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요즘 게임업계의 최대 화두는 블루홀의 PC온라인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입니다. 1인칭슈팅게임(FPS)장르인 이 게임은 기존 슈팅게임과는 다른 ‘생존’이이라는 테마를 게임에 넣어 차별성을 추구했는데 31일 게임트릭스 PC방 게임점유율 순위 2위까지 오르며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점유율은 10%대로 1년 넘게 유지된 PC방 게임탑3의 지형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LOL)에 이은 2위로 블리자드의 오버워치를 3위로 밀어냈습니다. 이 게임은 미국의 게임 플랫폼인 ‘스팀’에서만 사전출시(얼리액세스)방식으로 출시됐는데도 700만장 이상의 판매를 올리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국내 정식 출시는 올해 안에 카카오를 통해 될 예정입니다.

돌풍의 배틀그라운드를 카카오가 국내 시장에서 퍼블리싱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4일부터 이 게임에 대한 관심은 더 올라갔습니다. 수많은 퍼블리셔 중 왜 카카오가 선택됐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카카오 게임부문은 11월 1일부로 카카오게임즈에 통합될 예정입니다. 주로 개발사들의 게임을 자사의 플랫폼에 입점시켜 수수료를 받는 형태의 ‘채널링’ 방식으로 수익을 냈던 카카오가 이제는 직접 게임 유통을 포함한 전반적인 출시를 맡는 ‘퍼블리싱’에 집중해 더 나은 수익모델을 추구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또 카카오게임즈는 상장을 앞두고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대표 이미지 (사진=블루홀)

개발사와 신생 게임사의 '윈윈전략'

하지만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과 같은 대형 게임사를 통하지 않고 게임업계의 ‘루키’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가 배틀그라운드를 서비스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왜 카카오가 선택됐나’라는 의문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일부 유저들은 카카오의 배틀그라운드 퍼블리싱 소식이 알려지자 ‘게임성이 훼손되면 안된다’는 이유로 반대의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에 대해 블루홀은 공지를 통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배틀그라운드가 카카오를 통해 국내 서비스가 시작되는 표면적인 이유는 블루홀과 카카오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지 때문입니다. 개발의 블루홀과 외적 성장을 추구하는 카카오가 만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입니다. 안정적인 국내 퍼블리싱을 원하는 블루홀과 통합 카카오게임즈 출범을 앞둔 카카오의 게임 라인업 확장 의도가 합쳐졌다는 것입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PC온라인 게임인 검은사막을 안정적으로 카카오가 서비스하고 있는 점도 배틀그라운드 퍼블리싱의 배경”이라면서도 “사실 국내서 PC온라인 게임을 퍼블리싱할 수 있는 게임사가 많지 않다는 점도 배틀그라운드 서비스의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블루홀 관계자도 “개발사와 신생 퍼블리셔 만남으로 서로의 니즈가 잘 맞았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습니다.

배틀그라운드 PC방 인기 순위 표 (자료=게임트릭스)

하지만 수면 아래에는 양사 핵심 멤버들의 개인적인 신뢰 관계가 배틀그라운드의 카카오 퍼블리싱의 중요한 이유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김강석 블루홀 대표, 김정훈 블루홀피닉스대표, 최용욱 블루홀 사업실장은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각자대표와 함께 2000년대 중반 네오위즈게임즈에서 한 팀에서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들은 이후 뿔뿔이 흩어졌지만 서로간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소통을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서로의 신뢰도 한몫

특히 카카오로부터 100억을 투자받은 게임사 넵튠이 그 중 50억원을 올해 2월 블루홀에 투자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블루홀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인해 인건비 등 여러 가지로 자금 부족을 겪고 있었는데 넵튠의 투자로 인해 숨통이 트였습니다. 카카오의 투자를 받은 게임사가 블루홀에게 도움을 준 것인데 이에 대한 블루홀의 감사한 마음이 배틀그라운드가 카카오를 통해 퍼블리싱 되는 데 한 몫을 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결국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면서 쌓인 ‘신뢰’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장외 주식 정보 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블루홀 주가는 31일 기준으로 56만원입니다. 시가총액은 3조 9673억원으로 거의 4조원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기업가치보다 배틀그라운드가 이렇다 할 신작 게임이 없었던 국내 온라인PC게임 시장에 신선함을 가져다 줌과 동시에 전 세계적인 인기로 인해 수출 효자 게임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돌풍을 계기로 침체돼있던 국내 온라인PC게임 시장도 힘찬 날갯짓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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