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열흘은 고사하고 하루에서 이틀 정도만 쉴 것 같아요.”

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시작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의 목소리에서는 여유라곤 찾아볼 수 없습니다. 추석 이후에 있을 국정감사를 준비에 여념이 없다는 그는 연휴가 반갑지 않아 보였습니다.

이 보좌진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첫 국감이기도 하고 내년에는 지방선거도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추석 연휴에도 자료를 분석하고 제보전화를 받기 위해 사무실에 앉아 있어요. 열흘 중 하루 이틀 정도 빼고는 모두 일을 하게 될 것 같아요”라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10월 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주말과 추석을 포함해 최장 열흘 간의 휴일이 주어졌습니다. 전례 없는 황금연휴에 해외여행을 가는 이들도 늘어나는 등 여기저기서 한껏 들뜬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그러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은 이같은 여유를 느낄 새도 없이 바쁜 일정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 일정은 10월 12일 오전 10시에 시작해 10월 31일까지 20일간 진행됩니다.

첫 날인 12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우정사업본부, 국립전파연구원 등 과기정통부 산하기관의 감사가 진행되고 13일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원회, 16일부터는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등 과학기술 분야로 넘어갑니다. KBS와 MBC 감사는 10월 26과 27일 양 일간 진행됩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특히 과방위는 공영방송 정상화와 지배구조 개편, 가계통신비 절감,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 등 현안이 산적한 상임위입니다.

추석 이후 이틀 뒤에 국감이 진행되는 만큼 연휴 때의 준비 정도가 국감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9월 중순부터 하루가 멀다하고 국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측의 한 비서관도 황금연휴는 남의 얘기로 치부합니다. 그 또한 이틀에서 많게는 삼일 정도밖에 쉬지 못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슈 선점을 위해 추석 연휴에도 지속적으로 보도자료를 낼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는 “연휴 중에도 국감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정리해야 하는 자료는 산더미라 잠시 쉬는 동안에도 마음은 편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아이템 경쟁에 매몰돼 회의감 느끼기도

“기자님, 신선한 아이템 뭐 없을까요?” 취재 차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한 기자에게 한 야당 소속 의원의 보좌진은 오히려 질문을 던집니다. 기자와 취재원이 뒤바뀐 엉뚱한 상황. 기자가 취재 아이템을 고민하듯 그들도 국정감사 아이템을 선정하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국감 아이템 기획에 따라 자신이 보좌하는 의원은 ‘국감 스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보좌진은 “국감은 일년 중 언론의 가장 큰 주목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아이템 선정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의원보다 돋보여야 한다는 강박은 국감의 본질을 흐리기도 합니다. 국감은 본래 피감기관의 현안을 진단하고 운영 실태를 파악해 잘못된 부분을 지적, 나아가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러나 부실, 부조리 지적에만 몰두하면 정작 정책의 우선순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 자극적인 아이템만 찾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국민의당 의원실의 한 보좌진은 “국감 아이템으로 전에 등장하지 않았고, 파급력 있는 주제를 찾다보면 정작 국민과 사회를 위한 현안은 뒤로 밀리는 경우가 있다”며 “반드시 지적해야할 사안과 주목받을 수 있는 사안 사이에서 적절하게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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