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계통신비 논란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0일 국회와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별 국감에서 스마트폰 제조사와 이통사가 등을 돌리는 양상이다.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언락폰이 이통사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 출고가보다 10% 가량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락폰은 이통사를 통하지 않고 삼성전자, 애플 등 온라인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을 말한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녹색소비자연대는 갤럭시S7(64GB)을 삼성전자 공식스토어에서 구매하면 96만8000원이지만 이통사로부터 구매 시 출고가는 88만원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영 의원은 이통사 측이 “제조사가 주요 판매원인 이통사의 판매를 보호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19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감 현장. 이날 국감에서는 언락폰(무약정폰)의 높은 가격이 언급됐다. (사진=국회방송)

그러나 삼성전자 측은 반발했다. 삼성은 단말기를 이통사와 유통점에 동일한 가격에 단말기를 제공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단말기 가격 차별의 원인을 서로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공정위 국감 증인으로 참석한 박병대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이통사나 유통에 공급하는 (단말기) 가격이 동일하다”며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은 이통사와 유통점 몫이라 관여할 수 없다. 그 부분은 구분해달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등 제조사와 이동통신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유대 관계가 깊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단말기 자급제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 측은 더 돈독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통사를 통해 휴대폰을 구매하는 고객 비율은 90% 이상이다. 이통사는 제조사의 최대 고객인 셈이다.

그러나 지난 17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서도 제조사와 이통사의 관계 균열 조짐이 포착된 바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과기정통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가계통신비 완화가 통신요금 인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공감한 발언이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제조사는 스마트폰을 팔고, 이동통신사는 통신서비스만 판매하도록 시장을 분리하는 제도다.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은 제조사와 이통사가 갈라서는 것을 의미한다.

박 사장은 “단말기와 통신비가 분리되면 가계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제조사-이통사 동맹, 통신비 인하 압박 거셀수록 더 흔들린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 보편요금제 도입, 취약계층 통신요금 감면 등 통신비 절감 대책은 역대 정권 중에서도 가장 강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만큼 요금인하 주체인 이통사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그러나 통신비에서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단말기 할부금은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올라가는 추세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스마트폰 도입시기인 2009년 44만원에 불과했던 단말기 가격이 올해 약 61만원으로 2009년 대비 약 38.6% 증가했다.

이통사가 아무리 요금을 내려도 그 효과는 반감되고, 이통사는 재차 통신비 인하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SK텔레콤이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박선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부회장은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을 덮기 위한 블랙홀”이라고 분석했다.

통신비 인하 문제를 두고 논란이 계속될수록 제조사와 이통사의 관계의 균열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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