말기 가격은 올라가고 있다. 자급제 시장이 되면 단말기와 요금 판매가 분리되면서 단말기 가격에 포함된 가격 거품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급제 활성화 방안은

자급제 시장을 활성화 하는 방안은 단말기와 요금제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단말기의 경우 무약정폰(언락폰) 가격을 지금보다 낮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무약정폰은 이동통신 3사로부터 약정으로 단말기를 구매하는 것이 아닌 제조사나 휴대폰 유통점을 통한 구매를 말한다.

무약정폰은 이동통신 3사에서 구매하는 단말기보다 출고가가 높다. 실제로 삼성전자 온오프라인 공식스토어에서 판매되는 갤럭시S8의 가격은 102만8000원으로, 이동통신 3사로부터 구매하는 단말기(93만5000원)보다 10만원 가량 비싸다.

삼성전자의 무약정폰 판매는 ‘삼성전자판매’라는 주식회사가 담당한다. 삼성전자판매는 삼성이 100% 출자해 설립한 전자제품 유통 자회사로 삼성 디지털프라자를 운영한다.

여기서 유통 마진을 붙여 판매하기 때문에 단말기 판매 가격이 높다는 것이 삼성 측의 주장이다. 이동통신사는 단말기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주체여서 삼성 측과 단말기 가격 협의가 가능하고, 소비자에게 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이통사를 통해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무약정폰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자급제 비중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은 언락폰 가격을 잡는 것인데, 정부가 개입할 법적 근거는 없다”라고 말했다.

요금제 측면에선 자급제 고객 전용 요금제 출시도 하나의 방안으로 떠오른다. LG유플러스가 지난 3일 무약정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두 배 주는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6만원대 요금제 기준 데이터 제공량은 11GB(소진 시 속도제한)인데, 22GB로 확대 제공하는 요금제로, 이통사에 이같은 요금제 출시를 독려하자는 주장이다. 이 요금제가 선택약정 요금할인 25%와 혜택이 유사하다면 자급제를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외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가 자급제 스마트폰을 위한 별도의 유통점을 운영토록 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급제 전용 유통채널을 확보해 자급제 시장을 형성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늘리자는 것이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기존 유통 채널 중 일부를 자급제 전문 채널로 전환 운영하면 자급제 시장이 활성화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대형 유통점이 이 역할을 해주면 삼성전자 등과 협상 시 소비자 혜택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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