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 18일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을 위한 법안을 제출한데 이어,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르면 19일 역시 관련 법안을 낼 예정이라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김성태 의원 법안과 김성수, 박홍근 의원실에서 제출할 법안이 세부적으로는 각각 달라 각 입장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단말기 자급제 논의는 다음 달 사회적 논의기구가 설치되면 본격화될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통3사,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시민단체, 유통협회 등이 단말기 자급제를 보는 시선이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단말기 자급제 3가지 법안, 어떻게 다른가 

지난 18일 김성태 의원이 발의한 완전자급제 법안은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와 판매점이, 통신서비스 가입은 이통사와 대리점이 담당하는 형태다. 단, 대리점(직영대리점 제외)의 경우 과기정통부 장관에 신고하면 단말기판매와 서비스 가입 등을 맡을 수 있다. 이통사 및 이통사 특수관계자(자회사 등)의 단말기 공급은 금지된다. 즉, 이통3사 직영대리점 및 자회사 등을 제외한 대리점과 판매점, 제조사(삼성디지털프라자)나 대형 전자제품매장(하이마트)이 단말기를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단말기 자급제 법안은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와 판매점이, 통신서비스 가입은 이통사와 대리점이 담당한다. 대형 전자제품판매점이나 제조사들도 단말기를 팔 수 있고, 이통사나 대리점은 통신서비스만 담당하기 때문에 시민 단체가 주장하는 완전 자급제에 가장 가깝다. 즉, 단말기 판매나 통신 서비스 가입이 완전 분리되는 자급제 방식이지만 제조사나 대형전자제품판매점 역시 단말기 판매가 가능하다.

박홍근 의원이 검토 중인 단말기 자급제 방안도 단말기 판매는 제조사와 판매점이, 통신서비스 가입은 이통사와 대리점이 담당한다. 중소 유통점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방안도 포함돼 제조사나 대형 전자제품판매점(삼성디지털프라자·하이마트)이 단말기를 판매할 수 없다. 즉, 단말기 판매나 통신 서비스 가입이 완전 분리되는 자급제 방식이지만 제조사나 대형전자제품판매점은 단말기를 팔 수 없다.

사진=단말기 자급제 홈페이지

삼성전자 단말기 자급제 반대, LG전자 입장 아직 없어

삼성전자는 지난 12일 갤럭시노트8 국내 미디어 데이에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해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스마트폰 출고가가 내려가지 않는데다가 이통사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 유통업자들의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에 오히려 부작용만 있다고 설명한 것이다.

김진해 삼성전자 한국총괄 영업팀장(전무)는 “완전 자급제가 시행되면 단말기의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일부 기대가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온도차가 있다”며 “분리공시의 경우에도 글로벌 가격 정책을 우리가 사용하기 때문에 현재 수준하고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마케팅 정책 역시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유통시장 전체 구조가 바뀌는데 유통이 붕괴되기 때문에 대리점 판매점 등 유통점의 고통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전체적인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단말기 자급제에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는 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애플과의 경쟁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 제조사인 삼성전자나 LG전자 역시 통신사에게 리베이트나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통신사와 제조사가 각각 얼마나 부담하는 지 소비자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의 출고가가 100만원이라고 가정하면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의 실제 가격이 100만원이고, 통신사만 지원금을 제공해 실제 구매가가 내려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구매가는 더 싸지만 갤럭시S8의 가치는 100만원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판매할 경우 지원금 제공이나 다양한 프로모션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삼성전자가 20만원의 혜택을 제공할 경우 소비자들은 갤럭시S8의 가치를 100만원이 아닌 80만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LG전자는 단말기 자급제에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아직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 통신 및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통사, 현재 검토 중...사안에 따라 입장 많이 달라져

이동통신3사는 모두 현재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단말기 자급제 논의에 가장 적극적인 이통사는 SK텔레콤이다. 지난 4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하나금융그룹과 공동으로 선보인 생활금융 플랫폼 ‘핀크’ 출시행사에서 기자들에게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과 관련해 “하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7월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SK텔레콤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기 보다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 KT의 경우 몇몇 중고폰 업체에게 단말기 개통이 아닌 유심 개통을 허용하기도 했다. 대리점이 단말기를 판매하지 않고 유심개통만 한다는 것은 사실상 단말기 자급제를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다. KT 관계자는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단말기 자급제의 세부 사항에 따라 이통사나 제조사 등 업체들의 입장이 많이 엇갈린다”며 “아직 단말기 자급제가 어떻게 결정 날지 모르기 때문에 이른 감은 있지만 검토 중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의 경우 유통망이 약화될 경우 결합상품 판매력이 약화되는 등 단점이 존재하지만 유통망 관리 등 마케팅비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단말기 자급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기정통부 신중, 시민단체 환영, 유통협회 결사 반대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그동안 유지돼온 이동통신시장 유통 질서가 한 번에 뒤집히기 때문이다. 전영수 과기정통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단말기 자급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도 이통3사가 단말기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결정할 경우 지금도 시행할 수 있다”며 “다만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은 완전 분리해야 하고, 누구나 단말기 판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맞기 때문에 김성수 의원 안이 가장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 정책국장은 “단말기 자급제는 단말기 판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이 완전 분리되는 것이 핵심”이라며 “김성태 의원 안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단말기 자급제의 경우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고 유통망을 죽이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단통법 이후 5만여개였던 유통점이 3만여개로 축소된 상황에서 단말기 자급제는 제2의 단통법이라고 주장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이통사의 마케팅비를 아낀다고 통신비가 절감되지 않는다”며 “단통법 이후 이통사의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가계 통신비 역시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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