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린이들은 '디지털 원어민'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디지털 기기와 멀티미디어 콘텐츠에 익숙하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기능을,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어도 척척 해낸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줘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부모들 입장에서는 헷갈린다. 중요한 것은 시대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정서 함양에 책이 좋다고, 또 스마트 기기가 산만함을 유발한다고 무조건 막을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규칙과 절제력을 키우는 방법으로 어릴 때 부터 사용습관을 길러주는 것을 권한다. 디지털투데이는 스마트기기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과 올바른 사용습관에 대해 집중 취재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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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아이 스마트폰 중독인가요? 디지털원어민 ‘축복인가 재난인가’
2. 스마트폰 너무 좋아하는 우리아이 어떡하죠...진짜 문제점은?
3. 어린이 스마트기기 올바른 사용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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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스마트폰 보급률이 80%를 넘어서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스마트폰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메신저, 인터넷, 동영상 시청, 쇼핑, 음악감상과 같은 우리의 일상의 대부분의 활동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유아동을 포함한 청소년에게 스마트기기 사용을 무조건 막기보다는 올바를 사용방법을 숙지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지난 2015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한국중독정신의학회·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내놓은 ‘스마트 디지털 미디어 이용에 대한 권고안’은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아이들을 둔 부모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권고안은 ▲만 2세 미만의 유아는 가급적 모든 스마트 기기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 ▲만 2세 이후에도 스마트기기 이용시간이 하루에 가급적 2시간을 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기기 사용 환경을 적절하게 살펴야 한다 ▲평소 아이가 스마트 기기를 통해 무엇을 보고 느끼는지 관심을 갖고 훈계나 비난보다는 대화로 다가서야 한다 ▲부모가 게임이나 동영상의 폭력성·선정성 등을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가정 내 스마트기기 이용 계획을 미리 세우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심야 시간 스마트기기 이용 금지 ▲부모 스스로 모범 보이기 등을 올바른 스마트기기 사용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했다.

권고안 작성에 참여한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동청소년의 스마트기기 사용으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문제를 방지하고 올바른 사용습관 형성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외국에서는 이미 많이 나와 있는데 국내서는 잘 찾아볼 수 없었다”며 “현재 수많은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노출돼 있는 스마트 기기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기에 스마트기기 이용 권고안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정슬기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유모차에도 스마트폰 거치대가 있는 것을 봤는데 매우 충격적이었다”며 “외국의 경우 일정 나이 이하의 어린이들에게는 스마트기기를 아예 노출시키지 않게 하는 법안 추진 움직임이 있는데 국내는 생각보다 경각심이 없는거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적으로 스마트폰 기기 사용 시작 연령에 대한 검증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스마트기기 이용 권고안 (자료=스마트 디지털 미디어 이용 권고안)

부모 역할이 가장 중요...올바른 사용 의지 갖게끔 만들어야

부모가 스마트폰 과의존위험군일 경우 자녀도 위험군에 속할 확률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만큼 부모의 역할이 어린이 스마트기기 사용 습관 형성에 매우 중요한 것으로 지목됐다. 되도록 아이 앞에서는 스마트기기 사용 빈도를 줄이고 아이와 함께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서 공감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기기 과다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가장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6년 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 보고서는 스마트폰 과다사용으로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주변 도움’을 스마트기기 사용 습관 개선에 필요한 1순위로 지목했다. 2순위도 ‘교욱 및 상담’이 지목돼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 유아동의 경우 주변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 부모이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이용 습관 형성을 위해 부모는 사용규칙 지도, 신체적 활동이나 놀이로 함께 자녀와 시간 보내기, 스마트폰 이용 시 함께 이용하기 등이 권고됐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TV나 게임 등 모든 기기나 콘텐츠가 나왔을 때 늘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에는 그것을 아예 막는 것 보다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초점을 맞춰 왔다”며 “스마트기기 사용에서도 시간을 정해놓고 사용케 한다던지하는 가정 내에서 규칙을 만들고 이를 잘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부모 본인이 다른 일을 하고 있는 등 바쁜 상황에 놓였을 때 스마트기기를 아이에게 주는데 이렇게 되면 어린아이가 스스로 스마트기기 사용 조절 능력을 학습하기 힘들게 만들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40대 직장인 유모씨도 “초등학생 아이에게 학교가기 전에 모든 준비를 다 마치고 10분 게임을 하도록 해 주고 하교 후에도 숙제 등 해야 할 일을 마치고 10분 게임을 하게 했더니 아이가 그 규칙에 익숙해져서 거기에 맞춰 게임 이용 습관을 형성했다”며 “무조건 막기보다는 규칙을 만들고 아이가 그 규칙을 지킬 수 있도록 부모가 옆에서 도와주는 것이 스마트기기 사용 습관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 사용 어린이 그림 (사진=픽사베이)

전 사회가 함께 어린이 스마트폰 사용에 관심 가져야

전문가들은 어린이 스마트폰 사용 습관 형성에 가장 가까운 부모의 영향이 크다면서도 국가적 차원에서의 논의와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어린아이들에게 스마트기기가 어떤 부작용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초 조사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슬기 중앙대 교수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어린 아이들이 스마트기기에 많이 노출되는 환경을 가진 나라는 드물다”며 “이런 현실 속에서도 딱히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총괄하는 국가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교수도 “스마트기기 사용이 전 연령대에 확산돼 중독 문제가 거론된지 수 년이 흘렀는데 국가차원의 기초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이들이 사용하는 물건은 안전검사를 의무적으로 하게 돼 있는데 오히려 더 노출 빈도가 심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안전검사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육아정책연구소도 지난 2014년 ‘영유아 스마트폰 노출 실태 및 보호대책’ 보고서를 통해 영유아 스마트기기 사용에 대해 법적 측면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영유아 관련 유관기관 실무자들에게 스마트폰 관련 내용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어 “근본적으로는 부모들이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만큼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출산휴가, 육아휴직, 유연근무제 등이 기업에 정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스마트기기 외에 즐길거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직접 몸을 움직여 체험을 하는 즐길거리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슬기 교수는 “청소년들이 숨쉴만한 공간이 없고 놀이 문화가 많이 없다 보니 스마트기기에 중독되는거 같다”며 “대안적인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제 스마트기기는 자체만으로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따지기에는 이미 우리 삶의 조건이 돼 버렸다”며 “이런 상황 속에서는 스마트기기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스마트기기보다 더 재밌는 것들이 밖에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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