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유럽연합(EU)은 세금회피로 비난받아온 미국 IT 대기업에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구글세’를 거두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중이다. 구글세는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IT 대기업이 이익을 올리고도 각 나라에서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을 막기 위해 조세제도를 손보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미국 IT 대기업의 불공정 세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우리나라에서도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의 조세 불균형으로 인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6일 IT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EU는 오는 2018년 구글, 페이스북 등의 미국 IT 대기업에 새로운 세재개편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EU당국은 오는 12월까지 세재개편안의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U는 “내년에 공평한 경쟁을 제공하는 공정하고 효과적인 세금에 대한 새로운 규정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EU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 28개국 모두 이같은 안건에 모두 동의, 서명했다.

구글세 도입방안으로 EU 측은 다양한 방안을 고민중이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 IT 대기업들이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등의 저세율 국가에서 내는 세금 대신 EU 국가에서 발생한 매출에 기반해 세금을 내는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또한 미국 IT 대기업들의 수익이 아닌 매출에 대한 과세, 온라인 광고에 대한 세금 부과, 인터넷 회사에 대한 원천징수세 부과 등을 거론하며 다양한 방안을 고민중이다.

EU회원국들이 구글세 도입에 대해 고민하게 된 배경에는 구글의 불공정 혐의가 깔려있다. 앞서 EU 반독점 당국은 2010년부터 7년간 구글이 온라인 검색 지배력을 이용해 자사의 쇼핑, 여행 검색 등의 서비스에 불법적인 혜택을 부여한 혐의를 조사했다. 이후 지난 6월 구글에 역대 최대 금액인 24억2천만 유로(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조세절감, 어떻게 하고 있길래?

현재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IT 대기업들은 EU 회원국에서 거둔 수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여기서 회원국별로 세율이 다른 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쟁점이다.

미국 IT 대기업들은 아일랜드 등 저세율 국가에 고정사업장을 만들어 순익을 등록한다. 그러면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EU회원국에서 세액을 낮출 수 있다.

예를들어 구글은 해외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구글 아일랜드 유한회사와 싱가포르 자회사에 모은 뒤 이를 네덜란드의 구글 네덜란드 홀딩스BV로 이전한다. 여기에 모인 자금은 버뮤다에 있는 구글 아일랜드 홀딩스 무한책임회사로 다시 송금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유럽의 수익을 아일랜드 자회사 두 곳과 네덜란드 자회사를 거쳐 버뮤다 등지로 보내기 때문에 유럽 당국이 제대로된 세금을 걷기 어렵다. 버뮤다에서는 법인세율이 '0' 수준이다.

아마존은 2015년 영국에서 70억파운드(10조4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740만파운드(110억원)의 세금만 납부했다. 숙박공유 기업인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10만 유로(1억3천만원) 미만의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국가들의 분노를 샀다.

국내서도 불거지는 문제... 글로벌 기업의 조세 ‘역차별’

미국 IT 대기업의 조세회피는 유럽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꾸준히 제기되어온 해묵은 문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은 국내에 지사를 두고 서비스를 하며 수익을 내고 있다. 이들도 EU에서와 비슷한 방식으로 국내에서도 조세절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국내 인터넷기업 사이에서는 미국 IT 대기업의 매출 현황을 파악해 제대로 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좌) 한성숙 네이버 대표, (우) 임지훈 카카오 대표 (사진=각 사)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최근 공개석상에서 “한국기업과 해외기업과의 역차별 이슈는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며,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정부나 해외기업들도 입장을 정하고, 모두가 같은 스타트라인에 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지훈 카카오 대표도 국내외 기업 역차별을 지적했다. 임 대표는 “포털 뉴스를 포털에서 보지 않고 글로벌 서비스에서 유통되어 보기도 한다. 유통 파워가 엄청 큰 곳도 존재하는데, 왜 국내 업체인 카카오와 네이버만 강한 챌린지를 받아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스타트업에서도 이러한 지적은 이어졌다. 김봉진 코리아스타트엄포럼 의장은 “글로벌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어떤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일까 고민한다면, 국내 사업자들은 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절반 이상의 리소스를 쓰고 있다”면서 “우리는 빠른 인터넷 인프라를 만들어낸 강국이라고 하지만 그 위에서 진행되는 서비스들은 대부분 해외 사업자의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국내 인터넷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공정한 경쟁 선에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IT 대기업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데, 국내 기업에만 엄격한 인터넷 관련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해결위해 팔 걷었다...역차별TF 가동

최근들어선 우리 정부도 인터넷 산업분야 역차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과기정통부, 방통위, 기재부, 국세청, 금융위가 참여하는 ‘인터넷 기업 역차별 조사’ 범정부 TF를 얼마전 구성했다. 역차별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역차별 범정부TF는 과학기술정통부를 중심으로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재정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한다. 국내외 인터넷기업들의 역차별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현재 각 부서의 사무관들이 모여 국내외 인터넷기업 역차별 현황에 대해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인터넷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 특성상 미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데, 해결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법적인 집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도 "지금까지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으나 정부에서 직접 들여다본다고 한 것은 드문 일로, 인터넷 업계에선 약간의 기대는 품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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