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죄 관련 1심 판결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음에 따라 이번 추석을 서울구치소 안에서 보냈다. 추석 연휴가 끝난 후인 오는 12일부터 2심 재판이 시작됨에 따라 최대 내년 2월까지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없이 경영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2심 판결이 나도 항소심이 이어지고, 이 부회장에 집행유예가 나오지 않는 경우 적어도 내년 중순은 돼야 모든 재판이 끝나게 된다. 삼성전자는 기간에 상관없이 이 부회장 공백 상황에서 회사 경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길어지는 이 부회장 관련 재판으로 인해 삼성전자는 당분간 ‘옥중경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판에 전념해야 하는 이 부회장이지만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의 중요한 결정에 대해서는 짧은 접견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으로 이 부회장이 경영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부회장이 구치소 밖에서 자유롭게 정보를 얻고 경영활동을 하는 것에 비해 제약이 크지만 수감 전부터 이어져왔던 큰 이슈들에 대해서 판단을 하는 수준에서 경영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예전에 총수들이 감옥에 가 있더라도 비상경영체제나 옥중경영을 통해 특별히 경영에 어려움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라며 “인사라든지 장기적인 기업 경영 방향에 대한 큰 결정은 총수가 옥중에서도 내릴 수 있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 추석을 구치소에서 보냈다. (사진=나무위키)

옥중경영..."괜찮다" VS "아니다"

이런 이 부회장의 옥중경영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린다. 최고 결정권자가 옥중에 있어도 어떤 방식으로든 외부와 소통을 하기 때문에 큰 결정은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반대쪽에서는 수감 상태에서 받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한계가 있어 결정적 판단에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양쪽 모두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어 어느 한쪽에 무게를 싣기에는 무리가 있다.

총수가 수감돼 있어도 기업 경영에 별 무리가 없다는 쪽은 이 부회장이 현재까지 보여준 것이 많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꼽는다. 지금까지 이 부회장의 결정으로 삼성전자나 삼성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준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윤덕균 한양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예전에 이 부회장이 신경썼던 5대 수종산업 중 바이오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성과가 없다”며 “오히려 능력있는 삼성 사장단들이 힘을 모아 경영하면 더 잘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팀장도 “주식 시장을 보면 오히려 삼성전자의 주가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데, 이 부회장 부재 상태에서도 주식이 오르는 것은 오너리스크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오히려 총수들이 구속되고 나서 주식이 올랐던 적이 있었고 이번 삼성전자도 이런 현상을 보이는 만큼 삼성전자의 전문경영인들이 이 부회장 없이도 경영을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 의견은 1~2년만 자리에 있다가 물러나는 전문경영인과 달리 그룹의 최고결정권자는 책임을 지며 통 큰 결정을 할 수 있다는데 기인한다. 인사문제, 대규모 인수합병(M&A), 투자결정 등에서 차질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업 현장에서 최고결정자의 결정 없이는 대규모 투자를 못하는 것은 삼성뿐만이 아니고 대부분의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일”이라며 “오너 경영의 문제점도 있기는 하지만 오너 경영의 모델이 삼성에서 상당히 성공한 것을 보면 누군가가 책임을 지는 측면에서 총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이 부회장의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가 당장 호실적을 보여 줘 이 부회장 없이도 잘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향후 미래먹거리 찾기나 대규모 인수합병 등에서 차질이 생긴 것은 맞다”라며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위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국내외 주요 거래선의 책임자들을 만나고 각국 정상들도 만나는 등의 활동이 모두 다 정지됐고, 내년까지 재판이 이어질 경우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이 길어져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재판 결과 장담못해...삼성 후계문제 발생할수도

재계는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도 주시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도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심보다 형량이 높아지거나 동일한 결정이 나온다면 또 한번의 경영공백은 불가피하지만, 형량이 낮아져 집행유예가 나오게 되면 경영 일선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민 민변 변호사는 “뇌물죄는 준 사람과 받은사람이 연결돼 있어 관련 재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재판과 이 부회장의 재판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며 “2심 결과는 나와 봐야 알겠지만 1심보다 형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뇌물을 받은 사람은 처벌을 받고 준 사람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며 “항소심에서도 유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후계구도에도 이 부회장 관련 재판이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삼성그룹의 후계자라고 생각됐던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는 상황과 이후 재판에서도 실형이 계속 유지된다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가 어렵다고 분석하는 것이다. 박상인 교수는 “만약 2심에서 1심에서 처럼 5년 이상의 선고가 내려지면 삼성그룹 후계다툼의 표면화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으로 삼성이 더 큰 불확실성 앞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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