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이동통신사와 금융사가 손잡고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새 금융서비스를 선보이는데 힘을 모으고 있다. 두 분야는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내수 업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성장 정체, 신성장동력 창출 등 각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통신과 금융의 동맹은 향후에도 굳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과 하나금융그룹의 합작 투자해 설립한 주식회사 핀크가 4일 생활금융 플랫폼 ‘핀크(Finnq)’를 정식 출시했다. 핀크는 하나금융그룹과 SK텔레콤이 각각 51%, 49% 비율로 자본금 50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법인으로, 지난해 10월 신설됐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우리은행, KB국민은행과 협업한 사례는 있었으나, 합작법인을 설립한 사례는 SK텔레콤이 이동통신 3사 중 최초다.

핀크는 기존 은행이 예‧적금, 대출 상품 판매 중심에서 벗어나 고객이 가진 금융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형 금융 플랫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왼쪽부터) KEB하나은행 함영주 은행장,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 핀크 민응준 사장, SK텔레콤 박정호 사장, SK텔레콤 이인찬 서비스부문장이 4일 KEB하나은행 명동 본점 4층 대강당에서 생활금융플랫폼 ‘핀크’를 출시를 기념하고 있다. (사진=핀크)

이동통신사와 은행의 적극적 제휴는 올해 특히 더 활발했다. KT는 우리은행과 지난 7월 인공지능(AI) 기반의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업무 협약을 맺었다. 기가지니 AI 금융 서비스, 통신 가입자 빅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 모델 개발‧활용 등이 골자다. 양 사는 지난 4월 출범한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사이기도 하다.

LG유플러스는 올해 2월 KB금융그룹과 함께 모바일 멤버십 플랫폼 ‘리브 메이트’를 출시한 바 있다. 이는 KB금융그룹의 멤버십 포인트로 통신 요금을 납부하거나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고, LG유플러스의 초고속인터넷과 IPTV, 홈IoT 등 통신 상품 등의 비용도 지불할 수 있다. 이에 앞선 올해 1월, LG유플러스는 신용평가 정보기업 나이스평가정보와 함께 통신요금 납부 실적 등을 기반으로한 신용평가모델 ‘텔코스코어’를 개발하기도 했다.

통신-금융 성장 정체 ‘동병상련’...협업으로 극복

통신과 금융의 협업이 가속화되는 이유는 두 업종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두 분야는 국내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내수기업이라는 공통분모도 가지고 있다.

SK텔레콤의 올해 2분기 무선수익은 3조109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0.6% 늘었다. KT는 지난해 동기 대비 5.2% 감소한 1조7814억원, LG유플러스는 같은 기간 3.2% 늘어난 1조4016억원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3위 사업자로서, 성장 가능성이 다른 두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3%대의 성장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수익성이 정체된 시중은행도 성장에 대한 고민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평균 총자산이익률(ROA)은 0.44%로 2012년 이후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ROA는 은행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자산의 효율적인 운용을 보여준다. ROA가 높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이 좋다는 의미다.

수익성을 나타내는 다른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 또한 같은 추세다. 올해 상반기 4대 시중은행의 ROA와 ROE 평균이 각각 0.73%와 9.87%로 반등하긴 했으나, 여전히 세계 주요 100대 은행의 평균(ROA 0.85%, 13.55%)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4대 시중은행 ROA와 ROE. (자료=각 사)
4대 시중은행 평균 ROA와 ROE 추이 (자료=각 사)

 

또한 이동통신사와 은행의 각각의 고객은 서로의 잠재 고객이 될 수 있다. 가령, 핀크에서 제공하는 T핀크적금은 하나은행 적금 금리에 SK텔레콤 가입자 우대 금리가 적용된다. 이는 하나은행 고객 중 KT와 LG유플러스 고객이 SK텔레콤으로 이동 할 때 하나의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

통신사와 금융사가 각자의 분야에서 쌓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이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에서 채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통신요금 납부 내역을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하는 식이다. 금융 거래 실적만으로 고객의 신용등급을 평가한다는 한계를 넘을 수 있어 고객은 좀 더 합리적으로 자신의 신용등급을 평가받을 수 있다.

IT와 금융의 만남인 핀테크 사업의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도 협업을 지속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고 발표하는 등 향후에도 ICT를 기반으로 한 금융업이 차차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이날 핀크 출시 행사에서 “핀테크 사업이 몇 년 뒤에 어떤 식으로 성장할지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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