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현실 공간이 아닌 사이버 상의 인공적인 환경에서 특별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VR)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현실 속에 가상의 오브젝트를 즐길 수 있는 증강현실(AR) 기술이 빠르게 부상했다. VR과 AR의 경우 기술적 한계로 인해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만 활용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인텔,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VR과 AR의 장점을 혼합해 현실 속에서 가상의 오브젝트를 경험할 수 있는 혼합현실(MR)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MR은 엔터테인먼트 분야 뿐만 아니라 스마트 팩토리 등 제조 현장, 의료 등 헬스케어, 교육 등 실제 산업분야에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인해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나 스마트 글래스 등 다양한 형태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VR·AR·MR 특징

19세기 첫 시작된 VR에서 MR까지

VR의 첫 시작은 스트레오스코프 즉, 예전 3D 영화를 볼 때 사용했던 '적청 안경'에서 시작됐다. VR은 이후 공각기동대나 매트릭스, 토탈리콜 등 SF 영화속에 등장했지만, 실제 현실 적용까지는 기술적 한계로 대중화되지 못했다.

지난 2015년 모바일 디바이스와 3D 기술의 발달로 삼성전자의 기어 VR를 시작으로 2016년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소니 PS VR 등이 순차적으로 출시되며 대중화가 이뤄졌다.

현실과 분리된 100% 가상의 공간에서 사용자 경험을 즐긴다는 개념인 VR은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인해 사용 영역에 제한될 수 밖에 없었다.

VR의 단점인 현실과의 분리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기술이 현실 공간 속에 가상의 오브젝트를 통해 사용자 경험을 즐길 수 있는 증강현실(AR)이다.

AR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주인공이 허공에서 컴퓨터를 조작하는 장면,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이 아이언맨 슈트를 입은 상태에서 현실 속 공간에서 인공지능(AI) 비서 자비스가 제공해주는 데이터를 대입해 분석하는 장면 등을 꼽을 수 있다.

현실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로는 AR 게임 포켓몬고가 대표적이다. 물론 군사나 차량에 사용되는 헤드 업 디스플레이(HUD) 등도 AR 기술이 접목된 형태다.

AR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위시한 모바일 디바이스를 활용하게 된다. 현실 공간에 가상의 오브젝트를 결합해야하는 만큼 카메라 기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혹은 HUD와 같이 현실 공간을 투명 디스플레이로 겹쳐서 보여주는 형태로 이용된다.

MS의 MR 디바이스 '홀로렌즈' (사진=MS)

MR은 VR의 현실과 100% 분리된 가상의 공간이라는 몰입감과 현실 공간을 보여 줌으로써 느낄 수 있는 AR의 현실감과 정보 습득을 결합해 현실 속에서 가상의 오브젝트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

VR과 AR의 장점을 결합한 MR은 기존 VR·AR의 엔터테인먼트 분야뿐만 아니라 제조, 헬스케어, 교육, 항공우주 등 전 산업 분야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MR, 전 산업 분야로 확산

MS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MR을 활용해 서커스 무대를 만드는 장면 (사진=MS)

MR은 VR과 AR의 강점으로 꼽히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MS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 2017'에서는 색다른 무대가 펼쳐졌다. MS의 윈도 MR 기술을 활용해 현실 공간에서 서커스 무대 장치를 보여 줌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은 공개했다.

MR을 활용한 게임 '하도(HADO)' 장면 (사진=미리프)

지난 7일 KT는 일본의 게임사 미리프가 만든 MR 게임 '하도(HADO)' 경기를 지상군 페스티벌의 '5G랜드'에서 진행하며 MR 게임의 본격적인 소개도 나섰다.

의료·헬스케어 분야는 MR 기술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은 영역이다.

케이브 웨스턴 리저브 대학에서 의료 분야에서 활용하는 모습 (사진=MS)

미국의 케이브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의 의학전문대학원은 컴퓨터 단층촬영(CT)나 자기공명영상(MRI), 인체 내부 구조 등 실제로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을 MR로 구현해 현실 속에서 자유롭게 확대 축소 및 정보 결합 등 의학 연구에 도입하고 있다.

코넬 대학에서 홀로렌즈를 활용해 암 연구를 하는 모습 (사진=코넬 대학)

또한 미국 코넬 대학교는 MS의 MR 기술인 홀로 그래프를 활용해 암 연구에도 활용 중이다. 특히 제한적인 영상으로만 볼 수 있었던 암 분자나 세모 분화 모습을 실제 눈앞에 자유자제로 크기 및 부분을 지정해 볼 수 있어 연구 진행에 도움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NASA에서 우주인 교육 프로젝트 '사이트킥'에 MR을 도입했다. (사진=NASA)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인 교육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사이드킥'에 MR을 적용해 실제 우주인 교육에 나섰다. NASA에 따르면 MR 디바이스를 착용한 우주비행사가 보는 공간에 설명서나 다음 해야할 임무 등을 직접 표시함으로써 교육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MR의 가장 큰 잠재력은 제조 산업 분야에 있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포드가 자동차 설계 시간 단축을 위해 MR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했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제조 분야에 MR을 활용해 디자인 하는 모습 (사진=포드)

MS와 포드의 기술 합작으로 이뤄진 이번 프로젝트는 MS의 MR 기술인 홀로렌즈를 활용해 개발 중인 차량의 디자인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차량의 색상, 재질, 크기까지도 실시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만큼 현실 속에서 자동차 프로토 타입을 개발 후 수정하는 과정이 줄어들어 시간과 비용 단축이 가능하다.

포드뿐만 아니라 볼보, 전기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 등도 MR을 자동차 설계에 적극 도입 중이다.

설계 분야에 MR을 활용해 협업하는 모습 (사진=오토데스크)

또한 현실 속에 복잡한 가상의 오브젝트를 생성해 자유롭게 수정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기계 설계 분야의 오토데스크 사는 설계 디자인 모델링에 MR을 적용해 다수 개발자들의 협업 능률을 향상시켰다.

한국MS 관계자는 "이번 윈도10 폴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를 시작으로 윈도에서 MR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라며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MR HMD '오디세이'를 시작으로 HP, 레노버, 에이서, 델, 에이수스 등 다양한 제조사에서 MR 디바이스를 출시할 계획인 만큼 향후 국내 시장에서도 다양한 MR 사용자 경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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