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 현장. 국회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요구가 거센 만큼, 이날도 국감장에 등장한 첫 단어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였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가 결합된 현재의 제도를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단말기는 단말기대로, 통신서비스는 통신서비스 대로 경쟁토록해 두 부문의 가격을 모두 낮출 수 있는 제도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가 지난 6월 이후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국민의 체감 통신비 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단말기의 높은 가격으로 비난의 화살이 옮겨졌고, 이는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이들은 기대만큼 단말기 출고가와 통신요금이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국감에서는 이를 증명하는 증언이 나왔다.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왼쪽부터)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황창규 KT 회장

증인으로 참석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기준가는 우리가 정하지만 소비자 가격은 이동통신사들이 정한다”라며 “한국과 해외에서 동일한 제품에 대해서는 같은 가격으로 운영하고 있고, 우리가 컨트롤 할 수 없다”고 전했다.

“스마트폰 출고가는 이동통신사와 삼성전자 중 누가 결정하냐”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고 사장은 “현재 시장 상황이 한국과 해외에서 동일한 제품에 가격 차이를 둘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라며 “갤럭시노트8 64GB의 경우 유럽과 미국보다 우리나라의 소비자 가격이 더 낮다. 갤럭시노트7 사태에 죄송한 마음이 있어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즉,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가격은 특정 국가 정책에 따라 변동되는 것이 아니란 의미다.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5%에 불과하다. 이를 감안하면 삼성이 국내에서만 단말기 가격을 내릴 가능성이 없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를 파악한 과기정통부는 12일 국정감사 이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단말기 완전자급제의 실효성 보다는 소비자 피해 등 부작용이 더 큰 상황이라고 보고한 사실이 이날 국감에서도 드러났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은 이를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몰고 갔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단말기 출고가와 통신요금이 내려갈 것이란 국회의 막연한 기대는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준다. 그러나 국감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 논의가 거듭될수록 그 기대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더 커지고 있다. 있지도 않은 가격 인하 효과를 주장하기보다 이동통신 3사와 제조사의 담합 의혹을 해소하고, 단말기 유통 시장을 투명화하기 위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이날도 단말기 완전자급제 찬성을 외친 의원들은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로부터 “단말기 완전자급제 취지는 공감한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을 얻어냈다. 이는 20여명에 달하는 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할 수 있는 최선의 답변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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