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 27일 애플의 아이폰8과 아이폰8플러스가 국내에서 이통3사를 통해 예약판매가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휴대폰 판매점과 대리점에서 전작인 아이폰7에 비해 아이폰8의 반응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폰8이 아이폰7에 비해 성능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데다가 출고가가 올랐기 때문입니다. 256GB 용량 기준으로 아이폰7과 아이폰8의 미국 출고가는 849달러(한화 약 96만원)로 같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이폰7이 113만8000원, 아이폰8이 114만29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됐습니다. 여기에 아이폰X에 대한 기대 수요와 아이폰8의 배터리 스웰링(팽창)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아이폰8의 인기는 시들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통사들이 아이폰8의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예전보다 강화했다는 것입니다.

먼저 보상 프로그램 비용이 저렴해졌습니다. 아이폰7 출시 때 SK텔레콤의 보상 프로그램 월 요금은 32GB(기가바이트) 모델은 4900원, 128GB모델은 7900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8(64GB/256GB)의 경우 월 이용료가 3190원으로 저렴해졌습니다. KT에서 아이폰7의 중고폰 보상프로그램 월 이용료는 2300원이었지만 아이폰8 보상 프로그램의 월 이용료는 1500원(12개월)과 1100원(18개월)로 가격이 내려갔습니다. LG유플러스에서 아이폰7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의 월 이용료는 5000원이었지만 아이폰8의 경우 월 2200원으로 인하됐습니다.

특히 KT의 경우 아이폰8 출시를 맞이해 통신사 상관 없이 기존 아이폰시리즈를 매입하는 프로모션도 다음달 17일까지 진행합니다. 아이폰5S부터 아이폰7까지 출고가의 50%수준인 최대 50만원을 포인트로 보상받아 단말할인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불어 KT는 아이폰 교환 프로그램을 기존 1년 뿐 아니라, 1년6개월 프로그램까지 도입해서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아이폰8시리즈 (사진=애플)

그렇다면 이통사는 확대된 중고폰 보상프로그램을 아이폰8에만 지원하는 것일까요? 바로 아이폰8의 반응이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선호가 두드러지는 한국 시장에서 아이폰X의 대기 수요로 아이폰8의 반응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며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 등을 강화한 것도 이를 통해 판매를 더 늘리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 점이 있습니다. 판매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아이폰8시리즈의 물량을 들여오지 않으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애플과 이통사와의 관계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말합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힘의 논리 상 애플이 원하는 물량을 국내 이통사는 다 들여와야 한다”며 “이를 거절할 경우 국내 이통사는 아이폰X나 그 이후 아이폰시리즈의 물량 수급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일단 이통사가 아이폰8을 매입했는데 이 물량이 팔리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부담은 이통사만 지게 됩니다. 오래된 구형 스마트폰이 공시지원금이 올라가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재고 처리를 위해서 단말기의 출고가를 내릴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제조사가 그 차액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애플은 삼성전자와 달리 차액을 지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관계자들은 전합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이통사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이폰8을 많이 판매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아이폰X이 국내에 언제 출시될 지 모르기 때문에 아이폰8을 먼저 구입하고 나중에 보상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폰X 등 최신 아이폰으로 바꾸라는 마케팅을 펼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가 점점 굳건화되면서 삼성과 애플의 힘이 더 세지는 형국입니다. 이통사들이 아이폰8의 중고폰 보상프로그램 등 혜택을 강화하는 것도 제조사와 이통사의 힘의 논리가 숨어있습니다. 아마 아이폰X이 출시될 쯤에는 이통사들 서로 물량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 또 다른 시도와 노력을 할 것입니다.

자료=이통3사 취합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