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 1호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20%→25%)이 시행된 지 열흘이 지난 가운데 이동통신 3사의 공시지원금은 요지부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이 요금할인의 혜택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박탈됐다는 지적과 함께 이동통신 3사가 경쟁을 피하기 위해 요금할인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6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선택약정 요금할인율이 20%에서 25%로 상향된 후 열흘이 지난 25일까지 이동통신 3사의 공시지원금 변화는 미미한 수준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요금할인율이 인상된 당일 삼성전자의 갤럭시온7과 갤럭시와이드를, 23일에는 갤럭시와이드2 등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3종의 스마트폰 지원금을 올렸다. KT와 LG유플러스는 단 한 종의 제품도 지원금을 올리지 않았다.

본래 선택약정 요금할인은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소비자가 그에 맞는 수준의 요금할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즉, 요금할인과 공시지원금 중 소비자가 자신에게 맞는 혜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 대책 1호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20%→25%)이 시행된 지 열흘이 지난 가운데 이동통신 3사의 공시지원금은 요지부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픽사베이)

사실상 소비자 선택권은 없어져...도입 취지 맞지 않는 '선택약정 할인'

그러나 현재 프리미엄폰 뿐만 아니라 중저가폰에서도 선택약정 할인율 25%를 선택하는 것이 지원금에 비해 금전적 혜택이 크다보니 소비자는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 선택약정 제도가 도입 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6만원대 요금제로 25%의 요금할인을 받으면 2년간 39만6000원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선택약정 요금할인율과 공시지원금 중 선택이 가능하려면 공시지원금이 이와 같은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공시지원금과 25% 요금할인을 비교해서 공시지원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 이동통신사의 6만원대 요금제 기준 공시지원금을 분석한 결과 25% 요금할인을 받는 것보다 공시지원금을 많이 주는 단말기는 삼성전자 53종 스마트폰 중 21종이었다. 그러나 지원금이 40만원 이상인 스마트폰은 ▲갤럭시S5 ▲갤럭시S6 ▲갤럭시노트3 ▲갤럭시노트4 ▲갤럭시노트5 ▲갤럭시 메가 ▲갤럭시 라운드 ▲갤럭시 알파 등 현재는 단종돼 재고를 구할 수 없는 스마트폰들이다.

LG전자 단말기 또한 요금할인율보다 공시지원금이 높은 모델은 38종의 스마트폰 중 8종에 불과했다. 이 역시 ▲G2 ▲G프로2 ▲G5 ▲G플렉스 등 출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 구할 수 없는 스마트폰이 주를 이뤘다.

이에 공시지원금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시지원금의 경우 이동통신사별로 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경쟁을 유발하는 마케팅 수단인 셈이다. 그러나 요금할인은 이동통신 3사가 통신 요금의 25% 할인율을 동일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가입자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 이동통신 3사는 고정된 요금할인율을 통해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매출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얻는다.

10월 공시지원금 상한 폐지...과연?

오는 10월부터 법적으로 33만원이던 공시지원금의 상한선이 사라지지만 지원금이 오를 것이란 전망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동통신 3사가 공시지원금을 통한 소모적인 싸움을 피하고 싶어 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정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할인율을 통해 출혈 경쟁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동통신 3사 입장에서는 바람직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동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요금할인율도 올라간 상황에서 지원금까지 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라며 “정부가 강제로 요금을 내리고 있는데 어떤 이통사가 마케팅비를 늘리겠나”라고 말했다.

정부는 요금할인율 인상으로 인한 효과를 분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원금 상한제 폐지 후의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이용제도과 전영수 과장은 “요금할인율 인상과 관련된 평가는 추석 이후에 할 예정으로, 열흘 지난 상황에서 성과 등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라며 “지원금 상한제 폐지 후에 이동통신사들이 지원금과 관련해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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