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효도폰이 진짜 효도를 위한 휴대폰일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추석 연휴를 앞두고 70대 이상의 부모님에게 선물하기 적당한 스마트폰을 조사하기 위해 일선 휴대폰 유통점을 방문하던 기자에게 한 판매점 대표 이 모(남, 32)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자녀들이 선물로 준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 고령층이 몇명이나 있을 것 같냐고 반문했다.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스마트폰 사용법을 물어보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 어르신들의 상담을 해주면서 회의감 마저 든다고 전했다.

이 씨는 “스마트폰을 들고 매장을 찾는 70대, 80대 분들은 전화번호 검색조차 못하는 분도 있고, 자녀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하시는 분도 있다”며 “이전에 쓰던 2G폰을 다시 사용하고 싶지만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선물받은 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라고 말했다.

2010년대부터 본격 개화기를 맞은 스마트폰은 매년 사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말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77.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제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누구나 사용하는 생필품이 된 셈이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을 맞아 과일이나 한과, 한우, 버섯 등의 전통적인 선물 대신 효도폰이라는 명목으로 스마트폰으로 주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스마트폰을 받은 고령층은 사용법이 익숙치 않아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실제로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을 맞아 과일이나 한과, 한우, 버섯 등의 전통적인 선물 대신 효도폰이라는 명목으로 스마트폰으로 주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스마트폰을 받은 고령층은 사용법이 익숙치 않아 오히려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홈버튼을 제외하면 별도의 물리 버튼이 없는 터치 방식이다. 2G 피처폰이 통화‧종료 버튼, 숫자가 적힌 키패드가 있는 아날로그 방식인 반면 스마트폰은 탑재된 기능들을 실행할 때 아이콘을 위주로 구동하는 디지털 방식이다. 이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는 새로운 것에 적응하기 어려운 노년층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배터리가 이전보다 빨리 닳아 자주 충전해야 불편함도 있다. 과거의 폴더폰들은 완충 시 3일에서 4일까지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화면이 커지고 그 안에 담긴 첨단 기능들이 탑재되면서 하루에도 몇 차례는 충전기를 연결해야 한다. 특히 고령층은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고 종료하는 방법을 몰라서 배터리가 더 빨리 닳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 구리 A통신사 대리점에서 일하는 김 모(남, 30)씨는 “연세 있는 분들은 앱을 종료하는 방법을 몰라 홈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앱의 정상적인 종료가 아닌 대기 상태를 유발해 배터리를 빨리 닳게 하는 원인이 된다”며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횟수가 더 많아지고 그만큼 불편함도 늘어난다”고 전했다.

실수로 스마트폰 상으로 결제를 하거나 데이터가 많이 드는 영상 등을 누를 경우가 있어, 아예 데이터를 끄고 전화와 문자만을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정 모(남, 86)씨는 “뭘 잘못 누르면 돈이 많이 나간다길래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못하게 막아놓았다”라며 “다시 휴대폰을 구매한다면 이전에 쓰던 휴대폰(피처폰)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효도폰이라는 단어 자체가 선물을 받는 사람이 아닌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단어라는 비판이 나온다. 즉 자녀 등 젊은 세대의 욕심에서 나온 일방적인 측면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효도폰이 성능이 낮은 모델에 국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은 한 휴대폰 판매점 내부

‘효도폰’, 우리만의 단어일 수도

이에 효도폰이라는 단어 자체가 선물을 받는 사람이 아닌 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단어라는 비판이 나온다. 즉 자녀 등 젊은 세대의 욕심에서 나온 일방적인 측면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효도폰이 성능이 낮은 모델에 국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효도폰이라는 명목으로 갤럭시노트8이나 LG V30 등 고가의 신제품이 아닌 상대적으로 사양과 가격대가 낮은 스마트폰이 판매된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올해 6월 말부터 9월 말까지 60대 이상 고객이 선택한 스마트폰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제품은 2017년형 갤럭시A7과 갤럭시J5 등의 중저가 모델이었다. 이같은 제품들은 고가 제품 대비 저장공간이 적어 금세 용량이 차게 돼 추가적인 불편을 야기하기도 한다.

서울 양천구의 B통신사 대리점 점주는 “효도폰으로 판매되는 제품은 보통 젊은 사람들은 쓰지 않는 모델이다”이라며 “진짜 효도라면 본인들이 쓰는 것과 같은 고가 제품을 선물하는 것이지, 보급형 모델을 쥐어주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판매점 대표 이 모씨는 “나이가 드신 분들도 보급폰과 최신폰을 고르라고 하면 기능 사용 여부를 떠나서 좋은 제품을 구매하고 싶어한다. 이는 우리가 프리미엄폰을 사는 이유와 같다고 본다”며 “어설픈 보급폰 선물로 잦은 고장과 용량 초과 등으로 불편만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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