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정부가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선택약정할인 25% 상향과 취약계층 통신비 감면 확대에 이어 2만원대 보편 요금제를 추진하고 있어 국내 통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특히 2만원대 보편 요금제가 기존의 다른 요금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편 요금제가 도입되면 3만원대 데이터 요금제가 2만원대로 내려가게 돼 매출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여기에 비례원칙 적용으로 다른 요금제도 가격이 내려간다면 이동통신 3사의 매출이나 영업 손실은 훨씬 커지기 때문이다.

보편 요금제가 도입된다면, 일단 3만원대 요금제가 2만원대로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비례원칙이 적용되면 4만원대 요금제가 3만원대, 5만원대 요금제가 4만원대 등으로 통신 요금이 줄지어 떨어진다. 이통3사는 보편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과기정통부가 '비례원칙'을 적용해 다른 요금제도 가격을 인하하게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0일 관련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보편 요금제로 인해 전체 요금제가 인하된다면 이통3사의 매출 손실은 연간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추정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보편 요금제의 경우 법적 근거가 없어 새로운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준비중인 보편요금제는 2만원대 요금에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3GB 제공이 유력하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편 요금제가 도입되면 통신3사의 연간 매출이 2조2000억원 감소할 것”이라며 “보편요금제는 요금 할인율 상향 및 취약계층 요금 감면 방안과 비교해 통신사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4~5배 커 시행에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도 “2만원대 보편 요금제만 도입되고 다른 요금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총 이용자 중 약 15%만 가입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통신3사의 연간 매출이 지금보다 약 7000억원, 연간 영업이익은 약 3500억원 떨어질 것으로 계산된다”며 “만약 다른 요금제까지 영향이 갈 경우 통신3사의 연간 매출은 지금보다 약 2조원이 넘게 하락하고 영업이익은 연간 1조원이 넘게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편 요금제가 도입되고 비례 원칙이 적용되면, 이 그래프 처럼 통신사 요금 하향의 기울기 자체가 변해 통신3사의 영업이익이나 매출 손해 범위가 커지게 된다.

보편 요금제의 경우 법안이 국회를 통과돼야 도입이 가능한데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김홍식 하나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보편 요금제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국회 통과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3사의 경우 가계 통신비 인하가 문재인 정부의 대선 공약이고, 정권 초기인데다가 국민의 지지를 현 정부가 높게 받는다는 점을 고려해 보편 요금제가 국회에서 통과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또한 보편요금제가 도입된다면, 과기정통부가 다른 요금제까지 통신비를 인하하라는 압박을 줄 수 있는데 이를 거부하는 것 또한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통신3사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 요금제 법안의 경우 다른 요금제까지 인하라는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언제 법이 또 개정될 지 모른다”며 “법이 개정되지 않아도 하위법인 시행령이나 고시 등을 통해 비례원칙을 적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른 요금제까지 인하하라는 정부의 인하 요구를 어떻게 견딜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다른 통신사 관계자도 “단말기 지원금 등 다른 사안의 경우도 요금제의 금액에 따라 비례성이 적용되고 있다”며 “그동안의 정부 관행을 고려할 때 과기정통부가 비례원칙을 적용해 다른 요금제까지 금액을 내리려는 움직임을 보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보편 요금제가 도입된 후, 만약 통신사 중 하나가 비례원칙을 적용해 다른 요금제의 가격을 내릴 경우 시장 논리에 따라 다른 통신사들도 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다. 지난 2015년 상반기 KT가 2만원대 요금제(부가세 불포함)를 사용해도 음성통화를 무제한 제공하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하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이 요금제를 서둘러 내놓은 적이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지난 2015년 2만원대 유선 무선 통화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사진=SK텔레콤)

과기정통부 측은 보편 요금제 도입을 통해 다른 요금제까지 영향을 미치길 기대하는 것은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비례원칙 적용의 경우 법적인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통신3사가 이를 거부할 경우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보편 요금제 도입을 통해 다른 요금제까지 가격이 내려간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며 “다만 법적인 강제 권한이 없다. 선택약정할인 25% 상향의 경우도 (법적권한이 없어) 기존 가입자까지는 (소급)적용이 안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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