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다음달 14일부터 국내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는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개발사 펍지주식회사)의 국내 PC방 서비스를 놓고 여러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의 PC방 과금 문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 접속해 3만 2000원을 내고 게임을 사야 한다. 다음달 14일부터는 스팀 뿐만 아니라 카카오게임즈에서도 동일한 가격에 패키지 게임을 사서 구입할 수 있다. 현재 패키지 게임을 사야만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 할 수 있는 구조는 다음달 14일부터는 바뀌게 된다.

카카오게임즈가 배틀그라운드 국내 서비스 회사가 되면서 PC방에 가면 패키지 구입 없이 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국 1만 2000개 다음게임 프리미엄 PC방에 방문하면 배틀그라운드를 패키지 구입 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전국 대부분의 PC방이 다음게임 프리미엄 PC방으로 지정돼 있어 PC방에 가면 무료로 배틀그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마치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넥슨의 피파온라인3,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즈(LoL), 블리자드의 오버워치처럼 말이다.

현재 PC방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대부분의 PC온라인 게임 관련 비용은 한 PC방에서 플레이된 특정 게임의 총 시간에 대해 PC방이 게임사에 시간당 200원 가량의 사용료를 내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어 ‘가’ PC방에서 특정 게임이 100시간 플레이됐다면 2만원이 그 게임을 서비스하는 ‘나’라는 게임사에 지급되는 방식이다.

현재 PC방 업계가 기존의 온라인 게임 과금 방식으로 배틀그라운드를 서비스하려는 카카오게임즈에게 불만을 갖게 된 가장 큰 배경으로는 이 게임을 PC방에 와서 플레이를 하는 사람 대부분이 이미 스팀 패키지 구입을 통해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국내서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하고 있는 사람들은 130만명인데 이미 스팀을 통해 패키지를 산 후 PC방에서 플레이를 해 PC방 게임 점유율 25%에 올라 있기에 PC방 업주 입장에서는 현 상황을 유지하고 싶다는 것이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가 24일 배틀그라운드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발언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플레이 화면

게임사 “대부분 온라인 게임 적용 방식” VS PC방 업계 “부담감 커진다”

배틀그라운드의 PC방 과금 문제에 대해 게임사들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PC방에 게임을 무료로 설치를 하고 대신 가맹 PC방에 대해 혜택을 줌으로써 이에 대한 정당한 수입이라는 것이다. 서든어택의 경우 PC방에서 플레이를 할 시 PC방에서만 구입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제공해 사용자들에게 혜택을 줬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온라인 게임을 특정 게임사의 가맹 PC방에 와서 플레이를 하게끔 만드는 것인데 이에 대한 사용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네오위즈,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 뿐만 아니라 외국 게임사인 라이엇게임즈, 블리자드도 PC방에 무료로 게임을 설치하고 게임별로 시간당 200원대의 사용 요금을 받는다”며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 사용에 대한 대가를 받음과 동시에 PC방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한 대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에서 적용되는 PC방 과금 방식이어서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PC방 업계는 이로 인해 본인들의 수익이 줄어듬과 동시에 게임 유저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예를들어 시간당 PC방 사용료가 1000원이라면 시간당 200원 정도의 사용료를 PC방 업주들이 부담해야 하는데 1000원을 유지하면서 게임을 서비스하면 PC방의 수익이 줄어들고, 1200원로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이유에서 PC방끼리의 경쟁이 심화되다 보면 결국에는 200원을 자체적으로 부담할 수 있는 PC방에 사람들이 몰려 그렇지 못한 PC방 업주들은 피해를 본다는 논리다.

여기에 더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사례에서 보듯이 패키지 게임을 PC방에서 구입을 했는데도 시간당 200원 가량의 사용료를 PC방 업주들이 내야 하는 경우에는 PC방 업주 입장에서는 ‘이중과금’이라는 논리도 펼 수 있다.

서울 관악구의 한 PC방 모습

게임사-PC방 과금 둘러싼 논란 왜 끊이지 않는가

게임사와 PC방 사이에 게임 사용료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장 큰 배경으로는 PC방 업계의 생존이 꼽힌다. 자영업자 폐업 비율이 60~70%대로 높은 현재, PC방 창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려는 사람들끼리의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수익을 내기 위해 PC방 업주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PC방 사용료가 PC방 설립이 활발했던 1999년의 시간당 1500원 수준이 20여년이 넘게 오르지 않고 있고 오히려 시간당 1000원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 PC방 업주들이 사업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PC방 내 푸드카페 등으로 수익을 내려고 하는데 게임사들에게 지불하는 시간당 사용료 지불 부담까지 커지면 PC방 업주들은 생존의 문제까지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블리자드와 넥슨을 불공정거래행위로 신고한 상태다. 협회는 지난 8월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이중과금 문제와 넥슨의 고가 게임료 부가 등을 이유로 두 회사를 신고했다. 당시 김병수 협회 중앙회장은 “두 회사의 불공정거래행위 신고를 통해 게임회사로부터 영세소상공인인 PC방 업계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협회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접수된 신고에 대해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는 알려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라며 “담당부서에서 중간 브리핑 혹은 최종 판단을 했을 때 관련 상황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게임사-PC방 업계 상생 전략 필요

업계는 게임사와 PC방이 함께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PC온라인 게임 시장의 저변 확대를 게임사와 PC방이 함께 만들어 왔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배틀그라운드를 둘러싼 PC방 과금 논란도 순조롭게 마무리 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실 게임사와 PC방 업주들간에는 공생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맞다”며 “좋은 게임이 나오고 그 게임이 최적의 환경에서 플레이되는 것은 PC온라인 게임 저변 확산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서로가 큰 논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카오게임즈도 24일 배틀그라운드 기자간담회에서 PC방과 관련한 여러 정책과 서비스를 위해 PC방 업계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택곤 카카오게임즈 PC방 사업담당은 “PC방에서 (신작 PC온라인게임에 대해 과금을 하지 않는) 무료 체험기간을 2달로 준 것은 기존 게임의 1~2주보다 훨씬 긴 만큼 PC방 점주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상구 카카오게임즈 배틀그라운드 사업총괄도 “PC방 관련 상품 설계를 하고 있으며 능력치 아이템이 아닌 것 위주로 선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사무국장은 “현재 배틀그라운드 PC방 서비스와 관련해 업주들 의견을 취합하는 대로 관련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며 “여러 대응책을 논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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