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마케팅 이사, 오라클 CRM 컨설팅 팀장 역임, 현재 경희대학교 겸임교수, UBCNS 대표컨설턴트

최근에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권에서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한창이다. 차세대시스템에 투자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들이 높다. 그러나 정작 투자비용에는 관심이 많은데 비해 차세대시스템의 정체가 무엇이고, 왜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매우 부족한 것 같다. 도대체 무엇이 차세대시스템이고 언제부터 언제까지가 차세대인가?
   
차세대 더 많은 연구 필요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현재 회자되고 있는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실체는 없어 보인다. 단지 정보시스템 재개발이 더 적합한 말인 것 같다. 그동안 정보화가 이뤄지면서 표준화된 아키텍처 없이 비 체계적이고 여기저기 분산된 시스템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총체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통합 재개발 말이다. 

기업마다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시스템의 구축 내용을 살펴보면, 어떤 기업은 메인프레임을 다운사이징 하는 것이다. 어떤 기업은 인터넷환경으로 바꾸는 것이다. 어떤 회사는 여기저기 분산된 시스템을 통합화 하는 것이다. 기업마다 정보화에 대한 다른 이슈를 가지고 있다. 마치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라는 용어를 붙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기업마다 정보화에 대한 이슈는 다를 수밖에 없고 달라야 한다. 문제는 업계에서 ‘차세대시스템’이라는 용어를 쓸 때는 용어 자체에서 상징하고 있는 개념이나 실체를 담고 있어야 한다. 또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 모두가 공통된 용어를 가지고 같은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데 문제가 있다. 마치 경쟁사는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해 무엇인가 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렇지 못해서 불안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고, 그로인해 금융기관들이 유행처럼 차세대시스템을 재구축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차세대시스템을 금융기관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하다 보니 업계에 이를 제대로 수행할 만한 IT인력도 부족하고, 차세대시스템에 대한 투자비용도 더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또한 최근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정보시스템 전체를 재개발하는 백뱅(Big Bang) 방식들 이어서 필자는 매우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이것은 보통 회사를 새로 만들 때 하는 작업인데, 왜 전체를 한꺼번에 재개발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기업이란 지속성을 가지고 계속 발전해 나가는 것이고 시스템도 함께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IT에서 이야기하는 시스템 통합(SI)은 신기루 같은 것이어서 우리가 가고자하는 과정이지 끝은 없는 것이다. 모든 시스템을 하나의 아키텍처로 통합하기도 어렵지만, 통합하고 나면 또 통합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에 통합 그 자체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동안 IT시스템의 발전단계 추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80년대에는 IBM 메인프레임 위주로 SNA 통신을 이용한 패쇄형 시스템이 주류를 이뤄 오다가,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유닉스/NT서버 기반의 클라이언트 서버(C/S)환경과 TCP/IP 통신을 이용한 개방형 시스템 환경으로 다운사이징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세대에서는 기업들의 전산 투자비용을 대폭 절감하는 것이 주요 이슈였다. 

지난 2000년대에 들어서는 인터넷 기술의 발달에 따라 자바(Java) 등 인터넷 기술을 이용한 e비즈니스 환경으로 옮겨가고 있다. e비즈니스 환경은 기존의 계정처리, ERP 등 기업 내부의 거래처리 업무위주에서 CRM, SCM 등 전략적으로 기업외부(고객, 공급업체)까지 가치체인을 연결하는 전략적인 시스템으로 확대되고 있다. 결국 최근 정보화의 추세는 경쟁사와 차별화를 통해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기업가치 극대화를 지원하기 위한 전략적인 시스템으로 발전해 가야 한다.

“차세대 경영”을 먼저 해야
차세대시스템을 이야기하기 전에 “차세대 경영”을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 사실 IT시스템이란 단지 경영을 지원하는 인프라일 뿐이다. IT가 없으면 업무가 돌아갈 수 없지만, IT시스템이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은 아니다. 차세대 경영은 “고객을 중심으로 기업내부를 혁신하는 고객중심 경영”이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고객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는 기업의 생산성 보다 고객의 충성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만들어 놓은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수요가 많고 공급이 적은 기업환경에서는 대량으로 생산해서, 매스미디어를 통한 광고 판촉을 대대적으로 하고, 매장을 열어 놓으면 고객들이 찾아와서 구매하는 이런 방식 말이다. 상품만 만들면 판매를 확신할 수 있는 ‘확실성의 시대’에서는 기업내부의 생산성이 최고의 관심거리였다. IT시스템도 이러한 기업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계정계, ERP 등 주로 내부 거래 효율성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들 이었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대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다양하고 공급자들의 솔루션도 다양해 우리의 상품을 만들면 팔릴지 안 팔릴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와 있다. 소품종 대량생산 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다양화해야 하는 소비자 주도의 경제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젠 칼자루를 기업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로 돌아갔다. 경쟁사보다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지속적으로 만족시켜 충성도를 강화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영의 패러다임을 그동안 ‘상품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 고객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고객과 장기적인 관계를 중요시하며, 지속적으로 고객의 경험을 관리해 나가면서 경영활동을 고객을 중심으로 혁신해 나가야 한다.    

‘고객중심 경영’ 지원 시스템
차세대시스템은 그동안 계정처리, 재무관리 등 거래처리 및 기업내부업무의 기간계시스템 재개발이 아니라,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전략적 시스템이어야 한다. 새로운 고객만족 경험을 제공해 거래고객의 만족도를 혁신함으로써, 우수고객의 이탈을 방지하고, 기존고객의 가치를 증대시키며, 수익성 있는 새로운 신규고객 창출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 말이다.  

차세대시스템을 누가 먼저 구축했는지, 누가 얼마를 투자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누가 고객을 더 만족시킬 수 있고 이로 인해 고객의 충성도를 더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모처럼 새롭게 투자하는 차세대 프로젝트가 IT강국답게 방향성을 가지고 IT업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IT TODAY 2007년 10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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