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기대 수명의 증가로 직장에서 정년퇴직 이후에도 경제활동을 하면서 제 2의 인생을 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재취업과 창업, 희망 업종 등은 고민의 대상이다. 최근 LG유플러스가 신규 대리점 창업자를 공개 모집하면서 휴대폰 소매업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일반적으로 휴대폰 대리점 창업은 통신업계에 종사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 였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으로 인식됐으나 LG유플러스가 이를 무너뜨리면서 예비 창업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인구보다 많은 이동통신 가입자...대리점‧판매점 시장 포화 문제 없나

현재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포화 상태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2000년 1월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2400만명이었으나 올해 7월 기준 6287만명로 우리나라 총 인구(5170만명)를 넘어섰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이같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 등의 급격한 성장세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휴대폰 판매점 수는 2014년 이후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휴대폰 판매점 수 추이.

최근에는 국회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휴대폰 유통점들은 또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단말기 완전자급제는 현재 휴대폰 유통점에서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를 결합해 판매하는 것을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관련 법안을 보면 제조사와 판매점이 단말기를 판매하고, 이동통신 3사와 직영점, 대리점은 통신 서비스를 취급하도록 했다. 판매점과 대리점 등 유통점의 수익 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휴대폰 유통점의 어두운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5세대 이동통신(5G)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도래에 따른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과 그에 맞는 최신 스마트폰, 태블릿PC, 사물인터넷(IoT), IPTV 등의 신상품이 꾸준히 출시될게 분명하다. 따라서 현재의 휴대폰 유통점은 다양한 상품으로 확대하면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마트폰은 제조사들이 매년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서 일정 수준 유지될 전망이다. 

실제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20년까지 무선통신 시장의 매출이 연 평균 3.75%씩 지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물가안정목표치인 2%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예측과 비교하면 다소 높은 수치다.

단말기 유통업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는 향후 오프라인 매장을 누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느냐가 주요 요소가 될 것”이라며 “휴대폰 대리점에서 스마트폰만 파는 시대는 지났다.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기기 등 대리점을 통해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 많아지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휴대폰 유통점의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현재 동반성장위원회에서 휴대폰 소매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위한 사업자간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휴대폰 판매점과 대리점 등이 중기적합업종에 지정되면 이동통신 3사와 삼성 디지털프라자, 롯데 하이마트 등 대기업 계열사들이 휴대폰을 판매하지 못하거나 휴대폰 소매업에서 일부 손을 떼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디지털프라자와 하이마트 등의 대형 유통점의 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하는 만큼, 일반 대리점과 판매점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 무엇이 다른가

휴대폰 소매업은 스마트폰과 이동통신사의 통신 서비스를 묶어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업종으로,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상가가 밀집한 지역을 지나다 보면 1층에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 등의 회사 로고를 단 휴대폰 판매점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이동통신 3사 중 한 곳의 이름만 사용하고 있다면 대리점, 3사의 회사명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면 판매점이다.

휴대폰 대리점은 개인 사업자가 이동통신사 중 한 곳과 계약을 맺고 해당 이동통신사의 서비스만을 판매하는 형태다. 판매점은 이들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다. 판매점은 이동통신 3사의 대리점과 모두 계약을 맺을 수 있어 3사의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모두 취급할 수 있다.

대리점과 판매점은 기본적으로 단말기 판매 시 제공되는 판매 장려금을 받는다. 판매 장려금은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함께 지원(분담)하는 비용이다. 장려금은 판매하는 단말기 종류와 판매 시기에 따른 정책 변화,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 등의 가입형태 등에 따라 금액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대리점은 한 대당 16만원에서 20만원, 판매점은 30만원 정도를 판매 장려금으로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점은 통신 서비스를 팔면 해당 통신사로부터 관리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다. 고객이 가입한 요금제의 6%에서 많게는 7% 정도를 매월 지급 받는다. 이는 고객이 이동통신사를 옮기지 않을 때까지 제공되며 최대 5년 동안 받을 수 있다. 즉 고객이 해지하면 관리 수수료가 끊기는 것이다. 이는 판매점과 대리점 수익 구조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이외에도 명의 이전이나 요금수납 등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받는 수수료가 있고, 액세서리 판매 등으로 수입을 올리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대리점과 판매점 모두 통신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뛰어들 수 있다. 최근에는 LG유플러스가 이례적으로 대리점을 공개 모집해, 이제는 통신업종 경력이 전무한 사람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휴대폰 대리점 창업은 통신업계에 종시하는 이들만 할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 였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은 업종이었으나 LG유플러스가 이를 무너뜨리면서 예비 창업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안정적 수입은 대리점...판매점은 창업 비용 더 적어

대리점과 판매점은 계약 주체와 수익 구조 등이 다른 만큼 각각의 장단점도 명확하다.

이동통신 3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대리점은 매장을 열 때 본사가 원하는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동통신사는 대리점 창업자의 매장 부지 및 매입 유무, 위치, 면적, 고용 직원 수, 단말기 매입 대금 확보 등을 살펴본다. 유동인구가 많은 목 좋은 자리에 위치해야 하며, 자사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는 최소한의 면적을 갖춰야 한다.

목 좋은 곳에 크기도 갖추다 보면 대리점 매장을 꾸미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이동통신사가 매장 투자비용을 일부 지원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창업자 몫이다. 

대리점의 휴대폰 매입 비용은 초기 투자비를 크게 높이는 요소다. 한 대에 100만원에 달하는 스마트폰을 100대만 구입해도 1억원이다. 프리미엄 모델부터 중저가 모델, 용량과 색상별로 제품을 구비하면 수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한 명당 150만원, 200만원의 인건비가 드는 판매원들도 일정 수준 이상 고용해야 한다.

이에 비해 판매점은 창업자 형편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매장 위치나 면적, 직원 수 등을 자신의 자금 사정에 맞게 갖추면 된다. 단말기도 위탁 계약맺은 대리점으로부터 들여와 판매하고 남은 것은 반납하면 되기 때문에 휴대폰 매입과 재고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수익 측면에선 대리점이 안정적일 수 있다. 대리점은 매월 단말기 판매에 대한 수익에 더해 가입 고객 요금의 6%에서 7% 정도를 관리 수수료로 받는다. 가입 고객이 쌓이면 쌓일수록 빛을 발해 안정적인 수입원이 된다. 판매점은 단말기를 팔 때마다 받는 판매 장려금이 사실상 지원금의 전부다. 신규 단말기 출시나 여름 휴가 비수기 등의 영향을 받아 잘 팔리는 달과 그렇지 않은 달의 구분이 명확하다. 또한 개인의 영업력에 따라 성과는 크게 갈린다.

이동통신시장에서 번호이동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판매점에 악재다. 다른 이동통신사의 고객을 가입시키는 번호이동이 이동통신사 이동없이 단말기만 바꾸는 기기변경보다 판매장려금이 더 높기 때문이다. 번호이동과 기기변경에 따른 판매장려금은 적게는 2배, 많게는 3배까지 차이가 난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보통 소비자들은 이통사를 옮기면 더 많은 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도입된 이후에는 이같은 혜택이 크게 줄어들면서 단통법 도입 전에 7:3이던 번호이동, 기기변경 비율이 역전됐다.

충정지역에서 LG유플러스 대리점 10곳을 운영하는 김용래 대표는 “판매점은 대리점보다 수익이 들쭉날쭉한 편이다”라며 “안정적인 수입을 원하는 사람은 대리점 창업이 더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2년~2016년까지 이동통신사, 알뜰폰 사업자(자사 번호이동 포함) 번호이동 가입자 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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