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가상화폐가 1000여종을 넘어선 가운데, 신규 출시 예정인 가상화폐들이 빠른 확산과 기존 가상화폐의 가격을 상승시키기 위한 펌핑(가격을 강제로 올리는 현상) 도구로 '에어드롭(Airdrop)'을 활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가격이 급등한 비트코인의 경우 오는 25일 신규 상장 예정인 비트코인골드의 에어드롭 소식이 주 원인으로 꼽히는 등 가상화폐 투기를 위한 펌핑 수단으로 이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에어드롭을 진행했거나, 향후 진행할 계획인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 측은 "에어드롭은 가상화폐 가격 펌핑이나 투기를 위한 것이 아니며, 신규 가상화폐의 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당한 마케팅 수단"이라는 입장이다.

에어드롭은 특정 코인을 보유하고 있을때 정해진 가치 만큼의 새로운 코인을 조건에 따라 지급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에어드롭을 진행했거나, 진행 예정 중인 가상화폐 목록 (자료취합=디지털투데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 8월 1일 발생한 비트코인-비트코인캐시가 있다.

당시 비트코인 하드포크에 반발한 세력(중국 대규모 채굴업체 비트메인 등)이 기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서 분리해 나온 새로운 가상화폐 비트코인캐시(BCH)를 공개하면서 하드포크 시점에 보유한 비트코인의 동일 수량 만큼(1:1 비율)을 비트코인캐시로 지급 방침을 발표했다.

비트코인-비트코인캐시 에어드롭 시세 변화 (자료=코인마켓캡)

에어드롭 계획이 발표된 지난 7월 15일경을 기점으로 하드포크로 인한 위기감으로 거래량과 가격이 하락했던 비트코인은 신규 가상화폐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1900달러에서 2900달러까지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오는 25일 비트코인 하드포크를 앞두고, 지난달 28일 홍콩의 비트코인 채굴업체 라이트닝ASIC의 잭 리아오 대표가 비트코인 하드포크 일정에 맞춰 비트코인골드라는 신규 가상화폐를 상장할 계획을 밝혔다. 잭 리아오 대표는 "비트코인골드는 오는 25일 출시하며, 11월 1일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진다"라며 "비트코인 하드포크 시점에 맞춰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동일한 수량 만큼 비트코인골드를 지급할 것"이라고 전했다.

비트코인-비트코인골드 에어드롭 시세 변화 (자료=코인마켓캡)

비트코인 하드포크 소식과 글로벌 각국 금융당국의 규제 방안으로 지속적인 약세를 보여왔던 비트코인은 잭 리아오 대표가 비트코인 보유 수량 만큼 비트코인골드를 에어드롭할 계획 발표와 함께 가격이 꾸준한 상승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에어드롭은 가상화폐 관련한 마케팅 수단일뿐

신원희 코인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코인원이 진행했던 퀀텀 에어드롭은 퀀텀 재단과 함께 이벤트 프로모션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거래소 측이 임의로 코인을 구입해 에어드롭하는 경우도 있지만, 코인원이 진행한 에어드롭은 퀀텀 재단의 프로모션 부탁을 받고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컨대 에어드롭은 새로운 식당이 오픈했을때 맛보기 시식을 해주는 것"이라며 "최근 가상화폐들이 많아짐에 따라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에어드롭을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가상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상장돼 등록된 가상화폐만 1175개에 달한다. 등록되지 않은 가상화폐도 고려한다면 숫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같이 가상화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홍보수단으로 에어드롭을 활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신원희 COO는 "최근 비트코인이 급등한데에는 비트코인골드를 에어드롭하겠다는 발표가 분명 영향을 준 것이 맞다"라며 "가상화폐 시장도 영리를 위해서 운영되는 만큼 각 업체별 마케팅 전략을 펌핑으로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했다.

조원선 코인네스트 COO는 "에어드롭은 각 가상화폐들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에어드롭이 가상화폐 펌핑을 해 가격을 올리는 등 투기를 조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원선 COO의 설명에 따르면, 에어드롭을 통한 가격 변화는 거의 없는 수준으로 각 업체별로 에어드롭 대상 가상화폐의 수량를 제한 걸어서 진행하는 만큼 투기라고 말할 정도의 의미있는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오미세고 에어드롭의 경우 오미세고 전체 코인의 5%만이 에어드롭으로 공급되며, 코인원이 진행했던 퀀텀 에어드롭은 1천만원 이상 잔고를 유지 중인 회원을 대상으로 10억 초과시 최대 100퀀텀(한화 약 126만원) 등 지급 수량에 제한이 걸린 상태로 진행된다.

단, 비트코인캐시(BCH)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진행될 비트코인골드 등은 비트코인 보유 수량 만큼 전액 에어드롭으로 제공될 계획이어서 에어드롭으로 인한 신규 코인을 얻기 위한 투자 가능성은 높은 상태다.

조원선 COO는 "ICO를 참여했던 사람들은 에어드롭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라며 "에어드롭을 진행하면 코인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치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궁극적으로 가상화폐는 거래가 활성화되고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진행될수록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어드롭, 장기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문제 일으킬 것

권용석 써트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나 ICO를 준비하는 업체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에어드롭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라며 "현재 글로벌 가상화폐 종류만 1000여개가 넘어가는 상황에서 너도나도 ICO를 한다고 나서면서 에어드롭을 통해 의미없는 규모 확대에 나선다면 가상화폐 시장 전체적으로 거품이 터져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에어드롭은 새로운 가상화폐가 상장됐을때 해당 코인만큼의 가치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2배~3배 이상 확대된 것과 같은 착시에 빠지게 만들 수 있다"라며 "에어드롭이 단기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나 ICO를 통해 신규 코인을 상장하는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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