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비트코인의 블록사이즈 확대 여부를 가름할 대형 이벤트로 꼽혔던 세그윗2X 하드포크가 결국 '취소'로 결정났다. 세그윗2X 하드포크를 둘러싼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측과 채굴업자 측의 세력 싸움에서 코어 개발자 측이 우세승을 거두면서, 비트코인 분할은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블록사이즈 확대 문제는 언젠가 해결해야 하는 만큼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 하드포크는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달 15일 예정된 비트코인 세그윗2X 하드포크 취소

비트코인 세그윗2X 하드포크는 당초 비트코인 494784번째 블록이 생성될 이달 15일 진행될 예정이었다.

세그윗2X는 비트코인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1MB(메가바이트)에 불과한 블록에 걸리는 노드별 트랜잭션의 처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블록사이즈 확대에 대한 논의로 시작됐다.

비트코인 하드포크 플로우 차트 (자료=코인데스크)

먼저,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측에서 블록사이즈 문제 해결을 위해 세그윗(블록사이즈 자체를 확장 시키기 보다 서명 블록을 따로 분리해 추가 용량으로 사용하자는 방안) 도입을 주장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달 15일 전체 비트코인 네트워크 중 95%가 동의하면 소프트포크를 통해 세그윗을 적용할 예정이었다. 이것이 'BIP(Bitcoin Improvement Proposals, 비트코인 개선제안)141'이다.

이에 반발한 비트코인 채굴업자들은 8월 1일부터 세그윗에 동의하는 노드끼리 세그윗을 진행하자는 BIP148을 발표했다. BIP148은 8월 1일 이후 생성되는 블록을 시작으로 세그윗을 동의하는 블록을 제외한 블록들은 네트워크에서 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세그윗 정책을 공개했다.

여기서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측과 채굴업자들 중 BIP148에 반대하는 세력이 뉴욕에서 회의를 갖고 BIP148 이전의 비트코인 문제 해결 방안이었던 세그윗과 블록사이즈를 2배로 늘리자는 각각의 안을 모두 수용한 BIP91이 나왔다. 이같은 이유로 BIP91은 '뉴욕합의'라고 부른다.

BIP91에 따르면 세그윗2X 하드포크에 앞서 세그윗을 진행하게 되고,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 80% 이상에 세그윗 적용이  이뤄진다면 6개월 내 블록사이즈를 2MB로 확대하는 세그윗2X 하드포크를 단행하게 된다. 비트코인 494784번째 블록 생성 시점이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 80% 이상 세그윗 적용 될 때이며, 날짜로는 오는 15일 세그윗2X 하드포크가 진행될 계획이었다.

앞서 BIP148을 주장했던 채굴업자 중 비트메인의 우지한 대표는 BIP91에 반발해 8월 1일 비트코인 하드포크를 단행하며 비트코인에서 파생된 비트코인캐시(BCH)가 생성됐다.

뉴욕합의에 따라 BIP91가 진행되기 위해서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 80%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채굴업자들을 중심으로 80% 이상의 지지세를 유지함에 따라 세그윗2X 하드포크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다.

여기서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진형은 비트코인캐시가 분리됐음을 이유로 뉴욕합의 이행을 거부하고 나섰다.

비트코인 코어 개발자 진형의 세그윗2X 거부에도 불구하고 채굴업자들의 힘으로 이틀전까지만 해도 80% 이상의 지지세를 이어가며 세그윗2X 하드포크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주요 채굴업자와 핵심 개발자 등이 이탈하면서 결국 세그윗2X 하드포크는 무산됐다.

세그윗2X 핵심 개발자, 채굴업자 이탈로 세그윗2X 하드포크 무산

지난 8일 세그윗2X 하드포크 프로그래밍을 주도하던 핵심 개발자 제프 가직이 세그윗2X 프로그래밍 중단 선언과 함께 가상화폐 전자지갑 업체 비트코(BitGo)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벨쉬, 비트코인 전자 지갑 자포(Xapo)를 만든 웬스 카사레스, 가상화폐 체굴업체 비트메인의 대표 우지한, 가상화폐 지갑 '블록체인'의 설립자 피터 스미스., 가상화폐 거래소 쉐이프쉬프트 대표 에릭 보헤스 등이 세그윗2X 하드포크 진행 중지를 발표했다.

세그윗2X를 지지하는 세력이 66.67%까지 줄어들었다. (자료=코인댄스)

그 결과 그동안 세그윗2X 하드포크를 지지했던 지지세가 80%이하로 내려가며 자연스럽게 세그윗2X는 무산됐다.

궁극적으로 비트코인의 거래 문제를 해결할 세그윗2X가 무산됨에 따라 당분간 비트코인의 블록사이즈는 1MB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트코인 거래 체결 문제는 상당 기일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하며 거래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문제는 1MB로 제한된 블록사이즈 문제로 현재 1비트코인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5000원~8000원 정도의 수수료를 더해야만 가능한 수준이 됐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측에 따르면 높아진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빠른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앞으로 블록사이즈 확대 문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비트코인의 향후 진로는?

김익환 코인네스트 대표는 "현재 비트코인의 거래 지연 현상은 비트코인 블록사이즈가 늘어나지 않는 한 해결이 불가능한 본질적인 문제"라며 "블록사이즈를 확대를 골자로 한 세그윗2X 하드포크가 무산된 만큼 비트코인 거래에 있어서 계속된 불만이 쌓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블록사이즈 확대가 필수인 만큼, 이번 세그윗2X가 무산 됐다고 하더라도 추후 언제라도 블록사이즈 확대를 위한 하드포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세그윗2X 하드포크가 무산됨에 따라 시장의 반응은 일단, 비트코인이 추가로 쪼개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도해 하는 모습이다. (이미지=비트코인AG)

비트코인 세그윗2X 하드포크가 무산됨에 따라 시장의 반응은 일단, 비트코인이 추가로 쪼개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안도해 하는 모습이다.

세그윗2X 무산 소식과 함께 비트코인의 가격은 한때 7737달러까지 급등하며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반면, 세그윗2X 이후 기존 비트코인(BT1)에서 분리돼 나올 세그윗2X 적용된 비트코인(BT2)의 에어드롭을 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그동안 비트코인를 보유했던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김익환 대표는 "세그윗2X 하드포크가 완전 무산됐다기 보다, 블록사이즈 확대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만큼 잠시 뒤로 미뤄졌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한 것"이라며 "당분간 비트코인 커뮤니티에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겠지만, 블록사이즈 확대를 위한 지지 세력이 모이는 대로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애초에 예정된 15일 하드포크 시점에 BCH와 같이 하드포크를 전격적으로 진행하는 세력이 나타날 수 있다"라며 "비트코인의 가격이 혼란한 상황에서 소폭 하락할 가능성은 있지만, 큰 폭락까지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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