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새벽0시부터 6시까지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가 시행된지 5년이 지났습니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게임 중독 혹은 과몰입을 막고 잠을 잘 수 있는 수면권 보장이 목적인 제도입니다. 0시부터 6시까지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강제적인 셧다운제는 지난 2011년 청소년의 문화적 권리, 학부모의 교육권 침해 등의 사유로 헌법소원이 제기됐지만 2014년 헌법재판소는 이 제도를 합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제도가 도입 목적만큼 제대로 되고 있는지 짚어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4일에 열린 한국행정학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후원한 셧다운제 관련 정책토론회에서는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됐습니다. 법률적, 산업적, 법사회학적 측면에서 셧다운제 시행 5년이 지난 지금 어떤 식으로 제도가 작동했는지 확인해 보는 자리였습니다.

24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셧다운제 입법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

법리적·산업적·법사회학적 측면서 셧다운제 곳곳 흠결 있어

황승흠 국민대 법학과 교수는 “셧다운제는 비례원칙에 비추어 보면 세부원칙인 적합성, 필요성, 상당성 원칙 모두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평했습니다. 적합성에서는 심야시간 이외의 시간은 제한하지 않기 때문에 총량 제한 효과에 한계가 있고, 필요성에서는 게임법상 선택적 셧다운제가 시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강제적 셧다운제는 여러 수단 중 최소침해 수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상당성에서는 셧다운제로 인해 발생하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 간 합리적인 비례관계인지에 대해 이익형량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조사결과가 부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덕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실질적인 수치를 통해 셧다운제의 산업적 효과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이 교수가 셧다운제 시행 이전에 설립된 107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이전과 이후에 게임사의 매출과 종업원 수 등에서 감소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게임사의 온라인 게임 매출액 비중은 2012년 82.1%에서 2013년 80.5%로 감소했고, 설문 기업의 평균 종업원 수도 2012년 80.3명에서 2013년 75.1명으로 감소했습니다.

법사회학적 측면에서 셧다운제를 연구한 조문석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셧다운제를 통한 ‘게임이용시간’ 제한의 실효성에 대해 집중했습니다. 조 교수는 “심야시간대에 일괄적으로 온라인게임을 차단하는 제도지만 규제의 대상이 실제로 정부가 통제 불가능한 영역인 시간이라는 점에서 과다 일반화된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실제로 심야시간대에 게임을 과다하게 이용하는 학생들은 게임을 이용하는 전체 청소년들 중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고 평했습니다.

모바일게임 이용자 증가로 시장 변화...부정적 낙인효과도 문제

셧다운제에 대해 법리적, 산업적, 법사회학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다고 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은 지적했습니다. 이어 셧다운제로 청소년의 게임 이용 시간이 감소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왔습니다. 게임 이용시간 감소 폭이 작고 셧다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2012년부터는 모바일 게임이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는 시기였다는 것이 배경입니다. 조문석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셧다운제 시행 이전과 이후 게임 이용시간에 변화가 있다고 응답한 조사 대상자는 71.4%로 이용 시간이 감소했다는 22.1%보다 많은 비율을 나타냈습니다.

모바일 게임은 집, 학원, 버스·지하철 안과 같이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 PC온라인게임보다 더 접근성이 높다는 점에서 게임 이용의 또 다른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청소년들이 모바일 게임을 하는 시간만큼 PC온라인게임을 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각종 모바일 게임 이미지 (사진=플리커)

법리적, 산업적, 법사회학적 문제 외에도 셧다운제 시행 자체로 게임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특정 콘텐츠를 제한하는 법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콘텐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황승흠 교수는 “실제로 연구에서도 셧다운제 시행 후 게임이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증가된 것이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실 셧다운제의 실효성 뿐만 아니라 더 어려운 것은 낙인효과라고 본다”며 “게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커지면 좋은 인력이 업계로도 들어오지 않는다”고 토론회에서 밝혔습니다.

여기에 더해 일부 게임업체들은 셧다운제를 비껴가기 위해 온라인게임 개발시 일부러 18세 이상 이용등급을 받기 위해 게임 콘텐츠를 조정하기도 해 오히려 청소년용 게임의 수가 줄어드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소게임업체들에게는 오히려 셧다운제가 게임 개발의 폭을 줄여 또다른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청소년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해 일정 부분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PC온라인게임시장에서 모바일게임으로 게임 플랫폼이 넘어가고,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셧다운제에 대해 심도깊은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으면 합니다. 이제 시행 5년이 지난 만큼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게임업계, 게임 이용자인 청소년을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셧다운제를 되돌아 보는 자리도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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