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출시 6개월만에 1200만장 판매 돌파, 스팀 동시접속자수 134만명으로 최고 기록 경신, 툭하면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하고, 정식 출시가 되지 않았음에도 PC방에서 다수의 유저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게임. 현재 PC온라인게임의 ‘나야나’ 그리고 ‘대세’인 블루홀의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 이야기다.

다른 해보다 긴 올해 추석 연휴를 맞아 이 게임의 특징과 인기요인을 직접 느껴보기 위해 지난 1일 직접 PC방을 찾아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해봤다. 200석 규모의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는 추석 연휴를 맞아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PC방 게임에서 오래도록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롤)과 최근 배틀그라운드에 밀려 3위로 내려간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를 플레이하는 사람이 다수인 가운데 배틀그라운드 전용석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약 40석의 자리가 눈에 띄었다. 전용 좌석이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고 다만 글로벌 게임 플랫폼인 ‘스팀’의 배틀그라운드로 바로 연결되는 단축 아이콘이 있었다. 단축 아이콘을 누르고 조금 전에 스팀에서 결제했던 배틀그라운드 플레이를 시작했다.

긴장감을 일으키는 배경음악이 흘러나왔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접속불량이 30분 동안 지속됐다. 국내 유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로 ‘배틀그라운드 서버’가 상위권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관련 뉴스 역시 포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배틀그라운드를 플레이해한다는 이유로 정점을 찍었던 설렘과 기대감이 수직으로 떨어지려는 찰나 접속에 성공했다.

3일 오후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게임유저들이 배틀그라운드를 즐기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시작 화면

다소 어려웠던 첫 시작...하지만 바로 적응

시작 화면에 처음 등장한 남성 캐릭터는 속옷만 입은 채였다. 캐릭터 옆에는 총 6가지 얼굴과 3가지의 피부색, 9가지의 머리스타일, 6가지의 머리색을 세팅하는 화면이 있었다. 여성 캐릭터를 선택해도 비슷한 세팅 화면이 나온다. 가장 무난하게 캐릭터를 설정하고 아시아 서버의 솔로모드로 게임을 시작했다.

게임 시작까지는 약 1분동안의 여유가 주어진다. 이 시간동안 90명 이상의 동시 접속자들이 바닷가에서 대기를 하게 된다. 성별, 인종, 나이가 다른 제각각의 사람들이 게임이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최대 1분이 지나면 화면은 섬으로 향하는 수송기로 바뀌고 하늘 위에서 스카이다이빙으로 F버튼을 눌러 뛰어내리게 된다.

넓은 면적의 섬 중 본인이 뛰어내리고 싶은 곳에 뛰어내리면 되는데 마을이나 건물 주변으로 뛰어내려야 ‘파밍(아이템 등으로 캐릭터를 강화하는 것)’이 용이하다. 자칫 주변에 건물이 없는 황량한 곳에 떨어지게 되면 파밍을 하지 못해 적을 만났을 때 맨손으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만큼 게임을 즐길 시간이 짧아지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이다.

생애 첫 배틀그라운드 플레이에서 기자는 파밍을 제대로 하지 못해 게임 시작 3분만에 총으로 무장한 적에게 사살됐다. 화면 우측 상단에 찍힌 랭킹은 90명 중 84등이었다. 사실 이 게임은 게임을 처음 하는 초보들에게 기본적인 게임조작 방식을 알려주는 ‘튜토리얼’이 없어 초반에 약간 헤맬 수 있다. 하지만 FPS(1인칭슈팅게임)을 전에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이동과 사격 등을 할 수 있다.

키보드의 ‘W’‘A’‘S’‘D’버튼이 좌우상하로 움직이는 기본적인 버튼이고 마우스 좌측 버튼이 사격 혹은 무기를 휘두를 때 사용되는 버튼이기 때문이다. 다만 뛰는 버튼, 고개를 살짝 좌우로 움직이는 버튼, 앉거나 엎드리는 버튼 등이 WASD키 근처에 있는데 원활하게 적응해 사용하기 까지는 플레이를 3판 이상 해야 될 것으로 보였다.

