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 1일부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됐지만 갤럭시노트8이나 V30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판매 지원금이 오르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원금의 경우 이동통신사업자와 제조사가 같이 부담한다. 그러나 선택약정할인은 이통사 혼자 짊어지기 때문에 선택약정할인율이 25%로 올라간 만큼 지원금이 인상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지원금은 올라가지 않고 있다.

이는 이통사 입장에서 유리한 마케팅 예산 집행을 위한 것으로 짐작된다. 소비자 누구나 동등하게 받을 수 있는 지원금에 힘을 싣기 보다는, 이통3사 간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번호이동' 판매장려금(리베이트)에 마케팅비를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이용자의 경우 고가 요금제를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 때문에 과도한 리베이트를 지급해서라도 보조금을 높여 갤노트8과 같은 스마트폰의 실제 구매가를 낮출 경우 고가 요금제 가입율을 끌어 올릴 수 있다. 이들 고객이 25% 요금할인에 가입하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통사가 지원금을 선택약정만큼 올릴 필요가 없는 이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지원금이 큰 폭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며 “지원금 상한제가 운영됐을 때도 상한선인 33만원까지 지원금이 지급된 단말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 지원금 상한제 폐지와 선택약정 할인 인상에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주력폰의 지원금은 요지부동이다.

지원금 인상의 변수는 선택약정할인율 인상이었다. 요금할인 25%는 이통사의 매출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매출을 지키기 위해서 지원금을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과거 양환정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통신사 입장에서는 지원금을 주게 되면 마케팅 비용은 늘고 매출도 늘어나지만, 선택약정 요금할인을 받게 되면 비용은 줄일 수 있지만 매출이 줄어든다”며, “예측하건데 선택약정할인율이 25% 올라간 만큼 지원금이 25% 정도로 지급되는 것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예상은 보기 좋게 깨졌다.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 지난 1일 이후, 이통사들은 저가폰에 지원금은 인상했다. SK텔레콤은 X300, 쏠 프라임, 갤럭시와이드2, X500의 지원금을 올렸다. KT는 갤럭시J7 2017년형의 지원금을 34만5000원(6만원대 요금제 기준)으로 책정했는데, 기존 지원금 상한선을 초과하는 수준으로 인상했다. LG유플러스는 스타일러스2의 지원금을 올렸다.

중저가폰과 달리 갤럭시노트8이나 V30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지원금은 그대로다.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6만원대 요금제 기준 이통3사는 이들 프리미엄 폰에 15만원 내외의 지원금만 제공하고 있다.

10월 1일 이후 지원금 변동 사항 (6만원대 데이터 요금제 기준)

갤럭시노트8 경우 지원금은 그대로이지만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 일부 집단 상가에서 과다 리베이트 등을 통해 실제 구매가가 39만원까지 떨어졌다. 불법 보조금이 고객에게 55만원 이상 지급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원금이 올라가지 않고 일부 집단상가에만 리베이트를 통한 불법 보조금이 지급되는 이유에 대해 이통사가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일부집단 상가에서 프리미엄폰을 싸게 구매하기 위해서는 6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는 정부의 강압적 시장 간섭이 정상적인 '시장의 논리'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입증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이통사의 꼼수 정도로 폄하하지 말고, 좀더 시장 친화적인 경쟁 활성화 정책을 펼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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