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우리나라 방송과 통신 시장의 질서를 감시하고 정립해야할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5개월째 개점 휴업 상태다. 국회 교섭단체별 방심위 위원 추천 수를 두고 줄다리기하고 있는 탓이다. 이에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위원 임기가 연장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따르면 방심위는 지난 6월 12일 3기 방심위 위원 이임식을 끝으로 휴업 상태다. 정치권에서 4기 방심위 위원 추천 수를 두고 합의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방심위 위원은 총 9명(위원장, 부위원장 등은 호선)으로 구성된다. 3명은 대통령이 직접 위촉한다. 나머지 6명의 위원 중 3명은 국회의장이 국회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해 추천하고, 3명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한다. 국회에서 추천하는 위원이 총 6명이다.

지난 6월 12일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임식 현장. 이후 후임 위원이 위촉되지 않아 방심위가 처리해야할 안건은 쌓여가고 있다. (사진=방송통심심의위원회)

보수, 진보당 양당체제에서는 여당에서 3명, 야당에서 3명을 임명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번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이 의석 수 38석을 확보했고, 보수당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리돼 다당제 구조가 됐다. 최근 바른정당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대거 이탈하면서 바른정당은 교섭단체로서 지위를 잃었으나, 여전히 방심위 추천에 대한 관례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상태다.

방송통신심의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관례로 임명되던 방심위 위원 수가 다당제 하에서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며 “방심위 설치법에도 이 부분이 명확치 않아 위원 선정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방심위 위원 위촉이 지연되면서 처리해야할 방송‧통신 부문 안건은 쌓여가고 있다. 이 중 몰래카메라 삭제, 인터넷 개인방송 콘텐츠 심의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사안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번 방심위 국정감사에서도 개인 음란방송, 자살조장 사이트 등 유해콘텐츠 유통에 대해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방심위 안건 쌓인 13만건에 달하는데 위원들이 위촉되지 못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쌓인 안건이 너무 많아서 졸속 처리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국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업무 공백 최소화를 위해 후임 위원이 오기 전까지 임기를 연장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방심위가 제 역할을 하려면 방송과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전문가가 임명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위원들의 임기가 공백 없이 위임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라며 “새로운 위원들이 임명되기 전까지 기존 위원들의 임기가 잔여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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