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글로벌 IT 시장에서 클라우드는 기업들의 생존을 위해서 더이상 피할 수 없는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국내에서는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이전) 비용과 개인정보 유출, 보안 등 다양한 이유로 지체되고 있다.

윤진석 여기어때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직접 온프레미스에서 IT 인프라를 관리할때보다 클라우드로 전환 후 훨씬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했다"라며 클라우드 도입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5월 자사의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이전한 여기어때의 윤진석 CTO와 강남구에 위치한 위드이노베이션 본사에서 지난 3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진석 CTO는 스스로 '개통령(개발자들의 대통령)'이라고 부를 정도로 평범한 개발자가 아니다. 보통의 여타 기업들의 CTO와 달리 학사 출신에, 길고긴 백수 생활도 경험했으며, 취미로 프로그래밍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다 오픈소스 진형의 한축을 이루고 있는 아파치 소프트웨어 재단(ASF) 소속의 300여명의 핵심 개발 맴버가 됐다. 이후 오라클을 비롯해 NHN, 삼성전자 등 국내외 굴지의 IT 기업에 핵심 엔지니어로 경험을 쌓았다.

특히 윤진석 CTO는 ASF의 오픈소스 프로젝트 '하마'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 탑 티어급 오픈소스 개발자로 손꼽힌다. 아파치 하마는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프레임워크이다.

여기어때는 O2O 숙박업체 중 가장 발빠르게 자사의 모든 서비스를 클라우드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뤘다.

윤진석 여기어때 CTO가 클라우드와 AI 도입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윤진석 CTO는 "고객 정보를 비롯해서 모든 여기어때의 데이터를 아마존웹서비스(AWS)로 이전했다"라며 "기존 온프레미스와 달리 클라우드는 IT 인프라 확장에 있어서 큰 이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여기어때는 지난 5월말 클라우드 전환을 시작해, 7월 모든 서비스와 사내 업무 환경을 이전 완료 했다.

윤진석 CTO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는 데이터베이스(DB)를 확장해야 한다면 직접 IT인프라인 서버를 구입해서 내부 공간에 이동 후 SW 설치 작업 및 연동을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뿐만 아니라, 물리적 시간과 불필요한 개발 인력도 소모된다.

예컨대,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데 빼빼로데이가 가까워 올수록 고객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게 난다면, 운영자 입장에서 몰려드는 고객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어떠한 방법을 써야할까? 기존 방식이라면 벽을 허물어 추가로 슈퍼마켓의 판매 공간을 넓혀야 한다. 하지만 벽을 허물고 공간을 넓히는 기간이 하루이틀 되는 것도 아니고, 그 기간동안 고객을 받지 않을 수도 없다.

클라우드를 활용한다면, 슈퍼마켓의 물리적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기 보다 주문만 받을 수 있는 공간만을 마련해 빼빼로를 구입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바로 상품을 보내주는 것이다. 일종의 가상화를 이용하는 것.

윤진석 CTO는 "클라우드를 활용한다면, IT 인프라의 확충이 필요할때 물리적인 확장 공사를 할 필요없이 클라우드에서 이용 공간을 클릭 한번으로 늘리면 된다"라며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은 전세계에서 아마존에 들어오는 고객들을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클라우드를 고안하게 됐고, 이러한 서비스를 기업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클라우드'"라고 말했다.

최근 여기어때는 연구개발(R&D) 부서를 구성하고, 개발자 채용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50여명의 연구 개발 엔지니어를 올해말까지 100여명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윤진석 CTO는 "R&D센터를 통해서 현재 여기어때 서비스 확장성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급속도로 사업이 커지면서 발생한 '기술부재' 현상을 제거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어때가 새롭게 추가하는 엔지니어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위한 데이터사이언티스트들과 AI 개발 인력에 집중되고 있다.

윤진석 CTO는 "지금까지 상점을 확장시켜 나가는 작업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영리한 판매사원을 고용해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빅데이터 분석과 AI이 영리한 판매사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어때는 기존 챗봇 서비스인 '알프레도'를 대신해 새로운 컨시어지(안내인) AI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또한 여기어때 플랫폼을 통해 기록되는 사용자 리뷰를 AI가 분류해 악성 리뷰나 베스트 리뷰 선정도 하게 된다. 여기에 이미지 분석 AI를 통해서 사용자 위주의 최적의 이미지를 대표 이미지로 선정해주고 계절, 상황, 시기에 맞는 이미지를 AI가 자동으로 교체해 주는 서비스도 연구 중이다.

윤진석 CTO는 "빅데이터와 AI 국내 개발자를 뽑고 싶어도 쉽게 뽑을 수 없을 정도로 고급 개발자는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경험있는 고급 개발자를 찾는 것은 그 사람이 갖고 있는 경험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빅데이터나 AI 등은 나온지 얼마 되지 않는 관계로 고급 개발자가 많이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력직을 굳이 뽑을려고 하기 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나 상황 적응 능력이 출중한 신입 개발자들에게 기회를 주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윤진석 CTO는 "우리나라의 개발환경은 개발자들의 의견이 존중받기보다 기업내 경제논리, 경제논리에 따라 좌우된다"라며 "삼성전자를 나와 여기어때를 선택한 것은 개발자들이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다양한 기술을 개발할때 자신들만의 철학을 갖고 연구·개발을 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CTO라는 개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 개발자들 중심의 기업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진석 CTO는 "지난 3월 여기어때 CTO로 처음 오자마자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안 취약점 등 내부 시스템 재구축 및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했다"라며 "현재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심사를 진행 중으로 고객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보다 안전한 환경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어때는 지난 3월 내부 전산망 해킹으로 가입 회원 93만여명의 개인정보 341만건이 유출됐다. 지난 9월 8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위드이노베이션에 대해 과징금 3억100만원, 과태료 2500만원, 책임자 징계권고 등 강도 높은 행정처분을 결정했다.

윤진석 CTO는 "ISMS를 준비하면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제공하는 무료 점검 등을 통해 여기어때 전체 데이터를 대상으로 시큐어코딩을 진행했고, 현재는 발견됐던 모든 문제는 해결됐다"라며 "보안의 경우 시스템의 문제보다 인재에 가까운 만큼 관리해야할 대상을 주기적으로 체크하며 문제 요인을 제거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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