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문재인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 중 첫 번째인 선택약정 요금할인율 인상안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15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요금인하 주체인 이동통신 3사는 요금할인율 인상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모호한 고시 해석, 공시지원금에 맞는 요금할인 제도를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요금인하 용도로만 활용하는데 대해 반기를 들며 법적 다툼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계속된 갈등 끝에 결국 정부가 승리했습니다. 요금할인율 25% 인상을 관철시켰을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3사로부터 기존 20% 요금할인 가입자의 위약금을 조건부로 면제해주는 안까지 끌어냈으니 완승을 거둔 셈입니다. 보편요금제 도입과 취약계층 요금할인 등 남은 통신비 절감 대책도 이처럼 이동통신 3사의 거센 반대에 부딪히겠지만 정부의 의지대로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동통신 3사와의 혈투 속에서 앞으로도 승승장구하는 정부. 그러나 마음이 편치만은 않아 보입니다. 바로 알뜰폰 때문입니다. 알뜰폰이란 이동통신 3사의 통신망을 임차해 고객에게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이동통신사를 설립하려면 정부로부터 주파수 사용 권한을 받아야 하고 주파수를 활용해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각종 설비가 필요합니다. 천문학적인 투자비는 진입장벽이 돼 몇몇 사업자를 중심으로 이동통신 시장이 형성됩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동통신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알뜰폰이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우리나라도 통신비 인하와 이동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2011년 7월 알뜰폰 서비스가 본격화됐습니다. 알뜰폰업계는 정부의 기대에 걸 맞는 성과도 일궈냈습니다. 2012년 127만명이던 가입자는 2013년 248명, 2015년 592만명 등 매년 꾸준히 증가해 올해 6월 72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이동통신시장에서의 점유율은 11.7%(2017년 6월 말)까지 늘어났습니다. 매출 기준 점유율은 3%대입니다. 이동통신 3사의 입지가 공고한 국내 무선 시장에서 10% 이상을 차지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가계통신비 또한 2011년 689억원에서 2017년 6월까지 약 1조원을 절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연도별 알뜰폰 가입자 수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강력한 통신비 인하 정책...그리고 위기에 빠진 알뜰폰 '아이러니'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전례없던 강력한 통신비 인하 정책을 내놓자 알뜰폰은 위기에 빠졌습니다. 알뜰폰의 경쟁력은 저렴한 요금제입니다. 알뜰폰이 등장하면서 이동통신 3사는 고가의 LTE 요금제를 중심으로, 알뜰폰은 저가 LTE 혹은 2G와 3G 요금제로 서로 보완재의 관계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나 이동통신 3사의 통신비가 내려가면 그들과 알뜰폰은 대체재가 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놓입니다. 양적, 질적으로 상대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알뜰폰업계가 생존 위기를 언급하는 이유입니다.

정부도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비 인하 정책의 영향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을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에 전파사용료 감면 기간을 연장해주고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업계를 대변해 SK텔레콤과 망 도매제공 대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계속된 통신비 인하 정책으로 손실이 불가피한 이동통신 3사가 경쟁사인 알뜰폰을 좋게 봐줄 리가 없습니다. 즉 정부가 통신비 인하를 추진하면 할수록 알뜰폰의 생존은 위태로워지는 것입니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 정책에 알뜰폰의 생존을 끼워 맞추려는 모양새가 결국 지금과 같은 딜레마를 불러온 것으로 풀이됩니다.

물론 알뜰폰 사업자도 정부의 지원 없이 성장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만 정부의 의지에 의해 탄생한 알뜰폰이 정부의 정책에 의해 고사할 위기에 처한 현실은 이동통신 시장에 참여하는 플레이어들은 납득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정부는 전파사용료 면제와 망 도매대가 산정방식 개선 등 단편적인 대책보다는 중장기적인 알뜰폰 활성화 정책 로드맵 구축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지적에 공감하고 있습니다. 통신비 인하 정책이 추진될수록 고민이 깊어지는 정부. 정부가 이동통신사와 알뜰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다 잡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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