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된 가운데 이해진 전 의장에게 기다렸다는 듯 그동안 논란이 됐던 질문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증인 질의가 끝날 때 쯤에는 호통과 질책만 이어지던 과방위 국감과는 달리 격려, 당부도 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31일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감의 일반증인 질의시간에서도 주인공은 역시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었다. 이날 이 전 의장은 참석한 일반 증인 가운데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다. 

정무위 국정감사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이 전 의장에게 미래에셋 자사주 맞교환, 네이버 광고 표시 및 독식 문제, 검색시장 지배력, 골목상권 침해 등의 질문을 쏟아냈다. 전날 진행된 과방위 국감에서 나왔던 질문들과 상당 부분 겹쳤으나 그럼에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31일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 증인 선서를 하고 있는 모습

질책이 이어지던 초반 분위기와는 달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으로 이 전 의장에 대한 발언이 당부와 격려로 바뀌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국내에서는 골목상권 침해, 시장지배력 남용 등에 대해 비난을 받고 있는 네이버가 또 다른 면에서는 국내 인터넷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하는 주요 IT 대기업이기 때문에 미래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질책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이 전 의장도 마지막 증인 자유발언을 통해 인터넷 생태계는 국내가 아닌 글로벌 차원으로 봐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인터넷은 국경이 없는 사업이기 때문에 언제 해외사업자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둔의 총수'라고 불리는 이 전 의장이 그동안 국정감사에 불참석한 것에 대한 비난은 피할 수 없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에 채택됐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출장으로 이를 회피하는 것은 재벌 총수의 안하무인한 의식"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이 전 의장은 과방위, 공정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되었으나 '해외출장'을 이유로 모두 불참석했다. 

이에 이해진 전 의장은 "지난번에는 유럽에 투자 건이 있어 마무리를 하느라 참석할 수 없었다"면서 "이번에 일정이 되어서 참석하게 됐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네이버-미래에셋 자사주 맞교환, "경영권방어 꼼수 아니냐"

이날 네이버와 미래에셋대우가 자사주를 맞교환한 것에 대해 경영권 방어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용진 의원은 "자사주 맞교환의 경우 선진국은 주주평등 비율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고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면서 "특히 네이버는 자사주 맞교환에 처분 기한 제한, 서로의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에 대한 제한을 뒀다"고 비난했다.

이어 "네이버는 준대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자사주 맞교환을 실시했다"면서 "공정거래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해진 전 의장은 "올해 2천억원을 금융에 투자했고 자사주 매각도 불사해야 했다"면서 "많은 투자를 해야 회사가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네이버를 총수있는 기업으로 지정해 다행이지, 그러지 않았더라면 네이버를 시작으로 자사주 맞교환으로 기업의 지배력 확대를 노리기 위한 숱한 대기업의 꼼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해진 "네이버페이, 필요하다면 담당자가 탑재하는 방안 검토가능"

이 전 의장은 네이버 쇼핑 서비스 외에 기타 페이 서비스 또한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네이버쇼핑에서는 간편 결제 수단으로 '네이버페이'만을 우선노출하고 있으며, 기타 수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야 한다. 

네이버 페이와 관련해 공정위의 조사계획에 대해 김상조 위원장은 "서울사무소로 관련 사건이 접수됐다. 현재 자료청구 단계로, 정리되면 본부에서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진 전 의장은 네이버가 네이버쇼핑에 간편결제 수단으로 네이버페이 외에 다른 간편결제 도입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담당자가 (기타 간편결제 수단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네이버의쇼핑 광고가 일반 쇼핑 판매 서비스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이해진 전 의장은 "쇼핑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광고, 상품판매가 비슷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광고 표시는 해외 방식과 근접하도록 했다. 글로벌 기업들처럼 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부동산 CP, 다른 포털에 정보 못 올려...이해진 "잘못된 것"

네이버가 자사의 부동산 서비스에 매물을 올리는 콘텐츠 제휴사(CP)에게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는 내용의 계약을 요구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2016년 네이버 부동산은 CP들에게 다른 포털 업체에 매물 정보를 올리지 못하도록 배타적인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네이버의 이러한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진 의장은 곧바로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잘못된 방향이라고 본다"며 인정했다. 

네이버 검색시장 지배력 남용...이해진 "구글과 비교해야"

이날 네이버가 검색시장의 지배력을 활용해 광고를 독과점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내 전체 광고 시장 중에서 11조원 가운데 3조원을 네이버가 차지, 이는 신문 방송 등 언론의 광고비용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해진 전 의장은 구글은 "국내에서 점유율이 낮기 때문에 네이버가 주 공격 타겟이 되고 있다"면서 "구글이 1등인 나라에 가면 비슷한 문제가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글코리아가 깨끗해 보이지만 구글이 1등인 나라에 가면 다르다"면서 "구글이 하는 것을 저희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31일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이 자유 발언을 위해 손을 든 모습.

동의의결서따라 소상공인위한 신규사업 진행해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2014년 네이버가 동의의결을 하면서 그 중에 하나로 140억원 상당의 소비자후생제고사업을 하기로 했다. 기존에 네이버가 하던 사업이 아닌 신규사업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공정위와 합의했다. 하지만 현재 신규사업이 아닌 기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전 의장은 "성실하게 실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면서 "소상공인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 의원은 김상조 위원장에게 "네이버는 동의의결을 한 첫 사례다. 첫 사례일수록 꼼꼼하고 면밀하게 되어야 하는데 속기록 봤을 때 제대로 된 내용을 검토하지 않은 채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동의의결 사안에 대한 전체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무위 차원에서 감사원에 감사청구할 것을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김상조 위원장은 "정확하게 살펴보겠고 과거문제, 미래개선문제에 대해 촘촘하게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이해진 "인터넷 시장, 글로벌 관점서 봐달라"

이해진 전 의장은 인터넷 시장 경쟁 상황을 국내에만 국한되어 볼 것이 아닌 글로벌적인 차원에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언제 해외 사업자에게 지금의 자리를 내어줄 지 모르기 때문에 국내 기업끼리 힘을 모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해진 전 의장은 "국경이 없는 인터넷 시장은 우편시장과 달리 글로벌로 봐야한다"면서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 등 콘텐츠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하고 있다. 인터넷에는 국경이 없기 때문에 이를 따라잡으려면 국내 기업과 제휴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싸이월드가 사라지면 그 수익이 신문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이 전 의장은 "페이스북, 구글이 어마어마하게 벌고 있다. 세금을 안내고 트래픽에 대한 비용도 안낸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럽에서 본 것은 유럽, 중국은 미국 기업에 살아남기 위해 자국 기업이 경쟁할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법을 만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시장을 볼 때 인터넷은 세계시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상조 "네이버, 책임에 걸맞는 노력 보여주길 기대"

이날 강한 질책이 주로 오가던 초반 분위기와는 달리 또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김상조 위원장을 비롯해 국감에 참석한 의원들이 이 전 의장에게 네이버가 미래산업을 이끄는 기업으로써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이끌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네이버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서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네이버 측에서 이에 상응하는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것은 네이버는 인터넷 플랫폼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플랫폼은 미래의 산업이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네이버를 비롯한 인터넷 플랫폼 생태계를 고려할 때 단기적인 효율성도 중요하고 여러 갑을, 시장지배적 위치 남용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장기적인 효율성 관점에서 우리사회 전체가 신중하게 고민해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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