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AI(인공지능)관련 인력 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인 AI관련 인력 확보를 통해 게임 내 AI활용기술 개발 및 확산 등을 노리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게임사인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은 이번 하반기 채용에서 AI관련 인력을 대거 채용할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인 AI관련 채용 인원수에 대해서 3사는 말을 아꼈지만 AI관련 인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넷마블은 이번 하반기 채용에서 AI관련 인력을 전보다 늘려 채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컴퓨터관련 전공 뿐만 아니라 인문학 전공을 포함한 다양한 인력을 AI인력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AI관련 개발과 연구쪽 인력을 채용하는데 인공지능 관련 경험 보유자를 우대해 채용한다

넥슨도 올해 4월에 신설된 ‘분석본부’에서 일할 AI관련 인력을 충원중이다. 엔씨소프트 역시 2012년부터 꾸준히 AI관련 인력을 뽑아오고 있다. 전공과 상관 없이 AI관련 기술 개발에 도움이 되는 인재라면 채용할 계획이다.

게임사 AI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

현재 대부분의 게임사들은 AI를 게임 내에 등장하지만 사용자가 조종할 수 없는 NPC(Non Player Character)를 제작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NPC는 게임 내에서 괴물이나 다른 캐릭터 형태로 구현되는 인공지능 캐릭터다. 하지만 AI활용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사용자 이용 패턴이나 게임 내 지도 제작 등에 사용되기도 한다.

넥슨 관계자는 “현재 넥슨에서 활용되는 AI관련 기술로이 적용된 사례는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에게 게임 관련 정보를 자동으로 안내해 주는 것과 NPC제작이다”라며 “이 밖에도 사용자의 경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분야가 있다”고 밝혔다. 게임 내 밸런스를 미세하게 조정하거나 사람대 사람 대결에서 어떤 사람과 매치를 해야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등에도 AI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넥슨은 특정한 알고리즘에 의해 무한에 가까운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절차적 콘텐츠 생성’이라는 개념을 활용해 출시 예정인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듀랑고’(이하 듀랑고)의 지도를 제작했다. 이 게임에는 수많은 섬이 등장하는데 이를 개발자가 모두 다 제작한 것이 아니라 AI가 순간 순간 무한에 가까운 섬을 제작했다는 것이다.

듀랑고에 등장하는 NPC인 동물을 위한 AI제작에 대해 박동일 넥슨코리아 왓 스튜디오 프로그래머는 “게임에 등장하는 동물을 본능에 해당하는 개체 AI와 집단 지성으로 움직이는 무리 AI를 제작했다”며 “개체 AI를 위해서 직관적이고 간단한 패턴을 통해 게임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게임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음식을 발견해 계속 먹다 보면 음식 고갈이 발생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무리가 먹이를 찾아 서식지를 변경하는 대이동 현상이 발생하도록 AI를 구현했다는 것이다. 무리 AI에서는 동물이 무리 단위로 집단행동을 한다는 데 주목해 시뮬레이션을 했다.

넷마블의 대표적인 AI관련 기술은 개인맞춤형 게임서비스 엔진인 ‘콜럼버스’다. 이 엔진은 2014년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게임 학습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용자가 게임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개인별 맞춤형 성장 가이드를 제공하거나 이용자 성향에 맞는 콘텐츠를 알려주는 등의 일을 한다. 또 개발자에게도 어떤 방식으로 해야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에서 이탈하지 않고 많은 게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느냐를 분석하는데도 활용된다.

넷마블은 지난달 12일 넷마블 전사 직원 500명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포럼을 개최해 AI관련해 많은 연구를 할 것임을 알렸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포럼에 참석해 “미래 게임은 AI를 고도화한 지능형 게임이 될 것”이라며 “지능형 게임은 이용자에게 맞춰 게임이 반응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곽태영 넷마블 AI랩 실장은 채널 넷마블을 통해 “넷마블에서 AI연구분야는 혁신적 게임 개발, 게임 운영 관련 개발, 게임과 관련이 없는 다른 서비스 개발”분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엔씨소프트는 5년 전인 2012년부터 ‘AI랩’ 조직을 만들어 게임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에 AI적용을 위한 연구를 해 오고 있다. AI랩은 현재 AI센터로 확대돼 AI랩과 자연어처리(NLP)랩으로 구성돼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014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AI가 엔씨소프트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혁신 기술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적용 사례로는 PC온라인 게임인 ‘블레이드 앤 소울’의 무한의 탑 신규 콘텐츠에 AI기능을 적용해 NPC를 제작한 것이 꼽힌다. 무한의 탑은 게임 내에서 100층으로 구성된 1인 플레이 던전으로 유저는 NPC와 대전을 펼치며 이길 경우 다음 층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NPC의 격투를 AI를 적용해 컴퓨터와 싸우는 것이 아니고 마치 사람과 싸우는 것처럼 구현했다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설명이다.

주요 게임사 AI적용 사례 (자료=각사)

AI적용된 게임 다양한 분야서 활용 가능

AI가 적용된 게임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됐다. 도시재생프로젝트, 의료 등에서 AI가 적용된 게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도시재생프로젝트와 같은 직접적으로 게임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도 게임의 재미 요소를 접목해 수요, 라이프사이클 같은 것들을 예측할 수 있다”며 “IBM의 왓슨이 의료 분야에서 잘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도 인공지능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 만큼 의료 분야에서 AI가 적용된 게임 요소들을 활용하면 AI기술을 친근하게 확산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게임 내 AI적용도 기술이 좀 더 발전해 유저와 감성적인 소통까지 가능하게끔 된다면 이는 게임을 비롯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NPC에 인공지능이 가장 많이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게임 말고도 다양한 분야에 전반적으로 AI를 적용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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