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유럽연합(EU)은 그동안 조세절감으로 비난을 받아왔던 미국 IT 대기업들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다.  구글, 페이스북, 애들 등 미국 IT 공룡기업들은 이번 EU의 공세로 해외에서의 불공정한 세금을 손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미국 IT기업들의 조세 불균형과 함께, 불공정한 규제 적용으로 인한 '역차별 문제' 해소를 위한 기반 마련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재무장관은 최근 EU의장국, 유럽연합집행위에 보낸 공동 서한을 통해 미국 IT 대기업들의 이익이 아닌 매출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EU차원의 세제 개편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유럽에서 사업하는 미국 IT 대기업이 최소한의 세금만 납부하는 것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정상적인 법인세율을 적용하기 위해 '평형세'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형세란 조세부담의 균형을 위해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매출을 기준으로 매기는 세액이 비록 세율이 낮더라도 지금까지 수익으로 세금을 징수한 것보다 많은 세액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만약 이러한 평형세가 이뤄지면 2%에서 5% 사이의 세율이 책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IT 대기업들, 조세회피 어떻게?

현재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미국 IT 대기업들은 EU 회원국에서 거둔 수익을 기준으로 세금을 내고 있다. 하지만 회원국별로 세율이 다른 점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 쟁점이다.

미국 IT 대기업들은 아일랜드 등 저세율 국가에 고정사업장을 만들어 순익을 등록한다. 그러면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EU회원국에서 세액을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은 해외에서 발생하는 광고 수익을 구글 아일랜드 유한회사와 싱가포르 자회사에 모은 뒤 이를 네덜란드의 구글 네덜란드 홀딩스BV로 이전한다. 여기에 모인 자금은 버뮤다에 있는 구글 아일랜드 홀딩스 무한책임회사로 다시 송금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유럽의 수익을 아일랜드 자회사 두 곳과 네덜란드 자회사를 거쳐 버뮤다 등지로 보내기 때문에 유럽 당국이 제대로된 세금을 걷기 어렵다. 버뮤다에서는 법인세율이 '0' 수준이다.

아마존은 2015년 영국에서 70억파운드(10조4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740만파운드(110억원)의 세금만 납부했다. 숙박공유 기업인 에어비앤비는 지난해 프랑스에서 10만 유로(1억3천만원) 미만의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국가들의 분노를 샀다.

국내서도 인터넷기업 역차별 이슈로 '시끌'

미국 IT 대기업의 조세회피는 유럽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해묵은 문제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은 국내에 지사를 두고 서비스를 하며 수익을 내고 있는 가운데, 조세절감도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국내 인터넷기업 사이에서는 미국 IT 대기업의 매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 제대로 된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공개석상에서 “한국기업과 해외기업과의 역차별 이슈는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으며,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정부나 해외기업들도 입장을 정하고, 모두가 같은 스타트라인에 설 수 있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인터넷 기업이 이와 같은 주장을 하는데에는 국내 인터넷 기업과 글로벌 기업이 공정한 경쟁 선에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IT 대기업의 영향력은 날이 갈수록 세지는 반면, 국내 기업에게만 엄격한 인터넷 관련 규제의 잣대를 들이댄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에서도 인터넷 산업분야 역차별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는 과기정통부, 방통위, 기재부, 국세청, 금융위가 참여하는 ‘인터넷 기업 역차별 조사’ 범정부 TF를 구성했다. 역차별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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