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네이버 준대기업집단 지정 발표를 하루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총수 선정이 어떻게 이뤄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달 1일 네이버를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발표한다. 이날 네이버의 총수(동일인)도 함께 공개된다.
여기서 말하는 총수(동일인)란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로, 총수는 회사의 잘못에 대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또 관련 법에 따라 본인과 6촌 이내의 친인척의 기업관련 활동을 공시, 가족이 소유한 자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여부도 조사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은 상호, 순환출자 금지, 채무 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총수 사익편취 규제, 공시 의무 등이 적용된다. 준대기업집단은 총수 사익편취 규제, 공시 의무가 적용된다. 준대기업집단 명단은 올해 처음으로 지정된다.
이때 준대기업집단 지정과 동일인 지정은 동시에 이뤄진다. 총수 지배력에 따라 대기업집단의 규모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자산총액 7조2천억원으로 준대기업에 속한다.
네이버 “투명한 경영구조...총수없는 대기업 지정해야”
네이버는 자사를 총수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공정위에서는 네이버 이해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지배력을 고려해 이해진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할지 검토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는 이해진 창업자가 가진 회사 지분율이 5%가 채 되지 않는 점과 가족, 친척들의 지분참여가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해진 창업자가 지금까지 회사의 경영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괄목할만한 성과로 이해진 창업자가 주주들로부터 신뢰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재 네이버의 주주 구성중 최대 주주는 지분 10.6%를 가진 국민연금이다. 절반 이상인 60.4%는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으며 계열사는 모기업이 거의 100%를 소유하고 있다. 이에 네이버 측은 "국내에서 찾기 힘든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체제를 갖췄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해진 의장은 지난 14일 공정위를 방문해 네이버를 총수없는 기업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얼마 후 공정위는 '실질적 영향력 행사 여부'에 따라 이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지난 23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블록딜로 보유주식의 0.33%에 해당하는 11만주를 매각했다. 여기서 블록딜은 시간 외 매매다. 이로써 이해진 창업자의 지분율은 4.64%에서 4.31%로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이해진 창업자가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주식을 처분하기 위한 포석과 공정위에게 보내는 무언의 메시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에서는 "창업자의 개인적인 일"이라고 말하면서 선을 그었다.
네이버의 총수가 이해진으로 지정된다면?
네이버가 이해진 창업자가 총수가 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글로벌 진출 시 발생할 수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란 한국 기업의 저평가 현상을 말한다.
이해진 창업자가 총수로 지정될 경우, 글로벌 진출 시 네이버에 재벌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해진 창업자는 유럽을 두루 다니면서 프랑스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프랑스 현지에 ‘네이버 프랑스 SAS’의 법인을 설립했다.
특히 재벌이라는 표현이 해외에서는 순환출자, 가족경영 등의 부정적인 표현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글로벌 기업들과 싸워야하는데 이럴 경우 인지도가 낮은 네이버에게 불리한 것이다.
이밖에도 비공식적인 영역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집중을 하고 있는 이해진 창업자가 기업 총수로 지정될 경우, 총수라는 이유로 다양한 비공식 업무까지 담당해야 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경우 본업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이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력에 뒤쳐질 수 있다. 그간 네이버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력에 대해 언급하며 그 중요성에 대해 강조해왔다.
공정위는 어떤 입장?
이해진 창업자는 지난 3월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공정위 측에서는 이해진 창업자가 임원 선임, 신사업 투자 등과 관련해 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1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이해진 창업자의 총수지정 여부에 대해 “이해진 창업자를 동일인인으로 지정할지 여부는 ‘실질적 영향력 여부’라는 오직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김 위원장이 언급한 ‘실질적인 영향력’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디지털투데이에 “동일인 판단 시 지분율과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등을 판단한다”면서 “대표이사를 임명하거나 임원을 선출할 수 있는 권한,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 업무집행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공정위에서는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지배력도 고려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낮은 지분으로 사실상 그룹을 지배하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이해진 창업자가 지분율은 낮지만 회사 경영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해석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총수있는 기업, 지배구조 우려"-업계, "지켜봐야"
네이버는 총수있는 기업이 오히려 친인척 관리를 통해 지배구조를 유지해온 기존의 재벌들을 인정하는 규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총수 지정으로 깨끗하게 경영하는 사람들도 친인척 관리를 해야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이 과정에서 부당한 대가를 제공하게 될 가능성 등 해당 규정이 목표하는 바에 반대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어떻게 보면 기업 지배구조가 후진적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정위 측에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얼마전 공정위원장이 '실질적 영향력'에 따라 판단한다고 강조한 것을 미뤄보면, 이해진 창업자를 총수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관련 업계에서는 아직 예상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청한 업계 관계자는 "결과가 어떨지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다"면서 "만약 총수있는 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네이버는 지금까지 이어온 유럽 진출과 계획에 미미한 영향이라도 미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