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오은지 기자] "현장 연구자 중심 연구개발(R&D), 기초원천연구에서 신산업창출로 이어지는 통합 R&D 체인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기초 R&D, 미래 산업 육성, 디지털 인프라 구축,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지원까지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을 기획하고 지원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인 '4차산업혁명' 대응을 맡은 것도 과기정통부다.

유관 분야 전문가들로 이뤄진 자체평가위원회(이하 자평위)는 과기정통부의 비전과 5가지 전략목표, 76개 성과목표를 관리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한다. 정책 입안부터 평가까지 위원회의 의견과 철학이 반영된다.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에 이어 구성된 3기 자평위 위원장은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연임한다. 지난 5년간 미래부 자평위를 이끌면서 국가 R&D 전략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라고 평가 된다. 이신두 과기정통부 자평위원장에게 국가 R&D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물었다.  

그는 우선 정책은 '사람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학기술, 4차산업혁명 무엇이건 미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는 정책이 사회혁신동력이 되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기술에 천착하거나 효율성 측면만 강조한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특히 R&D 혁신과 관련해서는 부처간 칸막이 R&D를 없애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기초원천연구(과기정통부, 교육부 등 담당)에서 신산업창출(산업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담당)로 이어지는 통합 R&D 체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또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연구 △실패가 용납되는 긴 호흡의 연구 △성과를 얻기까지 장기간이 요구되는 연구를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다소 민감한 주제인 R&D 수행 주체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의견을 냈다. "예산과 거버넌스, 현장의 창의적 연구 환경, 국가적 연구역량 3가지 측면에서 지속 가능한 연구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R&D 수행 주체는 바로 현장 연구자들"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과학기술계 연구자들이 국가 R&D 기획, 예산 편성(예비타당성 심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선수 심판론, 재정 건전성 부실화 등 불공정 시비가 생길 수 있지만 실제 연구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게 투자 효율성 관점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장 연구자 중심 R&D를 요구하는 이유는 기술 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장기간 연구를 가능케 하는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LCD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인 액정은 100년 전에 개발된 기술이지만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된 것은 약 10여년 전인 2000년대 중반이다. 지금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인간지능을 대체하는 특이점도 2045년 정도로 예상된다. 길게는 100여년, 짧게는 2~3년간 안정적인 연구 기반이 마련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이런 속성을 알고 있는 것도 연구자들이고, 어떤 기술에 투자하는 게 효율성이 높을지 가장 잘 아는 것도 현장 연구자다. 당장 성과(수익)로 이어지지 않지만 수준 높은 연구에 대해서는 실패 낙인을 찍기보다 다시 한번 기회를 줘야 하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그 분야 전문가 집단이 할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은 파격적인 제안도 내놨다. "서울·수도권에 집중된 R&D 예산을 지방대학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서울대 교수이지만 그 기득권을 양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는 "최근 젊은 신진 교수 개개인의 연구능력은 수도권과 지방을 불문하고 세계적 수준이지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뛰어난 연구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국가적으로도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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