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아이폰8의 국내 출시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해외 아이폰8 사용자 중 일부에서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일명 ‘스웰링’이 발생해 우려를 낳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폭발 사태 악몽이 애플에도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 역시 지난 6일부터 스웰링 현상에 대해 인지하고 자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아직 애플이 조사 중이라서 아이폰8 스웰링 현상의 원인은 밝혀지기까지는 적어도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배터리 스웰링 현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배터리 제조상의 문제부터 아이폰8의 설계 문제까지 여러 원인들이 스웰링의 가능성으로 언급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이폰8 배터리 스웰링 현상으로 최악의 경우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갤럭시노트7과 달리 아직 폭발이나 발화 사례가 없고, 단순한 배터리 제조 공정상 문제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태의 문제로 지적된 삼성SDI, ATL의 불량 배터리와는 다른 점이라는 주장이다.

일본서 보고된 아이폰8 배터리 부품 현상 모습 (사진=씨넷)

배터리 스웰링 왜 발생하나

배터리 스웰링의 원인으로는 스마트폰 배터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리튬 이온이 외부 충격이나 과도한 열로 인해 가스화되면서 부피가 팽창한다는 점이 일반적으로 지목된다. 주로 오래된 배터리에서 발생하고 오래되지 않은 배터리라도 외부 충격이나 발열과 같은 고온 상태에 오래 놓여 있으면 발생한다. 스웰링이 심할 경우 폭발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갓 출시된 아이폰8의 일부 모델에서 스웰링 현상이 발생했다는 점에 소비자들은 당황해하고 있다. 자칫 작년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이슈처럼 대량리콜 혹은 판매중단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신속하게 스웰링 현상에 대해 인지하고 조사를 시작하는 것도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웰링의 원인인 가스 팽창이 여러 이유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제조사 관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 안에 있는 분리막에서 문제가 발생해 불순물이 유입돼 리튬이온의 기체화가 발생했다는 가능성부터 외부 충격으로 내부에 있던 불순물이 반응을 일으켰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원인들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제조 과정의 문제혹은 제품 설계상의 문제일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배터리 스웰링이 발생하는 이유는 제조상의 문제부터 충전이나 방전이 되면서 과충전이나 과전류로 인해 배터리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점까지 매우 다양하다”면서도 “가장 정확한 원인은 스웰링이 발생한 제품을 직접 보고 분석을 해 봐야 알 수 있기에 애플의 조사를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리튬이온 배터리 구성 도면 (사진=삼성SDI)

전문가들 “불순물 유입 가능성 가장 커”...원인파악에는 시간 오래 걸릴 듯

아이폰8의 배터리 스웰링 현상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는 배터리 내 전해액에 어떤 형태로든 불순물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기체를 만들어 냈다는 점이 꼽힌다. 하지만 불순물이 어디서 발생했는지 정확하게 짚어내기 위해서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박종혁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는 “원하지 않는 화학반응인 부반응이 배터리 내에서 발생하면 액체에 녹아 있던 수분이 가스 형태로 배출돼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데 이런 현상은 오래 사용된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며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더라도 특정 기준치 이하면 상관이 없는데 이번 아이폰8에서 발생한 부품 현상은 좀 과하게 부풀었고 내부에 불순물이 화학반응을 일으킨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배터리 안에 있는 전극 소재 혹은 분리막, 전해질 등에는 수분이 포함돼 있는데 이 수분이 불순물과 반응해 배터리가 부풀어오를 수 있기 때문에 불순물을 배터리 제작 공정 중에 제거를 잘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배터리 제조 공정 중에 불순물 제거가 제대로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도 “단락현상이 발생해 전해액이 모두 다 기체로 변했을 가능성과 양극 혹은 음극 사이에 있는 불순물 때문에 기체가 발생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배터리가 용량 이상의 전류를 공급받아 부반응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충전 과정에서 기본 아이폰 충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급속 충전을 위해 전류 용량이 더 많이 발생하는 급속 충전기를 사용했을 경우 부반응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박종혁 교수는 “전기 설계상의 문제도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며 “과하게 전류가 흘러들어가더라도 내부 소재가 안정적이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으면 스웰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불순물이 어떤 경로로 유입됐는지를 포함한 스웰링 현상의 원인 파악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전망이다. 애플이 LG화학, 삼성SDI, ATL, 무라타, 소니 등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데 모든 배터리를 다 조사하려면 수 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재필 교수는 “배터리 공정상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예전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폭발 사건때처럼 수만대의 배터리를 조사해야 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확실한 원인 파악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수 개월의 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스웰링으로 인한 배터리 폭발 가능성은 낮아

스웰링으로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보고된 사례를 봐도 배터리가 부풀어오르는 현상만 나오고 발열이나 화재 등의 사고 소식은 없다. 이는 삼성의 갤럭시노트7 사태의 문제로 지적된 삼성SDI, ATL의 배터리 제조상의 결함과는 다른 점이다. 전문가들도 스웰링과 폭발은 다른 문제라고 본다.

박종혁 교수는 “스웰링이 있다고 폭발 가능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배터리에서 열이 심하거나 연기가 나는 것과 같은 문제와는 달리 스웰링은 안전적인 문제에서 덜 민감한 문제”라고 밝혔다.

조재필 교수도 “현재 아이폰8 스웰링 현상을 보면 폭발 사례는 안나오고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추정해 보면 전해액이 그렇게 많지 않은거 같다”며 “폴리머 타입의 파우치는 어느 정도 부풀어 올라도 괜찮을 정도의 신축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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