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외부에서 선임된 대표가 오자마자 바깥에서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큰 변화를 일으켜야 하고 많은 사업을 조정하기 위해 대표로 부임됐는데 내부 상황과 사람들을 100%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바깥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내부 구성원들에게 와닿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오랜만에 공식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낸 임지훈 대표가 조심스럽게 이러한 이야기를 꺼냈다. 카카오 대표 부임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그가 왠일인지 밝은 얼굴로 기자들 앞에 나타났다.

카카오는 2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간담회는 천명 가까이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장을 빌려 사업성과를 발표하는 것도,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하는 자리도 아니었다.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 오피스에서 임지훈 카카오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마다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회사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을 수 있는 ‘T500’ 시간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날 70명 가까이 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임 대표는 두시간이 넘도록 웃음을 머금으며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임 대표는 그 어느때보다도 솔직하면서 진솔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의 예민하고 날카로운 질문에도 거침없이 '솔직한 대답'을 이어갔다. 심지어 본인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의 질문이 나오면 "잘 모른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임 대표는 “작년 한해는 사무실에 있으면서 (회사를) 변화해야 하는 방향으로 끌어가야 했다"면서 "올해는 그 성과가 나오는 것 같았다. 딱히 발표할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면해서 뵙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세간에서는 임지훈 카카오 대표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들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카카오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던 O2O(온오프라인연계) 서비스가 성과를 내지 못한 점, 뚜렷한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점 등에 대해서 언론의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임 대표는 이러한 시행착오에 대해서 "동의한다”고 했다. 임 대표는 “카카오 드라이버를 하면서 많이 느꼈다. 이 서비스는 심혈을 많이 기울였다. 카카오가 하려고 했던 것은 대리운전 (서비스 자체)가 아니라 (이것을 함으로써) 대리기사님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우상향하고 있지만 초반에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안 됐고, 판단미스라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이외에도 가사도우미 등 수많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잘하는 것을 해야겠다고 판단. O2O 서비스를 직접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잘할 수 있는 모빌리티는 계속하되, 나머지는 플랫폼단으로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임 대표는 오히려 이런 점이 카카오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안되는 사업은 접고 잘할 수 있는 사업은 직접하거나 플랫폼으로 하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오래 준비했던 프로젝트를 접는 것이어서 고통스러웠다”면서 “이런 부분이 시행착오인 점을 인정한다. 다만 이런 결정 덕에 카카오가 집중해야 될 것에 뾰족해진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표 교체설...신뢰 만들어 갈 것

또 성과가 좋지 않을 때마다 언론에서 제기했던 '대표 교체설'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임 대표는 “기사에서 대표 교체설이 나올 때 ‘그런가보다’했다. 대표 연임은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유저들과 임직원들로부터 신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연초에는 저에 대해 부정 기사도 나와지만 요즘에는 좋은 기사가 나오고 있다. 저는 달라진게 없는데”라면서 “사실 4월에 열심히 했다고 7월에 좋은 실적이 나오지는 않다. 뒷단의 근원적 변화가 생겨야 바뀐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행착오가 있어서인지 최근 카카오는 조금씩 여유를 찾고 있는 듯 하다. 카카오가 내세우고 있는 ‘사업 분사’라는 쪼개기 전략을 통해 분사기업 투자유치, 매출증대, 인공지능(AI) 협업, 카카오미니의 성공적 예약판매 등은 그것의 방증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무려 3시간에 이르는 기자 간담회가 진행되는 동안 임대표는 30개가 넘는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도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과장해서 보태자면 행복해 보이기까지 했다. 물론 지금 카카오가 주변에서 "오, 이제 성과가 나오고 있네", "카카오의 큰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냉장하게 말하자면 아직 이러한 표현을 하기에는 한참 이르다. 특히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IT 산업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초심을 잃지 않고 더욱 단단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이날 임지훈 대표가 기자들에게 보였던 미소를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잃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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