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최근 숙박 예약서비스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두 스타트업 대표(CEO)를 각각 만났다. 호텔 당일예약 서비스 호텔나우 김가영 대표와 한인민박 예약 플랫폼 민다의 김윤희 대표다. 두 대표는 ‘창업’, ‘숙박’, ‘여성 대표’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은 커지고 있는 숙박 O2O 산업 성장세에 발맞춰 회사의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겠지만, 현재는 주목받는 스타트업의 대표가 됐다. 두 사람은 모두 처음부터 창업이 인생의 목표는 아니었다. 평소 생각했던 작은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기면서 지금의 그녀들을 만들었다.
드라마처럼 큰 굴곡이 있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녀들의 삶의 일부가 담긴 두 대표의 창업 이야기를 무더운 더위가 이어지던 8월에 기자가 직접 만나 들어봤다.
호텔나우 김가영 대표 “창업, 혼자서 다 잘할 필요 없어”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던 김가영 대표는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대학원을 다니는 3년동안 학비, 생활비를 합치면 총 1억원의 돈이 들어간다는 생각에 그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면서 그녀는 여행을 자주 다녔다. 지금과 달리 그때는 여행할 때 호텔 예약을 미리 하지 않을 경우 당일 예약이 힘들었다. 또 주변에 어떤 호텔이 있는지 알기 힘들었으며 이를 위한 서비스도 없었다.
그때마다 김 대표는 주변에 있는 호텔들도 빈 객실이 있을텐데 사용자가 이를 알고 빈방을 예약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편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도 남는 객실을 파는 것이 이득이 된다. 친구들에게 이러한 아이디어를 말한 그녀는 대학원 진학을 1년 미루고 사업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함께 뜻을 모은 대학동기 두 명과 함께 작은 오피스텔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초기 8개월 동안에는 서울, 부산 호텔을 중심으로 연락해 직접 찾아가 자신들이 내놓을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했다. 물론 달랑 종이 한 장 들고가서 호텔을 설득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그렇게 첫 계약을 하기까지 약 두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고 이후에는 순조롭게 여러 호텔들과 계약을 맺었다.
물론 중간에 힘든 일도 있었다. 서비스 개발을 외주사에 맡겼지만 출시일을 맞추지 못해 해당 외주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돈을 날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녀에게 훗날 성공의 밑거름일 뿐이었다.
이후 개발자를 영입해 서비스를 런칭했고, 점차 계약 호텔도 전국으로 뻗어나가며 순조롭게 서비스를 이어나갔다. 2016년 7월에는 야놀자로부터 인수제안을 받았으며, 현재는 야놀자 사옥에 자리를 잡았다.
27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그녀는 어쩌면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롤모델일 수도 있다. 김가영 대표는 “최근에 많이 느끼는 것은 ‘혼자서 다 잘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창업은 위험한 면도 있지만 그래도 개인, 국가에게 좋은 일이다”라면서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된다. 창업은 혼자서는 못하지만 둘이서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다 김윤희 대표 “창업, 하고싶은 이유 명확해야”
김윤희 대표는 한 벤처기업에 웹디자이너로 5년간 근무했다. 당시 잦은 야근에 주말출근을 몇 년간 이어오던 그녀에게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으로 인해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이 찾아왔다.
이렇게는 안되겠다고 결심을 한 그녀는 홀로 세계여행을 무작정 떠났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은 1년 2개월 동안 이어졌고,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소중한 경험을 했다. 여행을 하면서 행복한 일도 있었고 사기를 당해 배낭을 잃어버리는 등 작은 인생 경험을 하고 왔다고 그녀는 말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1년 2개월 동안 행복하게 여행하던 때를 떠올리며 여행 관련 사업을 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렇게 첫 시작은 여행자들이 찾아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작은 카페를 서울시 종로구에서 운영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기 전 꿈꿨던 낭만과는 달리 매일 생계 걱정을 하기에 바빴다.
이후, 여행하면서 알게 된 한인민박 사장님의 추천으로 2008년 여행자를 위한 한인민박 정보사이트를 개설했다. 당시 한인민박 정보사이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검색, 리뷰 등의 사용성, 더 많은 정보 수집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관련 서비스를 덧붙이며 사업을 이어갔다. 그렇게 2년 뒤에는 예약 시스템을 탑재해 지금의 한인민박 예약 플랫폼 민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그녀는 사용자로부터 신뢰를 얻었을 때라고 말한다. 김 대표는 “예약 시스템을 넣었을 때 첫 예약이 들어왔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사람들이 믿고 예약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때의 쾌감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사업을 하고 싶다면 왜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생각해야 한다. 시작했으면 혼자만의 회사, 서비스가 아니고 책임감이 생기니까 사명감이 생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인생 목표는 그렇게 거창하지도, 소소하지도 않은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요즘에는 또다른 꿈을 꾸고 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나의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는 ‘김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