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웅 서플러스글로벌 대표.

지난 5일부터 미국 하와이에서 개최된 ‘국제 테크놀로지 파트너스 컨퍼런스(ITPC) 2017’에서 만난 참가자들의 표정은 유난히 밝아 보였다. 앞으로도 당분간 반도체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ITPC는 1년에 한번씩 전세계 반도체업계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반도체 시장의 미래와 기술동향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하는 자리다. 올해만 반도체 시장이 20% 성장하면서 대부분의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사상최대의 실적, 사상최고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팹)들은 장비∙소재 업체들의 납기 지연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최측인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대표 아짓 마노차(Ajit Manocha)는 현재 4000억달러(약 448조2800억원)인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촉발되는 4차혁명 덕에 오는 2030년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한다는 개막연설로 분위기를 한껏 고양시켰다. 올해는 특히 비메모리 시장이 6% 가량 성장하는데 비해 메모리 시장은 60% 이상 성장이 예상된다. 메모리 업계 대표로 이석희 SK하이닉스의 사장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메모리 기술 비전과 로드맵을 발표하며 쟁쟁한 발표자들 사이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프릿 반 하우트(Frits van Hout) ASML 부사장은 극자외선(EUV) 스캐너의 성능 리포트를 공개하며 EUV 기술의 안정성과 양산성을 과시했다. 퀄컴은 비디오, 모바일 디바이스, 콘텐츠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대처할 5G 이동통신 시장의 비전을 발표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ITPC 2017'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시장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는 약 20% 내외의 빠른 성장을 기대했지만 반도체 팹 생산은 생각보다 중국의 발전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발표자들은 중국시장의 비전과 성장, 국제적 협력을 주창했는데 과장된 통계와 정부 주도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냉담한 시선도 있었다. 

대부분의 발표자들은 인공지능, IoT, 5G, 가상현실(VR), 자율주행차, 클라우드, 콘텐츠, 동영상 증가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트래픽 등 반도체 업계를 둘러싼 다양한 호재들이 서로 상승작용으로 일으키며 반도체 시장이 장기적이고 견조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는 데이터가 제타(Jeta, 10의21승 바이트)에 도달하는 해이며 앞으로도 데이터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이렇게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했지만 한편에서 반도체 장비, 소재 업체들 중 증설을 주저하고 있는 곳도 상당수다. 과거 호황기에 낙관적인 전망으로 증설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호황기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시장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대표들에게 시장 전망을 물어보면 "내년까지는 괜찮을 것 같아요" 라는 답변이 녹음기처럼 나온다. 

키워드

#반도체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