배틀그라운드에서 유저가 낙하산을 타고 섬에 내려가는 모습

10등 안에 들어보자....‘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FPS방식의 게임에서 다소 독특한 ‘배틀로얄’ 방식을 적용해 마지막 한 사람이나 한 팀이 우승하는 방식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팀대팀으로 작은 공간 속에서 매우 빠르게 게임이 진행되는 FPS와 달리 넓은 공간에서 여러 가지 전략과 전술을 생각하며 다소 여유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여기에 더해 초기 결제 3만2000원만 하면 더 이상 현금을 유도하는 것이 없다는 점도 ‘현질(현금으로 게임 아이템을 사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로부터 인기를 끈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배경 말고도 초보자도 다소 쉽게 높은 랭킹을 차지할 수 있다는 점도 이 게임의 매력이다. 즉 파밍을 잘하거나 안전지대에 계속 있으면 굳이 누군가를 죽이지 않아도 고랭킹에 오를 수 있다. 그래서 기자도 목표를 높게 잡아봤다. 100명에 가까운 사람들 안에서 10등 안에 들어 보기로 했다. 50명 정도가 한 반이었던 학창시절 반에서 5등 안에 들어 ‘우등생’이 되겠다는 마음을 오랜만에 느껴보며 플레이를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1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아쉬웠던 것은 조금만 더 버텼으면 8위까지 할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기자가 바로 죽고 난 후 또 다른 2명이 바로 죽었기 때문이다. 여튼 처음 플레이를 시작한 날 10위권에 입성했다는 점은 초보자들에게도 이 게임의 벽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었다.

기자가 11위에 오를 때 사용한 방법은 ‘차량’을 사용한 것이다. 섬이 넓고, 시간이 지나면 플레이할 수 있는 구역이 점차 줄어들어 섬 곳곳에 흩어져 있던 플레이어들은 싫든 좋든 원으로 표시되는 제한구역 안으로 들어와야만 한다. 제한구역 밖에 있으면 강한 자기장으로 플레이어의 에너지가 닳아 누군가와 싸우지 않더라도 사망에 이른다.

이런 이유에서 랜덤으로 설정되는 제한구역이 본인이 위치한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반드시 차량을 이용해 이동을 빨리 해야 한다. 제한구역으로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과 동시에 적이 있는 곳으로부터 쉽게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차량의 매력이다. 웬만한 고수가 아니고서는 시속 80km가량으로 이동하는 차량에 탄 플레이어를 죽이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를 죽이지 않고서 차량만으로 이동하면서 기자는 11위에 등극했다.

배틀그라운드 전장 모습. 원으로 표시된 지역이 제한구역이다.

가끔씩은 여유를 즐겨도 좋은 FPS 배틀그라운드

이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면서 느낀 점은 ‘그래픽’이 좋다는 것이었다. 엄청나게 화려한 그래픽은 아니지만 넓은 섬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끝까지 살아남아야 고랭킹을 얻을 수 있는 다소 삭막한 방식의 게임룰과는 달리 펼쳐지는 풍광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줬다.

언덕 위에 올라 수평선에서 저물어가는 태양을 보며 여유로운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마을을 보고 차를 타고 운전을 하며 ‘드라이브’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점들은 배틀그라운드만의 또 다른 묘미일 수도 있다. 물론 이러다가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적에게 공격을 당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어느 FPS게임에서 이렇게 여유있는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색다른 방식과 초보자도 쉽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점, 별다른 과금이 없고 자유도가 높은 게임이라는 점에서 배틀그라운드는 충분히 재밌는 게임이라 판단됐다. 다만 아직 스팀에서 정식 출시되지 않고 ‘얼리액세스’ 방식으로 나왔기 때문에 서버 불안정과 같은 문제는 해결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몇 번 서버가 끊겼다.

한편 배틀그라운드는 게임트릭스 조사 기준으로 2일 현재 PC방게임순위 2위에 올라 있다. 점유율은 15.67%다. 이 게임의 국내 정식 서비스는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연내 시작될 예정이다.

석양을 바라보며 잠시 여유를 즐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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