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안석현 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충청남도 탕정에 짓고 있는 신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가칭 A4)의 장비 반입 스케줄을 잠정 확정했다. 당초 업계 예상보다 다소 보수적인 투자 스케줄이 잡힌 가운데, LG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폰 물량을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느냐에 따라 향후 적지 않은 변화가 점쳐진다.

2018년 8월 첫 장비 반입, 年 2개 라인 발주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전(前) 공정 협력사들에게 잠정적으로 통보한 A4 라인 첫 장비 반입 시점은 2018년 8월이다. A4 라인은 기존 A3 라인 남쪽 공터에 건설 중이며, 현재 지하 파일(기둥)을 부지에 박아 넣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내년 늦은 봄이면 클린룸 등 유틸리티 설비가 완비될 것으로 보인다”며 “전공정 장비는 8월부터 입고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전공정 장비는 OLED 생산의 핵심인 증착 및 봉지 장비를 뜻한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 (사진=삼성전자)

따라서 납기가 1년 이상 걸리는 캐논도키의 유기물 증착장비와 노광장비 등은 이미 발주가 나간 것으로 보인다. 봉지 공정에 들어가는 플라즈마기상화학장착장비(PECVD)와 잉크젯프린터 등에 대한 발주는 올 연말, 혹은 내년 초에 나올 전망이다. 국산 업체들이 주로 공급하는 건식식각장비(아이씨디⋅원익IPS), 검사장비(HB테크놀러지), 물류장비(에스에프에이)는 내년 1분기 말쯤 발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A4에 대응하는 베트남 후공정 라인 'V4(가칭)'에 대한 투자 계획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내년 4분기 쯤 대규모 투자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에 발주할 OLED 생산라인은 6세대(1500mm X 1850mm) 원판투입 기준 월 3만장 수준이다. 증착장비가 8월에 1대, 10월에 1대 등 총 2대가 입고될 예정이다. 6세대 원판 1장에서는 약 200개의 스마트폰용 패널(5인치대)을 면취할 수 있다. 수율 70%를 가정하면, 월 420만개분의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연간으로는 5000만개 정도다.

A4 라인의 본격적인 양산 가동은 2019년 1분기, 혹은 2분기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형 OLED 라인의 양산 조건 세팅 기간은 최소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 A4(가칭) 공장 신설 예정 부지. (자료=네이버 지도 캡처)

추정치 60K⟶30K로 줄어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에 투자할 6세대 월 3만장 분량은 당초 디스플레이 업계가 예상한 월 6만장 분량의 절반 수준이다. 이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애플과 LG디스플레이 양사간 협력 관계를 봐 가면서 투자하기 위해 보수적 기조로 돌아섰을 가능성이다. 올들어 LG디스플레이는 구글은 물론 애플로부터도 투자를 추진하면서 중소형 OLED 사업에 ‘올 인’하고 있다.

애플이 2019년부터 LG디스플레이에서 OLED를 일부나마 구매한다면,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투자에 속도를 내기가 퍽 조심스럽다. 2018년 A4에 대규모 선투자를 해두었다가 2019년 LG디스플레이에 물량이 배정되면 가동률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용 OLED 공급에 성공할 경우, 가동률 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적으로 중소형 OLED 가격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15억대로 굳어졌고,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수 있는 고가(프리미엄) 모델은 당분간 4억~5억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기 때문이다.

(자료=삼성증권)

이와는 반대로,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중국 BOE⋅CSOT 등이 한동안 중소형 OLED 양산에 애를 먹을 것으로 보고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의견도 있다.

어차피 중소형 OLED 시장에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스스로 수급을 완화시킬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업계 전반적으로 공급 부족을 팽팽하게 유지하면서 수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게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더 이익이다. 

실제 LG디스플레이의 6세대 OLED 라인인 경북 구미 E5는 아직 본격 양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양산 기념식을 가진 BOE B7 라인 역시 1주일에 100시간 정도 가동하는 게 고작이다. 그나마 BOE의 수율은 아직 한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 전경.(사진=LG디스플레이)

한 장비 업체 대표는 “삼성디스플레이는 향후 2020년까지 중소형 OLED 분야에서 돈을 벌 수 있는 회사는 자신들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시장 수급을 조절할 수 있는 독점 시장에서 투자를 서두를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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