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SK텔레콤에서 300MB 데이터를 제공하는 3만2890원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와 6.5GB를 제공하는 5만6100원의 데이터 요금제는 가격이 2만3210원 차이난다. 데이터 제공량 차이는 6GB 이상이다. 1MB당 3만원대 요금제는 109.6원, 5만원대 요금제는 8.42원이다. 10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난다. KT나 LG유플러스의 데이터 요금제 가격이나 서비스도 SK텔레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데이터 사용량을 감안할때 이통3사의 3만원대 요금제는 비싸고 오히려 5만원대 이상의 요금제는 저렴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만원대의 가격에 1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보편 요금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3만원대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가 많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됨은 물론 다른 요금제까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되고 있다.

29일 익명을 요구한 이통3사 한 관계자는 “데이터 무제한을 제공하는 6만원대 요금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봐도 매우 저렴하다”며 “이통사는 이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3만원대 요금제 등 저가 요금제를 비싸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3만원대 요금제를 2만원 대로 내리는 보편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요금 수익체계의 균형이 무너져 이통사들은 다른 요금제 설계를 준비하거나 방안을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사진=플리커

이 같은 사실은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 양환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시장 경제에서 여러 개를 한번에 구입할 경우 낱개로 살 때보다 저렴한 것이 맞지만 가격 차이가 10배를 넘어서면 정상적인 시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국회토론회에서 말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가 보편 요금제 출시를 준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2만원대 보편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200분 가량의 음성통화에 1GB~1.3GB의 데이터를 제공할 것이 유력하다. 3만원대 데이터 요금제 가입자들은 2만원대 보편 요금제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비싼 3만원대 데이터 요금제의 가격을 현실적으로 낮추는 것이다.

전영수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정부는 보편 요금제 도입으로 4만원대 데이터 요금제 이상 등 다른 요금제도 연쇄적으로 인하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편 요금제 도입으로 고가 통신요금 줄줄이 인하될까?

하지만 정부의 기대와 달리 보편 요금제가 도입되더라도 다른 요금제가 인하될 가능성은 낮다. 한 이통사가 가격을 내리면 다른 이통사들도 뒤따라 인하할 수 밖에 없는 시장 논리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KT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하자 다른 이통사들도 서둘러 데이터 요금제를 시장에 내놓았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통사 뿐만 아니라 굳이 요금을 내릴 이유가 없는데 먼저 요금을 인하하는 회사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통사들은 보편 요금제 출시로 손해를 본다고 해서 다른 요금을 올리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이동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경우 요금인가제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요금을 올릴 경우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에 사전 허가를 맡아야 한다. 가계 통신비 인하에 집중하고 있는 과기정통부가 이를 허락해줄리 없다. SK텔레콤의 요금이 그대로면 시장 논리상 KT와 LG유플러스가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

이통사가 손실 보전을 위해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판매장려금을 통해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치하는 것이다. 6만원대 요금제부터는 데이터가 무제한이지만 7만원대, 8만원대 10만원대 이상의 요금제도 존재한다. 이통사는 유통점이 7만원대~10만원대 이상의 요금제 가입자를 유치할 경우 리베이트를 많이 제공해, 이용자들이 프리미엄폰을 싸게 구매하려면 고가 요금제에 가입할 수 밖에 없도록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보편 요금제가 도입돼, 가격이 비쌌던 3만원대 데이터 요금제의 고객들이 이탈할 경우 이통사의 손해는 크다”라며 “요금 인가제가 없다하더라도 시장 논리 상 다른 요금제의 가격을 올리기는 힘들고, 매출을 높이기 위해 고가 요금제 가입자 유치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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