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가상화폐 열풍과 함께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단기간에 급성장한 만큼 야피존, 코인이즈 등과 같은 중소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들뿐만 아니라 빗썸 같은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 사이버 피해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측은 사이버 피해를 막을 보안 강화에 나서는 한편, 소비자 보호를 위한 안전 장치로 국내외 보험사와 '사이버보험'을 체결하며 소비자 피해 발생시 법적 보상 수단 확충에 나섰다.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체결했거나 체결 진행 중인 사이버보험의 총 보상한도를 확인한 결과 실제 사이버 피해 발생시 지급 가능한 1인당 피해 보상금은 최대 '10만원 미만'이 될 것으로 보여 실효성에 물음표가 커지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측은 "사이버보험은 거래소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해 커진 고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이버 피해 발생시 법적 보상 수단을 마련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연이은 사이버 피해 발생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사이버피해 상황 (자료취합=디지털투데이)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중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일본의 마운틴곡스가 지난 2014년 해킹으로 인해 약 5억달러(한화 약 5660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탈취당하며 파산했다. 이후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해커들의 주요 타깃이 되며 다양한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야피존의 경우 지난 4월 22일 해킹으로 인해 보유하고 있던 회원들의 비트코인 약 55억원 어치를 탈취 당하며 대규모 피해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이후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은 지난 6월 29일 가입 회원 약 3만1000명의 이메일,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유출돼 현재까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중소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이즈와 야피존 등이 해킹, 보이스피싱 등 다양한 형태의 사이버공격을 받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

빗썸의 경우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 보상금으로 개인정보 유출이 확인된 회원들을 대상으로 10만원씩 지급하며 피해 대책에 나선 상태다. 빗썸 측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 주도의 피해 조사 결과가 나오는데로 피해 금액 확정 후 피해금 전액 보상을 할 계획을 밝혔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앞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를 타깃한 사이버 공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이로인한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사이버보험 가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사이버보험' 1인당 보상금은 미미한 수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사이버보험 진행 상황 (자료취합=디지털투데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중 코인원이 현대해상과 총 30억원 한도의 '뉴사이버시큐리티' 사이버보험을 지난 8월 14일 체결했다.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지난 12일 현대해상과 흥국생명 등 2개 보험사와 각각 30억원 규모, 총 60억원 규모의 '뉴 사이버종합보험'과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을 가입했다.

이외에도 코빗, 코인네스트, 코인링크, 코인플러그 등도 현재 사이버보험 가입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빗썸의 경우 최대 보상 한도 60억원 규모의 사이버보험을 가입한 상태지만, 지난 6월 발생한 개인정보유출 사고 발생 규모를 가정했을때 사이버보험으로 인해 1인당 받을 수 있는 피해 보상금은 약 20만원에 불과하다. 현재 빗썸에 가입된 전체 회원수는 약 95만명 수준으로, 전체 회원 정보가 유출되는 최악의 사고 가정시 가입된 사이버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1인당 피해 보상금은 약 6300원에 불과하다.

비단 빗썸뿐만 아니라 이미 가입한 코인원이나 현재 준비 중인 코빗, 코인네스트, 코인링크, 코인플러그 등도 최대 보상 한도를 고려했을때 1인당 받을 수 있는 피해 보상금 수준은 기대 이하다.

방준호 코빗 부사장은 "코빗의 경우 사이버보험 커버리지와 한도 등에 대해서 보험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조원선 코인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재 코인네스트는 사이버보험을 가입하기 위해 다양한 보험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코인원과 빗썸이 각각 30억, 60억 규모로 가입한 만큼 국내외 보험사들도 사이버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현재 다양한 상품과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이를 검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보험사 중 현대해상이 다양한 조건을 바탕으로 사이버보험에 대한 발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흥국생명, KB손해보험 등이 가상화폐 거래소들과 사이버보험 상품 가입을 위한 움직임을 취하고 있다.

조원선 COO는 "현재 출시 됐거나 검토 중인 사이버보험의 경우 연간 1~2억원 정도를 납입해야 하지만 피해 발생시 받을 수 잇는 1인당 보상금액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사이버보험에 대한 레퍼런스가 부족한 만큼 향후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검증이 이뤄진다면 보상 금액이 늘어나는 등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링크를 운영하는 써트온의 엄순기 상무는 "현재 보험사들이 제시하는 사이버보험은 평균 20억~30억 수준"이라며 "개인정보침해, 정보유지위반, 네트워크보안 등 다양한 사이버침해 행위에 대한 피해 보상이 이뤄지는데, 보험사들도 현재 정확한 보험금 산출이 어려운만큼 다양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사이버보험을 가입하기 위해서는 사이버보험 전담팀과 함께 내부 시스템 실사 등 보안 수준 검토가 이뤄진다"라며 "사이버보험을 가입했다는 점은 기본적인 보안수준의 검증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만큼 고객의 신뢰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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