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찬길 기자] “자율주행을 위한 안전성 이슈는 현재 두 요건이 상충하고 있습니다. 차량이 사람 운전자처럼 공격적으로 주행하면서도 인간보다 안전하게 주행하도록 요구하는 것입니다.”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인텔 기자간담회에서 암논 샤슈아(Amnon Shashua) 인텔 수석 부사장 겸 모빌아이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자율주행차량은 카메라, 레이더 등 센서를 통해 주변 사물과 차량의 위치를 확인하고 충돌하지 않도록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방어적인 주행을 할 경우 이 거리를 길게 확보한다. 대도시 내에서 방어적인 주행을 할 경우, 차량 한 대가 차지하는 공간이 지나치게 커지며 교통체증을 유발한다. 반면 이 거리를 줄이면 교통체증은 줄어들지만 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율주행차량 사고를 줄이기 위해 자율주행기술을 연구하는 업체들은 도로주행을 통해 신뢰성을 확보한다. 샤슈아 부사장은 이 방법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업체들은 보통 300만km를 시험주행하며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그 장비를 신뢰한다”며 “이런 방식을 위해서는 300억km 이상을 시험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샤슈아 부사장은 이런 시험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300억km 시험주행에 필요한 데이터 수집비용이 2조달러(한화 약 2262조원)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카메라, 레이더 등 장비의 시험주행 데이터를 모두 저장하는데 필요한 용량은 500만PB(페타바이트)다. 1PB는 104만8576GB다.

샤슈아 부사장은 “자율주행차량이라고 해서 사고가 없을 순 없다”며 “대신 자율주행차량으로 용인되는 사망자 수는 연간 10~20명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내 교통사고 연간 사망자 수는 3만5000명이다.

시험주행의 한계 외에도 이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 소재도 자율주행차량 이슈 중 하나다. 그는 “만약 자율주행차 사고를 업체가 책임진다면 자동차 업체들은 자율주행차량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가 해결할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샤슈아 부사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임민감성안전(Responsibility Sensitive Safety, RSS)모델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RSS모델은 자율주행차량의 책임 소재를 구분하는 수학 모형이다. 자율주행차량이 사고의 원인이 될 수 없는 안전상태(Safe State)를 정의한다.

예를 들어 차량 두대가 나란히 주행하던 중 앞선 차량이 급제동을 해 뒷차와 충돌이 발생할 경우, 뒷차 운전자는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한다. 뒷차 운전자가 안전거리를 유지하지 않았거나 제 때 차량을 멈추지 않아 발생하기 때문이다.  RSS모델을 도입한 차량은 차량 및 도로 상황, 주변 차량 속도 등을 확인하고 적정 안전거리를 산출한다. 차량과 사물의 거리를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만든다. 이를 통해 차량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차량의 사고 책임 논쟁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샤슈아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고 책임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상황에 따른 책임 소재가 분명해야 그에 맞는 RSS모델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암논 샤슈아 부사장은 이를 위해 자율주행차량 과실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 표준화하는 것을 제안했다. 그는 “RSS모델은 복잡한 상황에도 적용 가능하다”며 “차량 규제 당국, 관련 업체들과 사고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모빌아이는 이를 위해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자동차 업체들과 논의를 시작했다. 또한 미국 규제당국과 RSS모델 가이드라인을 제작한다.

암논 샤슈아 인텔 수석 부사장 겸 모빌아이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RSS모델에 대해 설명 중이다.

한편 암논 샤슈아 부사장은 17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날 미팅 내용을 묻는 질문에 “현대자동차는 5위 안에 들어갈 정도로 중요한 고객사”라며 “방한하며 만나는 자리를 가진 것으로 특별히 밝힐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