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찬길 기자] 실리콘 업계가 전기자동차 소재시장 진출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방열소재와 2차전지 음극재 소재를 통해 시장 참여를 준비 중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태양광전지, 반도체 웨이퍼 등 산업용 실리콘을 제조하는 업체들이 전기차용 실리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차내 사용량이 늘어날 전망인 실리콘 소재를 전기차에 최적화 하거나 배터리에서 조금씩 비중이 높아지는 실리콘 소재를 개발한다.

미국 실리콘 업체 다우코닝은 2015년 전장부품용 갭필러(Gap filler)를 출시했다. 이 실리콘 소재는 방열 기능과 동시에 절연 기능을 가지고 있다.

다우코닝이 2015년 출시한 갭필러.(사진=다우코닝)

다우코닝을 비롯한  실리콘 업계는 현재 이 소재를 현재 전기차 배터리 모듈 내부 바인더로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 모듈 내부 바인더로 이 소재를 사용하면 기존 냉각 장치를 제거해 차량 내부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셀을 냉각하기 위해 공냉 또는 수냉장치를 설치한다. 냉각 장치를 제거하면 그만큼 무게가 적게 나가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내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일부 전기차에서는 일반 차량용 실리콘 소재를 사용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반 차량용으로 사용되는 갭필러를 전기차용으로 따로 연구하는 이유는 무게 때문이다. 바인더 수준으로 소량 사용되던 내연기관 차량용과 달리 전기차에서 실리콘 방열소재는 많은 양을 필요할 전망이다. 이에 맞춘 새로운 특성을 가져야 한다.

독일 소재 업체 바커케미칼(이하 바커)은 대량의 실리콘 소재를 필요로 하는 전기차 시장에 맞춘 실리콘 방열소재 개발을 진행 중이다. 현재 유럽 외에도 한국⋅미국⋅일본의 연구소에서 공동 연구 중이다. 실리콘의 절연 특성을 활용한 전기차 내 전선 피복 등으로 사용량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가벼운 실리콘 방열소재를 만들 계획이다.

전기차는 12V 축전지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고전압을 사용한다. 실리콘 방열소재를 배터리 바인더 외에 차량 내부 전선 피복으로 사용하면 절연성을 높여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EV 정격전압은 360V다. 만에 하나 사고가 벌어진다면 인명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업계 전문가는 “실리콘 방열소재는 충전기로부터 전기를 받는 부품부터 모터와 연결된 전선까지 모든 부위에 사용될 전망”이라며 “전기차 내부는 고압의 전기가 지나는 부위엔 열이 발생하는데, 실리콘 방열소재는 방열 기능과 절연 기능을 모두 갖춰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현재 실리콘 방열소재로 배터리 방열기능 및 전기차 내 절연기능을 구현하면 차량 무게가 수십kg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는 결국 차량 주행거리를 줄이는 원인이 된다.

바커는 실리콘 방열소재 생산속도를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높이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양산성을 높여 소재 가격을 낮추고 충분한 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바커케미칼은 각국 연구소들이 공동으로 전기차용 실리콘 소재 연구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바커케미칼코리아 판교 연구소.(사진=바커케미칼코리아)

일본 실리콘 업체 신에츠는 2차전지 음극재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현재 2차전지 업계는 배터리 음극재에 실리콘 소재를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실리콘을 배터리 음극재로 활용할 경우 에너지밀도는 기존 소재 대비 약 4배 높아진다. 그러나 충방전 단계에서 소재가 팽창하며 충방전 수명이 굉장히 짧아진다. 업계는 실리콘 입자를 작게 만들어 다른 소재를 섞어 복합화 시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편으로는 복합화 된 실리콘 음극재를 소재가 적게 사용되는 소형 배터리 음극재에 소량 적용한다. 현재 사용 비중은  3~5%이며, 이 비중은 조금씩 높아질 전망이다.

신에츠는 실리콘 기반 산화물(실리콘 옥사이드)을 적용한다. 나노 크기 입자의 실리콘 소재를 실리콘 옥사이드로 감싸 팽창현상을 물리적으로 막는다. 이 방식은 다른 실리콘 음극재 개발 방식보다 제조 가격이 높다는 점과 초기 효율이 낮다는 단점이 있지만 충방전 수명이 가장 길다.

향후 2차전지 내 실리콘 음극재 비중이 높아지며 자동차용 중대형 배터리에도 이 기술이 적용될 경우, 신에츠는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 현재는 일반 차량용 실리콘 방열소재를 전기차에도 납품하며 소재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실리콘 업계는 향후 10년 동안 전기차 분야에서 성장할 전망”이라며 “해외의 경우 전기차 외에 전기차 무선충전에도 실리콘 방열소재를 사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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