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비트코인이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지칠줄 모르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의 상승 원인에 대한 분석들이 분분한 가운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와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두가지로 오는 15일 예정된 '비트코인 세그윗2X 하드포크'와 올 연말 '비트코인 선물 상품 출시 가능성'으로 모아졌다.

원인1. 오는 15일 비트코인 세그윗2X 하드포크

방준호 코빗 부사장은 "단기적으로 세그윗2X 포크가 비트코인 상승에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비트코인이 가상화폐 중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지면서 자금이 쏠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세그윗2X 하드포크까지 남은 시간 (자료=코인댄스)

비트코인 세그윗2X 하드포크가 발생한다면, 이전 하드포크와 유사하게 파생된 또 하나의 코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 8월 1일 비트코인 블록 사이즈 문제를 두고 대형 채굴업자들의 의견 충돌로 비트코인 하드포크가 발생하면서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캐시(BCH)로 분리됐다.

비트코인과 BCH의 하드포크 분리 당시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 측은 양 코인을 모두 지원하기 위해서 에어드롭을 진행했다. 에어드롭은 특정 코인을 무료로 지급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BCH가 생겨난 1차 하드포크때 가상화폐 거래소 측이 7월 31일까지 보유한 비트코인 수량만큼 BCH를 에어드롭 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하드포크 직전까지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비트코인 1차 하드포크(8월 1일) 전·후 가격 변화 (자료=코인마켓캡)

글로벌 가상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의 자료에 따르면 하드포크가 발생하기 보름전인 7월 16일 1880달러에서 하드포크 발생 시점인 7월 31일 2880달러로 1000달러가 급등했다. 당시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이같은 현상을 신규로 생성되는 BCH을 무료로 얻기 위해 비트코인으로 자금이 몰린 것이라고 상승 원인을 지목했다.

이번에도 세그윗2X 하드포크가 발생하면 BT1(기존 비트코인)과 BT2(세그윗2X 적용 비트코인)으로 나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거래소 중 코인네스트는 이미 BT1과 BT2를 모두 지원한다고 공개했다. 전례를 비춰보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코인원, 코빗 등도 BT1과 BT2를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세그윗2X 하드포크 이후 생겨날 BT1, BT2의 선물 거래 모습 (자료=비트피넥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피넥스는 이미 BT1과 BT2의 선물 거래를 시작했으며, 코인네스트도 3일 정오부터 BT1과 BT2 선물 거래를 개시할 예정이다.

조원선 코인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재 세그윗2X를 두고 개발자 진형과 채굴업자 진형이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라며 "초기에 채굴업자들이 제시한 세그윗2X로 의견이 쏠리면서 분리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세그윗2X를 지지하는 세력 중에 이탈하는 세력이 발생하면서 현재 BT1과 BT2로 분리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전했다.

세그윗2X 지지(붉은 선)하는 세력이 약 83%에 달하고 있다. (자료=코인댄스)

비트코인 전체 블록 네트워크 중 세그윗2X(채굴업자 진형, BT2)을 지지하는 비중은 83.33%이며, 세그윗2X를 반대하는 진형(코어 개발자 진형, BT1)은 약 16.67%를 나타내고 있다.

조원선 COO는 "세그윗2X 하드포크를 앞두고 비트코인이 2개로 분리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며 "비트코인캐시와 비트코인골드 때와 마찬가지로, BT1과 BT2로 분리된다면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동일한 수량의 코인을 에어드롭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상화폐 투자자들도 이를 기대하며 비트코인에 자금이 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인2. 시카고 선물거래소(CME)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 출시 계획

신원희 코인원 COO는 "세그윗2X 이슈 말고도, 최근 비트코인이 급등한 것은 시카고 선물거래소(CME)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CME에서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개인이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과 달리 앞으로 기관이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세그윗2X 이슈로 인해 비트코인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던 것은 사실이나, 최근 이틀간 급등한 원인은 지난 31일 CME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 출시 계획 발표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라는 설명이다.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이뤄질 가상화폐 거래소 '크립토 퍼실리티즈' 홈페이지

신원희 COO는 "CME의 비트코인 선물 상품 출시는 기관들이 개인에게 투자금을 받아 그 자금을 갖고 비트코인에 투자하겠다는 것"이라며 "기관들이 운용하는 펀드들은 기본적으로 200억원이 넘어가는 만큼 실제 선물 상품이 나온다면 막대한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CME는 시카고를 거점으로 둔 세계 제2위의 선물거래소로 미국 전체 선물 및 옵션 거래량의 약 37%를 처리하고 있다.

선물 거래는 장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할 것을 현재 시점에서 약정하는 거래로, 쉽게 말해 미래에 상승할 가치에 투자하는 것이다.

예컨대 비트코인의 1 선물 가격이 100포인트이라고 했을때, 1 선물 가격이 90포인트로 하락한다면 10포인트에 해당하는 만큼 손해을 입게 되고 110포인트로 상승한다면 10포인트만큼 이익을 얻게 된다. 물론 선물 거래에 있어서  증거금과 마진콜, 정산, 기준가 등 다양한 요소가 개입되기 때문에 상품에 따라 가격 결정 방법은 천차만별하다.

이번에 CME가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비트코인 선물은 현금으로 이뤄지며,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 소재의 가상화폐 거래소 '크립토 퍼실리티즈(Crypto Facilities)'와 제휴를 통해 만들어진 'CME CF 비트코인 레퍼런스 레이트(BRR)'를 비트코인 지수로 활용될 전망이다.

테리 더피 CME그룹 회장이 올 4분기 중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도입할 계획이라며 금융 당국과 승인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만큼 미국 선물 상품의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판단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 변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원희 COO는 "CME그룹이 발표하기 이전부터 선물거래소나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선물 상품을 준비 중이었다"라며 "윙클보스 형제가 설립한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 트러스트가 추진한 비트코인 선물 거래 계획이 CME에서 통과된 것으로 아직은 한곳에 불과하지만, CFTC에서 통과된다면 미국을 시작으로 빠르게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확산되면서 비트코인에 더욱 많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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