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그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첫번째 정부 당국의 규제 방안이 공개됐다. 이르면 올 12월부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 이뤄지는 가상화폐 거래는 기존 은행과 연계해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게 된다. 또한 본인이 확인된 투자자의 가상화폐 거래 내역을 확인해 정부 당국이 본격적인 관리에도 들어간다. 여기에 증권발행 형식으로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조달 방식인 ICO(Intial Coin Offering)도 제한해 무분별한 ICO를 막겠다는 복안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측은 '가상화폐 거래소 인가제' 방안을 통해 제도권 편입을 기대했지만, 기존 유사수신행위 규제범의 범위를 확대해 '가상통화거래행위'에 대해서도 유사수신행위로 적용할 계획인만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다단계업체들과 동일한 '유사수신업체'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가상통화의 가치를 정부가 보장해줄 수 없다"라며 "가상통화거래를 금융업으로 포섭하는건 어렵다"고 밝힌만큼 가상화폐의 제도권 편입은 갈길이 멀어 보인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측은 금융위에서 발표한 규제 방안 중 대부분을 이미 가상화폐 거래소 자체적으로 적용된 상태라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해 가상화폐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 금융사와 비슷한 수준의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라며 "금융위원회가 주도한 태스크포스(TF)에 직접 대상자인 가상화폐 거래소는 빠진 상태로 진행된 만큼 현 상황을 정부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측은 이르면 내달 가상화폐 관련 협회 구성이 끝나는대로 정부측과 본격적으로 협상에 임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규모와 본인 확인 절차 유무 (자료취합=디지털투데이)

이번에 발표된 금융위의 가상화폐 규제 방안은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국내에서 가상화폐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가상계좌를 개설한 은행을 통해 투자자는 반드시 실명 인증을 해야한다. 투자자의 이름, 계좌번호, 가상계좌번호 등을 확인해 이용자 본인 계좌에서만 입·출금 되도록 추진한다.

금융위는 "현재 가상통화 취급업자(가상화폐 거래소)는 은행 등 기존 금융회사에 요구되는 수준의 이용자 본인확인 절차를 갖추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은행이 발급해준 가상계좌를 통한 이용자 본인확인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신원희 코인원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메일 주소만 갖고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했던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가 한때 존재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해당 거래소는 사라진 상태이며, 현재 코인원을 비롯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기존 금융권과 동일한 수준으로 본인확인 절차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확인 결과 빗썸, 코인원, 코빗, 코인플러그 등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금융위의 설명과 달리 이미 기존 금융권 수준의 본인 확인 절차를 구축한 상태다.

가상계좌를 이용한 본인 확인 절차 (자료=금융위원회)

예컨대 이들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이메일 주소만으로는 불가능하며, 휴대폰이나 신용카드, OTP(일회용비밀번호) 등 현재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가 활용하고 있는 ▲지식기반(OTP 등 비밀번호 활용) ▲소지기반(휴대폰 인증) ▲생체기반(지문 등 파이도 기술 활용) 등 비대면 본인확인를 한 이용자만 가상화폐 거래가 가능하다.

둘째로, 가상화폐 거래소 이용자가 입·출금 거래시 가상계좌를 발급해준 은행이 거래 내역을 수집해 불법 자금 세탁 등 의심거래 발생시 금융위에 보고하게 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측은 "이 방안은 실제 가상화폐 거래소보다 기존 은행에서 시스템 구축 등을 진행해야한다"라며 "금융권에서 올해 안에 이런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지 미지수인 상태"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주홍민 금융위원회 전자금융과장은 "금융권과 협의한 결과 3~4곳의 은행들이 올 연말까지 해당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확인을 받은 상태"라며 "일단 가능한 은행을 시작으로 추후 해당 시스템이 구축되는대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윤호성 코인플러그 COO는 "금융위원회가 규제 방안으로 내세운 것들을 이미 모두 거래소를 오픈하면서 적용한 상태"라며 "해당 시스템이 구축돼 거래 입금자명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면 가상화폐를 이용한 보이스피싱이나 불법자금세탁 등을 줄일 수 있게 돼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금융위는 가상화폐 거래를 유사수신행위규제법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예컨대 기존 '원금 또는 원금초과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 예‧적금, 사채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영업행위를 금지‧처벌 한다'라는 조항을 '원금 또는 원금초과금액이나 이에 상당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속하고 가상통화거래 또는 가상통화를 가장한 거래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영업행위도 대상에 추가 한다'라고 개정할 방침이다. 이렇게 된다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다단계업체와 동일한 '유사수신업체'로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가 우후죽순 생기면서 원금의 수배에 달하는 수익을 보장해주겠다는 유사수신행위를 하는 곳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런 곳들은 가상화폐를 빌미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만큼 제재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기존 금융권과 비슷한 수준으로 투자자 보호를 하고 있는 선량한 가상화폐 거래소가 불법 범죄행위를 하는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고려는 없는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국내 가상화폐 관계기관 합동 TF를 주도한 금융위원회에서도 이번 규제 방안에 있어 직접 당사자인 가상화폐 거래소 측 입장을 대변해 줄 수 있는 전문가가 없었다는 점을 인정했다.

주홍민 전자금융과장은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협회가 없는 상태로, 그쪽의 입장을 들을 여건이 없었다"라며 "이르면 내달 중 가상화폐 관련 협회가 생기는 만큼,12월에 있을 예정인 TF회의에 가상화폐 거래소 입장을 들어보고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빗썸 관계자는 "금융위가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자율규제 마련 권고를 한 만큼 가상화폐 거래소 관련 협회가 만들어지는대로 금융위의 규제와 별개로 자율규제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가상화폐 시장의 부정적인 요소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도록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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